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제법겨울바람이쎄하여

머리까지모자를덮어쓰고마스크까지착용하고

안해와나란히먼산간마을까지두시간남짓운동겸걸었습니다

종아리가제법아릿해지면서기분이좋은피로감이

나른히밀려오면서두런두런이야기를나누며

먼길을걸어넘은겨울한낮이

맑고청랭하였습니다

회를잘모르는충청도사람이지만

고택酒서너잔술에먹는회맛은최고였습니다

두텁게썰어온생선회의쫀득쫀득한식감이

마치인절미를빚어놓은듯했습니다

질기지않은부드러운문어맛은

부들부들하니혀끝을농락할지경이었구요

밥은먹지도않았는데포만감은

산잔등이를넘어갑니다

이만하면두런두런부부지간연말式은됐지..싶었습니다

머..살아가는게별건가요

이제올한해가노로꼬리만큼남아

금새꼴까닥넘어갈듯합니다

술이알맞게어릿어릿하여

어릴적동요를뇌까려봅니다

손이시려워꽁!

발이시려워꽁!

겨울바람때문에..

아흐..안해가구워낸군고구마의맛

달착지근하니껍질이탄냄새

뜨끈따끈한고구마속살을숫가락으로파서먹는맛

이겨울밤의최고이며최상의맛입니다

알딸딸하니게슴츠레한귓가로들려오는환청

신구의광고카피한대목

"니가겨울밤에먹는고구마맛을알아?"

겨울밤윗방고구마동가리에서꺼내다화롯불에다묻었다꺼내주신

들척지근하니가뭇까뭇하니껍데기가탄

할무니표고구마의맛

배고픈고교시절자취방에서

연탄불가스에취해비틀거리며일어나

몽롱하니걸어넘던판자촌달동네를술취한듯걸어넘다가

홋내복바람으로추운겨울골목쟁이남의집창문아래앉아

멀거니촛점잃은눈으로올려다보던겨울밤밤하늘중천의둥근달

그리고멀리에서들려오던

메밀묵찹쌀떡!!

가까스로집으로돌아와

작은누이가내미는사발대접가득

얼음이어석거리는동치미국물을마시고또마시며

연탄가스가어여깨라고

이빨덜덜거리며삼키던그겨울밤의맛

"그대께서도세월이지나가는그때그겨울밤의깊은맛을아십니까?"

시방

거실두터운커튼바깥으로

찹쌀떡장수의목소리가

가까워졌다가는

멀어지는

겨울밤

손이시려워꽁!

발이시려워꽁!

겨울바람때문에..

옛날이지나가는세월때문에..

콧잔등이알싸해지는

겨울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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