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

안해와함께제법먼거리를운동삼아

사찰음식인동지팥죽을먹으러

배낭을챙겨걷는다

산사에오르기도전에당도하는

극락마을이란다

충청도에서경기도를넘어서는

사계절풍경이아름다운길

지난폭설에나무밑둥이꺾여져쓰러진

설해목하나에두손을모아

합장을해본다

삶의무게를견디지못하고

스러져가는영혼들을향하여두손을모아본다

걸어서넘어가느라좀늦은공양간에서

새알옹심이가부화하여날아간

팥죽을두그릇거뜬히

동치미의시원함으로

맛나게비웠다

다시접시한가득

찰시루떡의감칠맛은또말해무엇하리

마치스님들의모습을닮은모습의

순하디순한개한마리가

떡하니누웠는모습

개는주인을닮는다고하더니만

행동거지가스님이다

단청을칠하지않는대웅전

그처마아래로

풍경소리

맑다

마치새봄같은날씨에다

나무가쟁이끄트머리에대롱대롱매달린

물방울의영롱함이나무마다에달렸다

봄님이겨울을건너

올해는맞바로오시려나보다

물에서도봄내음봄맛이다

산신각용마루위로도봄빛이다

따사롭기까지한햇볕을쬐며

오래도록해바라기를하다

건너산으로도봄날같이

좋은날

옅은명암이교차하는

앞산머리

논배미로쏟아지는햇살이

부드럽고곱다

두메저수지수변에다차를세워두고

냉이를뜯다가집으로돌아가는

동지팥죽구수한길

안해가보온병에준비해온블랙커피에

엊그제대구친구가사서실어준

에이스에따끈한커피를

담궜다가먹는

환상의맛

쉼표가있는차창으로

내다보는산천이

봄날이다

울부부에게는

세상무엇과도견주지않을

소소한시골살이의

즐거움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