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잔치

저녁늦게까지술상을차려놓고

개운한야구결승전을보면서앉거니눕거니뒹굴방굴

참정겨운거실풍경이아닐수없어

흐믓해지는마음자리

새벽같이아들며느리에우루루나가

염장을지른배추를건져내

씻친다음

아침겸사막걸리추렴

구룡포에서어제택배로올라온

싱싱한과매기에술한잔

며늘아이가좋아하는닭뼈무침맴맴

얼큰히속을요기하고는

배추양념속을빙둘러서번개같이

손놀림으로오전에일을다마무리를졌다

이번에는내가좋하는닭고기육개장을

앞앞이한그릇씩을놓아주고

찹쌀을말아먹는맛

다말아먹고늘어질즈음

부어라마셔라를마음껏한연후

상을새로정리하고오늘의중심음식이들어오다

1박2일간수고를아끼지않고덤벼든

아들며느리에대한최대한의

술과음식베품을푸짐히

금새만든김치를입안에넣으니

그맛또한일품중의최고의식감과맛이라

두종류의싱싱한한우육회를

안주로전통주인고택주한잔을마시는데

옆가게들에주욱~김치보새기를하나가득씩돌리니

맛과인심에감동한사람들하나둘인사차들러인사를정중히해오는데

새삼스레이웃들과의나눔으로활짝,모든피로감이

일거에날아가면서흥이차오르다

김치답례로

치킨집사장님이가져온뜨끄따끈한치킨튀김

다시안주로째개를끓여상에올리는안해

그후덕한마음씀씀이로이웃이환하다

살코기로만다시세팅

내앞으로놓이는

간결한접시들에그만

밀려오는감동

자식며느리들앞에나를높여대접하는그마음하나로

내어깨가갑자기천장에가닿았다

김장날

그옛날꼭아부지상을따로차려내

우리들의젓가락숫가락이범접치못하게해드려

느긋하게술한잔을드셨던아부지

어느덧그부러운아부지가내가됐다

연신나를챙기는며느리

이쁘다고어깨를다독다독

환타한잔가득따라주니입이귀에걸리는며느리

연중이런잔치분위기가몇날이나되려는고

이렇게좋은날식구들끼리의

북적거나한김장잔치

시원한굴을한점에넣고

슬몃집으로올라와

서재아닌침대쿠션에기대어

대한민국에서제일편안한자세로

뒷창으로건너다뵈는백운산자락을

저윽히바라보면서책속으로깊이드는고요

이제김장잔치는끝나고

겨울채비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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