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BY glassy777 ON 11. 21, 2015
새벽같이
연중행사를치르러
장화를신발장에서꺼내싣고간
지인의배추밭
무농약배추농사라서저으기안심이다
여름내가뭄으로시들시들하며커온배추가실하다
안해는칼로따고나는단카로연신차량으로나르니
두어시간만에밭을나섰다
대파와실파도캐서싣고
토란밭에서알토란도캐설라므네자루에담았다
주인장이슬몃차에얹어주는마늘두접에
마음가붓하니상긋하다
놉을사서사람을얻고며늘아이가내려오고
이웃들이도우러왔지만서도나의역할은여기까지다
뭔노무오십견아닌육십견이닥쳐들어
어깨통증으로잠도설칠지경으로욱,욱,쑤석거린다
안해가손마사지로
엊저녁내곁에앉아주물러주고
뜨거운팩을어깨에얹어주며호호~했건마는
또부황을뜨고파스를붙여도그닥소용에닿지를않는다
한의원도별무소용
정형외과에서도뽀족한수가없다니
그저버티고배기는수밖에는별도리가없어보인다
그통증이하필
오늘아침부터더욱욱씬거린다
이거며느리앞에체면이말이아니게생겨먹었다
그래도아이들이서울서내려오는데김장행렬인지
고속도로가꽉막혀정체되는사이에
밭에서배추따는일을마무리하고
체리부로토종닭도사고막가게앞에당도하니
며느리도막당도하여우렁각시안해가뚝딱,토종백숙대령
따라주는고택주두어잔으로속을든든히하고는
가게옆공터에배추를부리는일은모두맡기고
내실에들어파스를붙이고누웠다
일을산더미하고누웠기로
영마음이편편치를못하여일어나
다라이를내다가수도꼭지에긴호수를
철물점을오락가락사다가연결하는일로역할을마무리
일하시는아주머니에이웃에놉을얻어오신이웃들을보며
슬몃팔을쓸수없음을빙자하여일도거들지못하고
얼쩡리기싫어자리를빠져나와집으로올라왔다
해마다김장철에힘쓰는마당쇠역할은
훨훨날았었는데그만이렇게
체력의밑바닥을보이니
새삼세월무상타
오늘염장을지르면
내일쯤양념버무려속을넣고
김장통에채곡채곡곳간에나락을쌓듯하리라
허면수육을삶아막걸리한잔술?
이맛에대한민국남자들은마당쇠를자처하는것일게다
유년의입동추위가콧등으로닥쳐드는날
서리가논밭둑으로허옇게내린아침부터마당한가득
배추를뽑고무우를뽑아다가쌓고김장하는날
아부지는연신지게질로나르시고
할무니지휘로당숙모를비롯하여이웃집아주머니들이
우루루몰려와멍석위에둘러앉아김장준비를하면
나는괜히잔치날처럼신이나서
멍석주변을맴돌면서무슨심부름이던
안시키나..얼씬거렸다
샘가에서두레박으로물을길어올리는일을
배가흥건히다젖도록긷기도하고
이웃집으로다라이며광주리를빌리러
심부름을다니기도하고
그러다가손이시려오면마루에올라
따순할머니약손을부여잡고손을뎁히곤했다
아부지가무우를마당가에쏟아부리시면
형과나는무우청을자르는일을
낑낑대며한역할했는데
그무우를김장에얄팍넙적넙적썰어넣고
김치가알맞게익으면김치와함께상에올라오는
무우의시원서걱한맛은얼마나개운했던가
그저입에서살살녹아드는김장속무우두쪽이면
밥한그릇뚝딱,거뜬히비웠다
아부지는마당한켠포도넝쿨아래에다
곡괭이와삽을동원하여무우구덩이를파셨는데
흙을삼태기로담아뒷곁굴뚝머리아욱밭에옮겨가며
향나무담장아래돼지감자도심심파적으로
캐다가씻어서먹곤했는데
어석거석참맛났다
김장이끝나면할아부지께서십원짜리지폐를두장
수고한품값이라며나눠주셨다
허면방죽거리엿장수네점방에들러
이순신장군그림이그려진
건빵을한봉지사서
입안에녹혀먹는
극진한호사
건빵맛의식감이며
혀끝으로감켜들던구수하면서달콤한꿀맛
김장하는오늘문득그맛이그립다
요새길거리에서파는건빵에서는그맛이안난다
연전에그맛이그리워한푸대를샀다가그만
처남댁개사료에보태고야말았다
아마도우리밀이아닌수입밀가루라는
재료에서부터의차이였으리라
그리고또하나
충청도에서는김치를짠지라고불렀다
또짠지를김치라고불렀다
이뒤바뀐용어로인해서울로공부하러올라와서
한동안갸우똥이해가안돼헷깔렸다
김장배추가지난주보다값이두배로뛰었다
늦은가을비로인하여배추속이
썩어들기시작하였단다
배추를따면서보니몇개는이미썩어들기직전이다
다음주면추위가급작스레닥친다는예보
좀서둘렀어야했다
하지만배추가상하기전에이렇게김장을하니
남정네인내마음도안도감으로든든타
며느리를얻으니참좋다
이렇게마당쇠를면하고나니이아니좋을씨고?
어화둥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