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무정

고향이건너다뵈는모임장소

삼거리식당으로향우회모임으로넘어가는길

친구는이불볕아래놉을얻어고추를따기에

밭머리에서소리쳐부르니밭고랑에서

먼저넘어가라고대답한다

말복도지나갔굼서나

실한백숙에찹쌀넣어옛날고향식맛을내서

푸짐하게도나온다

위형님들과아래동생들이

함께모인자리가왁짜하니흥을돋군다

권커니자시거니

회의대충끝내놓고

막걸리에소주잔에술판을걷고

펼쳐지는모포위에고스톱화투판

갑장친구9명에6명이

저세상으로길을바꿔가고

한친구는먼대구라서못오고

한친구는처지가초라하니궁색해못오고

이친구와둘이함께앉아이러저러세월이야기

그래도고향을지키며

열심히농사짓는친구있어가끔고향을넘어간다

동네아주머니의병환으로요양병원에계시다는소식에

돌아오는길에그집담너머로쓸쓸한빈집을

고개를길게빼고넘겨다보다가

고얀히불콰해지는눈자위

허리는직각으로꺾였어도아직은정정하셨는데

집으로오는길에잠시요양병원으로

문병을가는마음쓸쓸타

어머니가저렇게누워계실적에

하루도빠뜨리지않고찾아가던병상곁

평소에불효를뒤늦게후회하며명절에도찾아갔던

요양병원의암울한분위기와

음습한냄새의애슬픔

바로들어가지못하고

바깥의자에한참을앉아한숨만짓다가

아버지생전제일살갑던이웃이면서

우리집에닥쳐드는우환마다에

제일먼저달려오셨던

양반들이셨는데

병상에붙은1933년生

그리고처음대하는누구엄니아닌

낯선이름자

가져간두유를

침상을세워빨대로잡아드시게끔하면서

이러저러옛날이야기를하니

나를뻔히올려다보시더니

내이름을불러주신다

그려유

아즉까정지이름을기억하시다니유

고얀히눈물이다날려구허네유?

그저건강히몸잘추스르셔유

근처지나면반드시또찾아뵐것이구먼유

돌아오는고향길

먼풍경이

하나가됐다

둘이됐다..뿌옇게흔들린다

아..고향무정이다

고향무정(1966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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