행복한 나들이

곳간을채울가을이다

양식을구하러멀리한양고을

천석지기만석꾼네너른양식곡창을찾아

안해함께백마로돌아드니

오며가며그만

하루가꼬박저물었다

내살아가면서

이렇게좋은날이몇날이나될런고

몸의양식을

열심히구하는백성들

신체를보하는보양식도

이가을에한껏취할일이다

무릇선비는

배가조금은고파야지만

진짜배기맑은선비정신이

오롯이솟아나는법

보리밥고봉에

된장국에열무김치콩자반

샘에서찬물길어다

보리밥말아후딱먹어치우면

더하여뭔욕심으로허기가지려오

백마야,

너한양가자

가을되니책이더욱고프구나

시골벽촌

내고장의8월은

왜이다지도헛헛터냐?

곳간은훌륭하되

쌀겨에왕겨가마니만다락같이

쌓였고야

초가에서가까운우리고을곳간지기에게

이런저런양식을청하여몇차례청원을넣어도

뭔소리인지멀뚱!~갸우뚱..이렇게곡식이많은데

뭔소리를하시는지..당최

아..이사람들아

곳간에단청만울긋불긋칠하면다곳간인고?

쭉쟁이왕겨가마니만다락같이높네그랴

나는모르오

고을원님한테곳간청원서를올려보슈

작년가을부터엽태까지몇차례를

붓글씨반듯하게쓰고쓴것이

몇차례인지모르겠소이다

내는모르겠소

이렇게곳간가득양식이쌓였는데

입맛에당기는나락이없다니

아서라..내멀리출타하여

양식을구하여오리라

내먹을양식은내가구할일

누구를탓하리오

뉘를고를줄도모르는청지기에게

뭔탓을하려오

몇년묵어쌀벌레가

책등과배를

썰어먹고

나비로날아다니며눈앞을어지럽힐지경이네만

몇십년묵은양식에몇년은족히묵어자빠진양식을

어찌양식이라고하오?

내도모르오

위에서엽전열닷냥으로연명하라니

백성들이안타깝게여겨십시일반집에서가져온것이

태반이라오

궁색함을알겠으나

훌륭한곳간이참아깝지않소?

변방의궁벽함에

내한마디하고가오만

고을수령에게내청원을재삼전해주시오

한양선비들과함께앉아

행복한書冊에드는이행복한나들이

이햅쌀가마니에서한됫박

저곳간에서한됫박

옆쌀가마니에서

몇톨알갱이

어허!~햅쌀로밥을지어

솔가지때서밥그릇에

고봉수북담아내니

숫가락연신

젓가락들락날락

다락같이높디높은서울햅쌀곳간아래

시간이어찌가는고

세월이가느뇨?

시방이점심때요

아님저녁이요

밤중이오?

어느결에어둑어둑한세상천지

땅거미저만치서무릎아래로다가서는저물녘

아직도몸보신백성들의불야성은

휘황찬란번득이고

쌀한가마니

말안장에걸쳐싣고충청고을로내려올적에

이무한정행복된마음을

뉘라서알리오?

소반상에밥대신

얹어놓고

이리바라보고저리바라보고

들었다놓았다가

누렇게도익어실한

다올찬나락

어여쁜

쌀한가마니

아..절기는처서에가을로선듯선듯드는데

귀뚜라미소리섬돌에가깝구나.

천고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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