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가을비, 올똥 말똥

하늘은가을비가올똥말똥

접이우산을가볍게

배낭에넣어

오늘은아침운동코스를멀리까지잡아

걸어서안성땅으로넘어갔습니다

아주작은분교같은초등학교가

오늘의목적지입니다

전교생이몇명되지않는학교지만서도

공모를통한교장선생님을모셔와

학교가활성화되었습니다

은행나무아래로소복히쌓인낙엽즈려밟고

가만히벤치에앉아

먼길을걸어온

수고스러움으로음료를마십니다

아이들소리

하나들려오질않습니다

이럴때에는

어느학년의음악시간이면

참운치있는날이면서좋으련마는

그냥고요하기만합니다

하릴없이놀이터시소에도앉아보고

흔들흔들그네도타면서

교실쪽창문만바라봅니다

배낭에항상넣어다니는

시집한권을꺼내

저소녀옆벤치에서

슬몃책을꺼내펼쳐봅니다

바람도약간서늘하고

동풍이불어온다고바람화살이동쪽을가리킵니다

바람팔랑개비팔랑팔랑..가을비올까말까

접이우산을꺼낼까말까

가랑가랑

이슬이슬

심심파적으로

귤한개를입안에넣으며책에서눈을떼고

국기봉을바라보니

태극기가

바람에휘날립니다

가을비가그예끈오려나?

가을비올똥말똥

집으로갈까?

일어설똥

말똥

생각사록

인생지사새옹지마입니다

넘어진김에쉬어간다고

몸을추스리는일로쉬어가는안식년이된

올한해가저윽히저물어갑니다

평생이렇게쉬어보긴처음입니다

하다못해방학기간에도사흘을노닥노닥쉬지못하는성정으로

인력시장천변으로나가막일을찾아보기도하고

땀이비오듯쏟아지던여름방학에는

공장생산라인에서머리에

등산용수건을질끈

땀을쥐어짜면서노동의개운함에들곤했는데

누구보다도강건한체질이었음에도

부단히운동을했음에도

급작스레닥친건강적신호에

당혹스러움으로지냈던

을미년한해

연초1월19일부터시작점으로

병과의긴투쟁을겪어내면서의우여와곡절

살면서평탄하게곡절없이살아간다는것은

누구나의삶공히불가함을알기에

그냥겸허히받아들여서

안식년이라명명하니마음이우선평안했습니다

살아간다는것이

꼭오늘같은가을날씨였습니다

비가올똥말똥

먼길을나섰다가는그만맞닥뜨리는

찬비에비실비척으슬으슬

기운이감하여찾아드는감기에눕고

쇠하여찾아드는병치례에

한해다르게늙어가고

그것을통칭생로병사라이름하니

어찌이자연의법칙아래순응치않겠는가마는

그래도닥쳐드는노화현상은야속히도

비켜만가고픈것이인간지사

학교옆밭머리에

봄날에피는노란꽃이한가득만개했습니다

입동지난꾸므레한하늘

찬비가내리려는이계절의끄트머리에서

봄의길목회춘으로가려하는고?

꽃봉오리에

벌까지날아와앉은

젖빛구름낮게깔린

둑방길을걸어서집으로가는길

가을비올똥말똥

접이우산펼똥말똥

(KevinKern7집imagination`sLight/RememberingtheLight外10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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