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남쪽바다, 비진도에서
BY glassy777 ON 10. 31, 2015
나를태우고섬으로들어갈동백2호
잔잔히물살을가르고
들어온다
가게때문에함께하지못하는안해를두고
나홀로떠나는여행
배낭을꾸리면서도
고얀히미안한마음만건너간다
때로는홀로떠나는여행이고플때가가끔씩있다
그렇게홀로떠나는여행에서의
쓸쓸한여수는
책몇권을읽는것이나진배없이
가슴속저변으로부터끄들려올라오는그무엇
그것을딱히뭐라고표현할길이없으나
필설로도다하지못할
홀로여행
작은뱃머리에섰다가그만
물보라에황급히들어온조타실겸선장실
바다에도네비게이션이존재했다
세상이란바다를항해함에있어
삿대나돛대역할을대신해주는네비게이션
방향감각아울러
내가시방세상바다어디메쯤을가고있는지
내가가고자하는방향으로잘가고는있는것인지
삶이팍팍타고할지라도
가끔씩은이렇게내삶의지표를들여다볼일이다
작은배의높낮이가가파른바닷길
삶또한무거워야덜흔들릴진데아쉽게도
우리네삶거개는경황없이가볍다
다소간의미미한차이가존재할뿐
다사는게거기서거기일진데
고단한인생船
누구나의뱃전마다에는바닷물이튀어오르고
시야뿌옇게맑지를못하여
높낮이로흔들리며인생바다
그넓음을가느니
비진도에도착하여
숙소를정해놓고마당에서아래를내려다보니
풍광이그림같이아름답다
섬에서하룻밤을유하는것은
언제나먼태고적유년시절안뜰에앉아보는일이다
살아간다는일
수레바퀴에깔리지않으려다가
그쳇바퀴속에갇혀버리는건아닐까..하는
헤르만헤세글한줄
休란무엇인가
짐짓잃어버리고살아온자아를
그정체성을찾아떠나는
여행지에서의홀로
바다로의여행은
푸르른젊음이아닌다음에야
시끌벅적스러운여름바다를멀리밀쳐두었다가는이렇게
혼자아니면둘이서단촐하게배낭꾸려
철지난바다를찾을일이다
배낭을대충숙소에남겨두고
등상화끈을바짝조여매고선에섬안을돌아보기로했다
채두어시간도걸리지않는섬
그냥심심파적한갓진마음으로이런저런생각으로
천천히걸어가는섬산허리
몇차례높고낮은구릉을지나고
내려다보이는섬마을
그섬마을동네윗쪽언덕땅두릅밭왼편으로
왼종일바다만내려다보는폐교가된
분교운동장이나타났다
저녁해를받아사위어가는
낡음으로더욱외로워지는
쓸쓸한해조음만이
멀리에서가느다랗게들려오는핵교
어릴적초동친구들의함성소리가와와~들려올듯
자꾸만뒤를돌아다보는분교마당
바다가보이는교실
그창가에앉아
개구리같이들와글버글외우던구구단
이즈음의해거름이면
점점이섬마다에어둑히지는섬그늘
그아래쓸쓸히남아불렀을동요
낮에놀다나뭇잎배는잘흘러가고있을까
봉숭아물발갛게들인손톱끝광목실은풀리지않고
광목솜이불에쓸리지는않을까?
뒤척이던지난밤
끄덕끄덕졸다가
선생님께손바닥몇자례화끈따끔맞던
대나무잣대에아프다고모만상을찌푸리던
그동무들은다어디갔을까?
아..눈물없던그시절
하릴없이서성이는유년의뜰안
운동장에철푸덕앉아
동무들을불러본다
철봉대에거꾸로매달려
두팔을늘어뜨려아래로뻗으면
새로운세상이펼쳐지곤하던운동장끄트머리쯤의바다는
오늘도너희들을기다리면서쓸쓸하게도
저기저가여운응시
무엇이급해구구단도다못외우고는
그세상으로건너갔다더뇨?
가끔씩찾아가막걸리잔을따라서봉분에붓는
살아남은이친구로써의애끈함
너희는아는고?
구구단도채못외우고나머지공부독파놓고하던
너희는시방어드메쯤바다위를
흘러흘러간다더뇨
세상살이가그렇게고되고힘들다던?
울쌍봉핵교5-2반동무들아!
너희들우루루쓸려간먼바다어드메쯤
고단한삶의닻을내렸다느뇨
아직채몽오리가영글지도못한
동백아래에서
너희들여섯명이름자를하나씩
호명해보느니
젊은한때높푸르던우리들머리위로
입춘이지나상강절기에들어
첫서리허옇게내리고는
귀밑머리위쪽희끗희끗정수리에
속알머리훤히넓어지는시방쯤의우리네나이가
저분교팻말과그닥다르질않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