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안해가언니라고부르면서친교를하던

그니가떠나갔다

육십중반에가정의상실

다시는남편곁으로돌아오지않겠다고

그렇게아주멀리떠나갔다

누가그랬는지

운동을나가는길에언제나나를반겨주던

외따로홀로서있던미루나무가

밑둥째잘려나갔다

몇년전에부터자꾸여위어져뼈가죽만남듯하더니만

안해를통하여불화목의안좋은소식이간간히들려오길몇차례

이젠독한마음으로전화번호까지바꾸면서

안해는물론지인들누구에게도나를찾지말라는말을남기고는

빈둥지인남편곁을떠나버린것이다

8년전귀농으로연고도없는진천땅이좋다고

서울서찾아들어와전원주택도짓고텃밭도일궈가며

누가봐도참좋게만보였던부부였다

하지만권위적이고분노조절이안되는버럭버럭!~의부부간의잔인한막말투

그로인한말의상처로곪을대로뭉그러져버린

그니의휑한가슴과시뻘건황폐

조그마치의재력으로남에게으쓰대는몸태와말

젊은한때대기업소속으로잘나가며열사의나라에서부하직원들을닥달했듯

그기고만장이하나도수그러들질못하고氣가하늘충천

누구하나그의곁에서친구로교유치를못하였다

막장그대로홀로만의

독불독선의장군

나이가들어가면서도돈이면세상모든것이다자기아래인줄

철없는망상의과시와그칠줄모르는그니에게로향하는인격모독행태

어쩌다술이취해부부싸움이라도있는날이면

그를피해안해가게내실에서자고가길몇차례였다

그러면제일로안해에게속내를털어놓고

잠깐의시간만나면달려와앉던그니의행동반경을알아

안해가게모퉁이골목에다밤내차를세우곤하던섬뜻함에진저리를치던그니

잠시주민센타의동아리회장직을맡아

그암울한상황을비켜보려는노력조차헛되이

회장직도버리고는홀연히자취없이사라져간것이다

황혼이혼을요구해도절대응해주질않고

텃밭을가꾸면서욕심에욕심을내서또밭을구입해농사만잔뜩늘려

죽도록노동의강도만더해가면서우울증의증세와핍박만늘어가고

앞이전혀개선될기미가없는

절벽낭떠러지로미래가보이질않는그니의절망

어제채소등속을한바구니담아가지고

안해가게로슬몃가져다놨단다

안해가마지못해모르는척전화로고마움을표하니

그니가없어졌다고아마영영돌아오지않을듯모든소지품과옷가지가

하나도남김없이챙겨나갔다고하더란다

손자인간난아이를봐주러간다고

그와지인들에게이야기를남긴그니

처음며칠은그런줄알다가그만눈치를챈것이었다

그니는몇달을걸려차근차근준비를했단다

하나남은아들혼사를치루면서바로

인근대도시에다단칸방을얻어놓고

하나씩그니의살림살이를표시안나게야금야금옮겨갔다

아흔아홉잘하다가한가지의언어폭력과주사

그에결정적상처로너덜거렸던그니

아직도

황혼의나이에이르러서도

아부지세대의일방적권위주의로홀로기고만장

다들그것이보이는데자신의눈으로는절대자신이보이지않는

황혼기에이르러절대피해야할배우자를향한치명적결함

자기혼자생각만으로

그니에게잘하고있다고스스로가자위하는그를바라보며

한숨만폭,폭,내쉬던치욕스러운수십년의세월이었단다

자기의위악한독선독재

그것을끝내고집하고깨닫지못하여이르게되는가정파탄

부부지정의붕괴로인하여홀로곤고하게

먼황혼길을가야할고되고먼길

몇차례그니가울부부를

집으로의초대해서함께막걸리를나누면서

그를넌즈시비켜본내안목

그는철들자망령날

만사가그저돈으로만다될듯기고만장함의극치

남을함부로밑으로깔보는

참을수없는가벼움

치명적인결함을정작그는전혀모르는듯했다

부부지정으로

측은지심으로

서로를아껴가며살아도짧은황혼기를

절대고쳐지질않고혼자기고만장이하늘을찌르던

그섬뜻한독선

노년기의긴백세시대를

상실의시대로마감짓는우매함의파탄

조금만둘러보면의외로이런가정이많다는데놀라움이크다

이를타산지석으로삼아그리살지않을일이다

부부지간서로가결코넘지말아야할자존심의경계까지

함부로침노치를말것이며상대를서로인정해주고아껴주며

등다독여토닥,토닥..그리살아갈일이다

황혼기에

쓰나미처럼주체치못하게닥쳐드는

쓰라린상실의시대

육십중반에가정의상실

다시는남편곁으로돌아오지않겠다고

그렇게아주멀리떠나간그니

가뭄으로삐득삐득말라

단풍도들지못하고떨어져나간나뭇가지끝

안간힘으로

가지를붙들고매달린老醜

상실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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