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창호

그니에게서가끔발신번호가없는

카톡전화로안해에게연락이오는눈치였다

그러다가보고싶다는그니의연락을받고

**市로한걸음에달려가마주앉은

엊그제의한나절의만남

그사이에뼈가죽만남아앙상한몰골에

안해와그니는서로눈물부터보였다

한달간은힘들고외로워눈물로지샌세월이었다며

그렇지만반드시시원한것만은아닌

50:50의마음이란다

떠나보니내잘못또한전혀없다고는할수가없어

이런저런복잡스러운마음에잠을이루기가

여간힘든일이아니었단다

왜안그렇겠는가

그렇게나왔다고꼭시원키만하겠는가

그래도잘했다고격려를해줬다

이런상황을대비하여요양보호사자격증도땄단다

그첫출근을오늘하는날이라고

어찌됐던지간에홀로서기를꿋꿋히이뤄낼것이라고

짐짓우리부부를향해애써미소를지어보였다

하지만영감을두어차례더만난우리부부의마음은

그리가벼워질문제가아님을알기에

더욱착잡스러움을감추기가

마뜩찮았다

영감은절대적으로앞뒤위아래가꽉꽉막힌벽창호다

몇억의땅을매각한대금에서단돈

단돈푼이면잔돈일천만원을

이리흔들고저리흔들며

내게마져모욕감이

들도록한다

매각대금은

부부함께형성한재산이다

아직이혼도안된상황에서이건얕은잔꾀로

속이훤히보이는짓꺼리를함이여실히느껴진다

백세시대의긴세월을돈으로만살아갈까?

이번일로자식들조차돌아서서

영감의처신을바라본다

땅매각은자식들에게조차알리질않았다

말그대로그니를향한간보기용으로지폐를흔들며

백기를들고들어오라는제스처다

옆집아주머니와그니와는연락을자주하나보다

우리부부가밑반찬에김장김치며찌개등속을날라다주는

그모든것을그니가알고있었다

식사를먹는둥마는둥눈물맺힌한스러움으로

넋두리만허공중에쏟아놓는다

절대돌아가지않는다고..돌아갈수있는여지마져막아놓는

영감을향한섭섭함과아쉬움을넘어분함을

우리부부에게털어놓고상의겸사

자리한음식점에서의

씁쓸함

어느가정의요양사자격으로방문하여첫일을나가는지라

자리를털고일어나그아파트까지배웅했다

말이요양보호사지거의노동의강도가쎈

육체노동자의일이란다

집안청소부터노인목욕시키기와설거지

그리고말벗과아직미혼인할머니의40후반딸인

성격이상자의기분도맞춰줘야만하는

요양보호사가자주바뀌는

힘든집이란다

차에서내려아파트입구에서화이팅을외쳐주었다

갑자기눈물글썽하니달려와안기면서

[福받을겨유..복받을겨유]

뭔福?

벽창호같은배우자로인하여박복한그니의

이리저리찢겨진마음을다독여주지도못하는

이한계점에서더이상앞으로도진도가나가질못하는데

세상살이한치앞도예견되어지지않는것이

우리네인생사가아니던가

오늘전화가걸려왔단다

하루하고는몸져누워몸살을끙끙앓고있다고

단칸방에홀로누워얼마나아플까..하고안해는마음아파

시방잠못이뤄뒤척이기에덩달아잠못이뤄한다

이리저리알아듣게끔이야기를나눠도

절대자기관념을바꾸려고도않고돈만움켜쥔옹골참으로

벽창호도그런벽창호는없느니..

그영감은말로사람을후벼파고는난도질을일삼는

한치혀끝으로사람을시겁토록하는

말로사람을죽이는칼잽이다

더이상남의가정사에깊이개입치를못하고

이쯤에서발만동동거리는안해와나

벽창호영감의말년도

생각사록가련타.

어느날고궁을나오면서

-詩김수영-

왜나는조그마한일에만분개하는가


저왕궁대신에

왕궁의음탕대신에


50원짜리갈비가기름덩어리만나왔다고분개하고

옹졸하게분개하고

설렁탕집돼지같은주인년한테욕을하고

옹졸하게욕을하고

한번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소설가를위해서

언론의자유를요구하고월남파병에반대하는

자유를이행하지못하고


30원을받으러세번씩세번씩

찾아오는야경꾼들만증오하고있는가


옹졸한나의전통은유구하고이제내앞에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이런일이있었다

부산에포로수용소의제14야전병원에있을때


정보원이

너스들과스펀지를만들고거즈를개키고있는나를보고

포로경찰이되지않는다고

남자가뭐이런일을하고있느냐고

놀릴일이있었다

너스들옆에서


지금도내가반항하고있는것은

이스펀지만들기와

거즈접고있는일과조금도다름없다


개의울음소리를듣고

그비명에지고


머리에피도안마른애놈의

투정에진다


떨어지는은행나무잎도

내가밟고가는가시밭



아무래도나는비켜서있다

절정위에는서있지않고암만해도조금쯤옆으로비켜서있다

그리고조금쯤옆에서있는것이조금쯤

비겁한것이라고알고있다!


그러니까이렇게옹졸하게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주인에게는못하고이발장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못하고

야경꾼들에게


20원때문에10원때문에1원때문에

우습지않으냐1원때문에


모래야나는얼마큼적으냐

바람아먼지야풀아나는얼마큼적으냐

정말얼마큼적으냐……



왜나는조그마한일에만분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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