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남쪽바다, 비진도에서

나를태우고섬으로들어갈동백2호

잔잔히물살을가르고

들어온다

가게때문에함께하지못하는안해를두고

나홀로떠나는여행

배낭을꾸리면서도

고얀히미안한마음만건너간다

때로는홀로떠나는여행이고플때가가끔씩있다

그렇게홀로떠나는여행에서의

쓸쓸한여수는

책몇권을읽는것이나진배없이

가슴속저변으로부터끄들려올라오는그무엇

그것을딱히뭐라고표현할길이없으나

필설로도다하지못할

홀로여행

작은뱃머리에섰다가그만

물보라에황급히들어온조타실겸선장실

바다에도네비게이션이존재했다

세상이란바다를항해함에있어

삿대나돛대역할을대신해주는네비게이션

방향감각아울러

내가시방세상바다어디메쯤을가고있는지

내가가고자하는방향으로잘가고는있는것인지

삶이팍팍타고할지라도

가끔씩은이렇게내삶의지표를들여다볼일이다

작은배의높낮이가가파른바닷길

삶또한무거워야덜흔들릴진데아쉽게도

우리네삶거개는경황없이가볍다

다소간의미미한차이가존재할뿐

다사는게거기서거기일진데

고단한인생船

누구나의뱃전마다에는바닷물이튀어오르고

시야뿌옇게맑지를못하여

높낮이로흔들리며인생바다

그넓음을가느니

비진도에도착하여

숙소를정해놓고마당에서아래를내려다보니

풍광이그림같이아름답다

섬에서하룻밤을유하는것은

언제나먼태고적유년시절안뜰에앉아보는일이다

살아간다는일

수레바퀴에깔리지않으려다가

그쳇바퀴속에갇혀버리는건아닐까..하는

헤르만헤세글한줄

休란무엇인가

짐짓잃어버리고살아온자아를

그정체성을찾아떠나는

여행지에서의홀로

바다로의여행은

푸르른젊음이아닌다음에야

시끌벅적스러운여름바다를멀리밀쳐두었다가는이렇게

혼자아니면둘이서단촐하게배낭꾸려

철지난바다를찾을일이다

배낭을대충숙소에남겨두고

등상화끈을바짝조여매고선에섬안을돌아보기로했다

채두어시간도걸리지않는섬

그냥심심파적한갓진마음으로이런저런생각으로

천천히걸어가는섬산허리

몇차례높고낮은구릉을지나고

내려다보이는섬마을

그섬마을동네윗쪽언덕땅두릅밭왼편으로

왼종일바다만내려다보는폐교가된

분교운동장이나타났다

저녁해를받아사위어가는

낡음으로더욱외로워지는

쓸쓸한해조음만이

멀리에서가느다랗게들려오는핵교

어릴적초동친구들의함성소리가와와~들려올듯

자꾸만뒤를돌아다보는분교마당

바다가보이는교실

그창가에앉아

개구리같이들와글버글외우던구구단

이즈음의해거름이면

점점이섬마다에어둑히지는섬그늘

그아래쓸쓸히남아불렀을동요

낮에놀다나뭇잎배는잘흘러가고있을까

봉숭아물발갛게들인손톱끝광목실은풀리지않고

광목솜이불에쓸리지는않을까?

뒤척이던지난밤

끄덕끄덕졸다가

선생님께손바닥몇자례화끈따끔맞던

대나무잣대에아프다고모만상을찌푸리던

그동무들은다어디갔을까?

아..눈물없던그시절

하릴없이서성이는유년의뜰안

운동장에철푸덕앉아

동무들을불러본다

철봉대에거꾸로매달려

두팔을늘어뜨려아래로뻗으면

새로운세상이펼쳐지곤하던운동장끄트머리쯤의바다는

오늘도너희들을기다리면서쓸쓸하게도

저기저가여운응시

무엇이급해구구단도다못외우고는

그세상으로건너갔다더뇨?

가끔씩찾아가막걸리잔을따라서봉분에붓는

살아남은이친구로써의애끈함

너희는아는고?

구구단도채못외우고나머지공부독파놓고하던

너희는시방어드메쯤바다위를

흘러흘러간다더뇨

세상살이가그렇게고되고힘들다던?

울쌍봉핵교5-2반동무들아!

너희들우루루쓸려간먼바다어드메쯤

고단한삶의닻을내렸다느뇨

아직채몽오리가영글지도못한

동백아래에서

너희들여섯명이름자를하나씩

호명해보느니

젊은한때높푸르던우리들머리위로

입춘이지나상강절기에들어

첫서리허옇게내리고는

귀밑머리위쪽희끗희끗정수리에

속알머리훤히넓어지는시방쯤의우리네나이가

저분교팻말과그닥다르질않았구나

낡아빠져삐걱거리는교문

녹이슬어나무판자같이오소소부서지는철문

그앞에천연덕스럽게서서

오줌을내갈기던

유년시절

너희들우루루

쓸려가고뒤에남은세월아득히

생각하면생각사록너무도짧게잠시간이었구나

어떻게살아내야

너희들몫까지잘사는일일까

이렇게폐교된섬마을운동장에서

깊어지는마음자리쓸쓸하다

이제어린아이하나없는

섬마을

젋은이다뭍으로도회지로떠나가고

늙어진빈쭉정이같은부모님만

섬안에남아지켜가는

남쪽바다먼섬

등대아래황혼빛만이섬을지키는

남쪽나라먼섬비진도

저물녘

잔잔한바다

손을뻗으면닿을듯한

작은섬

바다언덕배기에올라

턱을괴고앉아

무연히

저물어가는다도해

먼바다를앞에펼쳐두고하염없는마음

금빛바다

황금노을이너른바다멀리에서부터

내게도깔리는시시때때

금새다른풍광으로바뀌어가는

바다빛과섬안개에가뭇없이멀어지는다도해

한낮에높던풍랑과파도소리도

잠을자러멀리수평선으로나가는저녁바다

그바다가내배경이되어주는

여행지에서의깊은여수

저먼다도해섬들에서는

누가살아갈까?

고독을친구삼아

바다를일궈살아가는

소금끼배인

고단하지만잔잔한일상으로

나날이행복을일궈가며

바다함께살아갈

바닷가마을들이조갑지엎어놓은듯

그렇게올망졸망살아갈것이노니

어느

도회지삶이있어

저어부의지게에얹힌

가붓하면서단조로움이짭짜롬히배인

저삶의등짐보다더나을수있다고자부할것인고

옛노래를부르며낯선여행자를

하나의식치않고지나가는

저어부의흥얼림

가련다떠나련다

어린아들손을잡고..

저물어어둑해지는

비진도방파제마다에가로등이하나둘씩

어스름불빛을밣히면서

가까운등대에서

등배불환히명멸하기시작하였다

숙소로돌아와창아래에앉아

다시금먼바다를넘겨바라보다가

한줄에

술한모금

싸고도싱싱한통영시장의

유명세를타는회꺼리

이것저것섞어

저녁을대신하여에우고선에

밤바다어둑히해변으로내려가

고동인지뭔지모를것들을하나씩주워다

궁여지책이쑤시게로빼먹는호사

맥주한캔귤몇알로

거뜬히든든하게비운간략한저녁食

코끝이바알가니

매서운바닷가밤바람을맞으며

달빛이하좋아

섬안길을걷고또걸었다

집을

멀리떠나온여수

그달빛아래마음

쓸쓸히도아름다워지는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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