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아침운동나가는길

은행나무아래샛노랗게떨어진은행잎이

한참동안발길을멈추게했습니다

은행나무아래에서

누군가에게편지를써야겠단생각을했습니다

이번가을은유난스레

글의행간들이촉촉히젖어듭니다

이번가을은몸이아프니

마음이자꾸여려지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무엇보다

오오래정들인공간과의이별을준비하려니

마음의허공중빈간극을주체키가참버겁습니다

모든삼라만상이

쉼없이돌고돌아가는

윤회세상이라고는하지만서도

이즈음의내마음은

꼭그렇지만도않습니다

운동을나가면서

여느가을과같은빈들판이건마는

유독히이번가을은벼베기를마친논배미가

휑하니넓습니다

그래서이가을

엄청부지런스레여행을많이다니고

또다녔습니다마는

지내놓고돌아보니

헤매돌다가돌아온것일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불구하고

또먼데가그리워집니다.

지금당신의발밑에는

어떤낙엽들이떨어졌는지요

그리고당신은

이가을무슨생각으로보내십니까

당신의창가에도샛노란은행잎이지고

바람에흔들리는빈가지끝에

마지막남은갈잎하나

흔들리고있는지요

울지마세요
돌아갈곳이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곳이없겠어요


구멍숭숭뚫린
담벼락을더듬으며
몰래울고있는당신

머리채잡힌야자수처럼
엉엉울고있는당신

섬속에숨은당신
섬밖으로떠도는당신

울지마세요
가도가도서쪽인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곳이없겠어요

가도가도서쪽인당신/이홍섭

아..어디먼데가을바다에나

훌쩍댕겨와야쓰것습니다

하루왼종일

그곳바닷가벤치에앉아

턱괴고먼수평선만바라보면서

무장무장안겨드는그리움만

먼수평선끄트머리에

슬몃놓아두고는

와야겠습니다

지금쯤그대의가을은

어떤빛깔을하고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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