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고갱이

서울형님내외께서

갑자기내려오시며고속도로에서

금방도착한다고전화를주셨습니다

내건강을염려하여내안색을보러두냥반이

불식간내려오시는것입니다

그래도세상천지간에이렇듯

살뜰히챙겨가는것은

혈육의정입니다

어찌반갑지않겠습니까

걸음이빨라집니다

오늘은장날이라안해가수육을삶는다

메밀묵을사서묵을상에올린다

대구말린것도전자렌지에

알맞에궈서올린다

대봉에단감을깎아올린다

호박죽도올린다

장을봐다가준비하여상차림을하면서

반가움으로달달달..입니다

거실깊숙히에까지들어오는

맑은겨울햇발이마치봄날같이따사롭습니다

하늘에구름한점없이포근한겨울한가운데서

거실가득쏟아지는햇볕을받으며

이러저러이야기의閑談

그러다가는안해가갑자기

언배추를뽑아가라는지인의전화를기억해냅니다

급반기는형수님의표정에바로

일어나배추따러나섭니다

배추밭으로달려가배추를따는밭고랑으로

단가에배추고갱이를실어내오는데

단가가훨훨날아댕깁니다

충청도식으로된장을풀어넣고배차국(배추국)을끓이면

그맛깔스러움의구수한맛을그어떤음식과

절대비교를하겠습니까

몇고랑을쑤시고댕기면서단가며푸대에

가득가득실었습니다

안해가게손님용으로도욕심을내야지요

이젠큰추위가닥치면밭에서나자빠질것이기에

얼마던지따가라고합니다

아..차뒷칸가득싣고보니배가불러옵니다

천상농사꾼의자식이었습니다

저녁에는시원한배차국에쌀밥을말아

속풀이를해야쓰것습니다

이런소소한것들이

시골에사는낙이지싶습니다

형수님은언제놓고가셨는지

식탁에놓인강화도멸치속젓이보입니다

비린내가나면찍어보지도못하는내가

짭짜롬한바다향가득한젓갈에

배추고갱이를싸서

수육과함께

한점두점심심파적으로먹으며

그고소함으로컴퓨터책상앉아자판을칩니다

으아..벌써배가불러오고

저녁식탁배차국이눈에아른어른거립니다

행복한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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