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입자, 마음

절기가대설을지나가더니만

거실로들어오는햇살이더욱맑고깊어졌다

하루에서이렇듯한시공에머무는순간이

내면에서따습게차오르는

미세입자적마음

그밝은햇살아래

안해머리염색을들여주며언듯보이는흰머리에

갑자기눈이부셔오는애끈함

속속들이감춰주려는흰머리는

자꾸만검은머리를비집고위로솟아올라

염색을비켜가려는안간힘

한올두올웅쳐서정성들여치올리는

칫솔끝에묻은염색약을

마무리할즈음

고요를깨는초인종소리

딩동!~

일전

인사동에서오랜만에만났던

제천사는친구로부터부쳐온시레기한상자

채곡채곡단단히얌전하다

이렇게고마운마음씀씀이를

불현듯한반가움으로받을줄이야

오래묵은우정만큼이나박스갈무리가정성되어

손전화넣어묵직한친구사랑담아

간결체화법으로짧게

고맙다..친구야!

12권짜리긴소설을읽기시작하여

그소설배경1950~1970년대를몽롱하니헤매어

그안에서유년기를따라싸다니다가

그립고행복해지는마음

지나간시절은가난도추위도배고픔도

모두가되돌아가고픈마음

할머니가그리워진다

책을읽다가눈을쉴겸책장덮어

거실안으로들여온화분들을들여다본다

바깥추위에서온실로들여온화분들을깨끗이닦고

걸레질로윤기를내는안해의정성으로

더욱아름다운거실한켠의정물화

염색머리를비닐수건으로싸매고는

오십견으로아픈어깨쭉지에다쑥뜸을얹어주는

안해의말없는조심조심손놀림으로

모락모락피어오르는새파란쑥뜸연기의미세입자가

꼬물꼬물거실한가득피어오르는

시계침소리의고요한정적

누워있는머리맡으로샛노란겨울햇살

따사롭게따끈뜨끈지나가고

손으로햇살을짚어가는

느릿느릿한손끝

따스하니환한햇볕아래

근질근질한귓밥이나후벼달라고할까?

아님콩비지로맛난점심이나먹고싶다고할까

금강산으로유람을떠나는마음으로

사경을하는금강경일까나?

안해의불심깊숙히가늠해보는

눈부신햇살한가득한

미세입자마음

돼지고기비직한콩비지장에배추메밀전

아..먼유년의어느날뒷창가득

문창살에저녁빛어른거리던

늦은하오화롯가에

보글보글끓어넘치던그장투가리콩비지장

그맛의완벽한맛을지금이렇게

깊은맛으로만나다니

이런음식맛으로도찾아지는

소소한입맛미세입자의

행복

한10년좋이돌아

꿈결인듯이른고향동구

너는다만그밖에서환하구나!

미세입자되어깊어지는마음

겨울의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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