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리끼리 반갑다

고향에초동친구인경*가뜻밖에

시방막안해가게근처라고전화가왔다

인삼농사로눈코뜰새없이바쁜친구라서

농한기외에는되도록이면연락을

서로간에자제하는

기본적예의를차리는

고향에초동친구

메주콩과같이구수하고따스한친구

일만황소같이해대면서

기러기아빠아닌기러기아빠로산세월이

근15년이흘러흘러늙어졌다

처자식들은대처도시에번듯한아파트를구입

제수씨와애들을공부뒷바라지로모셔놓고

자기는시골집에홀로끓여먹으며

라면과술로지낸세월이

옆에서지켜보기에

참애끈했는데

그늦둥이자식이그래도서울신촌Y대학교에들어가

친구기대에보답을하는가보다..했었는데

그아들이벌써군대에서제대를했다고

내게인사를시킨다고아들을대동하고넘어왔다

재작년에야

다망가진쭉쟁이같은친구곁으로

아파트살림을접고시골집으로제수씨가돌아왔다

그세월에친구는

폭싹늙어진얼굴에다

이곳저곳망가진당뇨병까지얻었다

친구는독학으로컴퓨터를습득인삼영농조합을세워

지역인삼농들의귀감으로이사로등재

내게도움을요청해와

조합설립과정에서경영적도움과

회계의근간을도와줬는데그덕에전박사란호칭을얻었다

어머니생전에인삼밭을

통째로넘기는계약농사임에도

파삼뿌리실한놈으로챙겨내어머니

보약겸다려드리라고자주큰봉다리에싸주던친구

아직도고단한인삼농인그가

이달중순이면어느정도올해인삼농사가

마무리지어진다고너털웃음으로

아들을앞세워인사차

찾아온것이다

아들이운전하는차에실려가면된다고

제법얼간히술잔을나눴다

몇순배의술잔을

거푸들이키곤술이취하자

너털웃음을웃지만눈가에배어있는쓸쓸한눈시울

인생참쓸쓸히가족뒷바라지기러기아빠로

그렇게허무하게산세월들의회한과

속수무책으로닥쳐드는비애감

친구눈자위가

이야기중간자꾸벌개진다

친구와의반가움에

나또한근반년만에술을제법마셨다

친구아들의어깨를다독여주면서

군대이야기로짐짓너스레

썩잘생긴아들이라고3학년복학하여

다시금공부에매진한다는

아들넘에게그냥

친구의어깨를대신하여두드리듯

다독다독..그래..그래

친구父子를보내고올라와

사는것에대한쓸쓸함과헛헛한세월에

쉬정리되지않는마음안작은파고의높낮이

메주콩같이구수하고따스한친구

일만황소같이해대면서

기러기아빠아닌기러기아빠로산세월이

근15년이흘러흘러늙어간

친구와나와의우정세월

맥주한캔을따놓고

건성으로책을펼쳐놓았는데

활자체에초점이영판잡히질않고

자꾸만글자가흔들린다

친구와의우정을위하여!

이정체모를쓸쓸함을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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