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둑
저녁판에

안해로부터데이트신청이들어왔다

약속시간에가게로나가니손님이북적북적

약속시간이라고가게를비우질못하고

내실에들어가기다리길시간여

그냥맡겨놓고울부부는가게를나서

바로옆점포에개업을하는

가게로들어화분대신

봉투로축하

음식과곁들인유자청소주를시켜

만만하게홀짝홀짝..쥔장내외가옆에앉아

계속술을날라5병이되고야말았다

뭐시라?

순하다고라?

이술이뭣인가자세히들여다본다

아..그려

일전에주문진항으로문어한마리를찾아

형님내외께서내려오셔서

울부부를태우고간

그항구뒷골목

거기서처음접한저유자향가득

만만하게목넘이를하던

그술이아니던가베

안해가낮술에그만문어안주도제대로못먹고

생고생고생하던그낮술술도둑

안해가게술장고에서흘끔거리며

아..울가게에도강원도에서

예까지와서들앉았구나

그술도둑

원체가소주는일년내내한병은커녕

한잔술도마시지않는터라

별무관심이다가

개업집에서뭔술을들겠냐는병권을맡기기에

그예의유자청소주로병권을발휘

30초반젊은부부를축하

안해가게오랜단골손님이었다가

바로옆점포에다개업

진정어린마음으로축하를해주는자리

그흐믓함으로건배..또건배

어라?이번에는내가술도둑을맞았다

근일년만에맛나게도둑을맞아

일병에또일병

상병에또상병

병장에하사

탄띠두도둑맞고

칼끝시퍼렇던대검두도둑맞고

씩쓰틴두실탄장전째

걍기분좋게고스란히

단독군장을무장해제당하고야말았다

어찌나닭찜에매운고춧가루에치즈를얹었는지

술에빙빙..매워서이마에땀방울맴맴

얼콰하니일어서는데개업떡한접시를챙겨주길레

걸어서집으로비틀올라오다가

집에도못가고24시편의점에서고군분투자고먹고

열심히버텨가며살아보려고엄청눈물겹게

점포에서먹고자면서가게꾸리는

가게건너편에30대후반또하나의젊음에게들러

개업떡으로부족한허기피로에보태라고

떡을내밀고는아무렇캐나커피

두잔을하나씩사들고

집으로올라오는

가붓비틀한

밤길

살면서이렇게마음안에

가끔씩술도둑도순하게들이며살아갈일이었다

이렇게자다가일어나

봉창을두둘기는

신새벽

끙끙잠못이뤄하는

한밤중

아흐..술도둑에게

모든것다털리고는엇찔!

그렇지만기분은

순하리순한삶의즐거움

이렇게

한밤중에일어나

봉창두둘기다슬몃안방에들어가

안해이마를짚어진맥을하는지아비도있었다

일년만에술도둑이들어

모든것다털린

만땅!!

하지만

순하리처음처럼.

나가시방

꼭두새벽에뭔흰소리로봉창을두둘기구앉았데그래?

큭!

내두모올러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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