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좋은 날
BY glassy777 ON 10. 22, 2015
오늘은좋은날
생일초대를받아가는아침입니다
64세를맞이하시는이양반은
권순이이름자를울부부는건순이라고부릅니다
내가가끔노래방에서
나훈아노래인[18세순이]에다
나이는64세이름은건순이!~라고
개사를하여불러주면
좋아서주금입니다
해서거실장식장에서맛난와인한병을
꺼내옆구리에끼고설라므네
건순씨집으로가는길
참좋은날을
어찌즐겁게축하를할까궁리합니다
공원을가로질러가면서
건순씨의방랑끼를생각합니다
뭔바람이갑자기불어생뚱맞게도
제주도로건너가가게를운영하겠다고했다간
제주원주민의텃세에그만7개월을못버티고다시
제자리로돌아온것입니다
원래는안해가게에서2년여써빙을도와주던
그런정들인사이였는데그만제주로휭!~건너가
기천만원만휭!~삼다도에보태놓고는다시뭍으로
휭!~건성건성건너와섹스폰에취미를
잔뜩들이더니만그에푹,빠져
날이가는지세월가는지
룰루랄라..건드렁건드렁건성건성..재미나게도삽니다
혼자단촐하니산지가근8년됐습니다
아직도전남편인아저씨와아이들땀시연락은
간간히나누며살아가는눈치인데
항상웃는낯을하니좋습니다
건순씨는나를만나면손을들어
하이~회장님!~아리가또고자이마쓰!합니다
허면나는고자이마쓰보다더멋진메리크리스마쓰!~로답합니다
같은마쓰가붙으면인사가됩니다
그명랑함에곁에있는사람조차기분을올려주는
신통방통함을가지고엄청밝게살아갑니다
안해의주선으로중소기업직원식당일을
저녁10부터새벽1시까지만근무하는
그런직업으로날개를달더니
맨날맨날낮이면주민센터에서
섹스폰만냅다불어댑니다
곁에서지켜봐도
참행복한사람입니다
아래사진파스텔톤단풍잎같이
참아름다운노년기를나름대로구가하면서살아갑니다
인생지지고볶으며골치아프게살지만않겠다는
지혜로운新자유여성입니다
어느면에서는
이풍진세상살이에서
제일현명하게살아가는사람인지도모릅니다
그저욕심없이적게벌어적게쓰면서삼천리강산
마음훨훨~날아댕기는자유인
낮시간이면안해가게내실에자주나와서앉습니다
손님한가한시간대에는안해와친자매이상으로속정깊이
어쩌다나가보면웃음소리가밖으로
갈갈갈..자주들리곤합니다
안해와는해마다서로생일을챙기는데
오늘생일집에가는아침
가을가뭄에삐득이던단풍나무들이
기껏가을시늉을합니다
동네잔치에서건순씨가섹스폰나팔을불던
공원음악당에도낙엽이그야말로
우수수..떨어집니다
바람만건듯건성불어도
마치퍼레이드색종이를밟으며걷는기분입니다
건순씨아파트에다달았습니다
초인종을누르며아래를내다보니
가을이꽤깊었습니다
스스로가차린생일상입니다
내가좋아한다고나물반찬에공을들였습니다
그중들기름에볶은
홋닢나물이제일맛납니다
요상한기계로고등어도구워냈습니다?
쇠고기넣고끓인미역국인데
조선간장으로간을하여설라므네
딱제입맛입니다
울부부가가져간와인은점심에
안해와같이서오라방이라고부르는
두양반을초대하여마시겠다고뒤로놓고
요상히듣도보도못한외산샴페인을꺼내놓고
병마개를따느라생일아침달,달,달..몸살을앓습니다
먼노무콜크마개가열리질않으니
남자인내가주거라구얼굴벌개지면서마개를열어
축하주를손떨리게따라줍니다
울부부에게
특히나안해에게는가까운이웃사촌으로
사촌언니이상으로살갑게지내는
참좋은인연입니다
얼마나입맛에딱맞는상차림이었는지
과식을하고야말았습니다
아니?건순씨의자칫쓸쓸해할생일을함께하느라
짐짓너스레를떨면서나름한유머를하는
나의내공으로배꼽을잡게만들다보니
나도모르게과식했습니다
아침댓바람부터샴페인곁들인식사에식곤증이밀려오면서
감당이안되게눈꺼플이게슴츠레무거워지는데
이거안되겠다싶어서후딱!
안해에게아침운동을재촉하여
집으로올라와운동복으로갈아입고설라므네
무작정산간마을로길을잡았습니다
안해가공룡알이라고부르는
저논배미한가운데놓인가을걷이용짚을싸서포장한
소먹이용사료덤이둥근뭉치입니다
비닐로진공포장하듯하여겨우내
속에서발효가되어소들에게는아주맛난사료가됩니다
시제각주위에도
감나무에감이주렁주렁가을입니다
빈논배미에도
짚낟가리가상투를틀고돌아앉아
가을이깊었음을그려주는그림
저가을속으로
걸어갑니다
콩대를조가려세운
정겨운풍경도지나가면서
안해와두런두런가을을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