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의 생애 (22) : 길을 지우며

아침해가희끄므레떠오르는

안개자욱한소롯길을걸어갑니다

절기가서늘하여

안개가득시야를가리는데

마음오히려아득히고요합니다

이제는걸어온길을

지우며가는법을배워야겠습니다

가슴훤히누렇게익어가는황금벌만

눈앞에담아가고자마음길을

다잡아봅니다

한때푸르렀던잎사귀도하나둘낙엽을준비하는

저자연의지혜로움을배워야쓰것습니다

억지로천년을푸른잎으로만매달리려는

착각과추함은절대부리지말아

자연스럽게받아들이고

지나온길을하나씩

지워가며걸어가야겠습니다

중핵교적왕복50리길을저신작로로

아주힘겨웠지만행복하게걸어서

3년을댕겼습니다

그길에는미루나무나란히

양옆에서우리를향해서있었고

그아래에는이맘때미루나무버섯도

아무도몰래나무뒷둥으로소복했습니다

그길에서소나기를만나나무아래하늘만올려다보다가

비가긋고건넛산그넘어에무지개가

둥긋하고도예쁜크레파스모양

피어오르는길을바라보며

동무함께걸었습니다

그초동친구들은이미이세상에없습니다

9명의불알친구에서6명이

저개울을건너가더니만

다시이쪽으로건너오질않습니다

그냥나혼자

안개자욱한길을지우면서

지나간추억또한지우면서걸어갑니다

날아온자욱을남기지않고

허공을지워가며홀로날아가는새와같이

지내온길을

지우며걸어갑니다.

  • 2:56최희준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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