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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캔디의 선행’ 뒷얘기 - 김성윤의 맛
‘캔디의 선행’ 뒷얘기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너무나 유명한 노래라 설명이 필요 없을 듯도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 1977년 ‘들장미소녀 캔디’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일본 TV만화영화 ‘캔디♡캔디’의 주제가입니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TV드라마 여주인공들의 공식 지정곡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인기가 높죠. 최근에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이 이동건의 등에 업혀가면서 불렀죠.

저는 캔디의 원작자인 나기타 게이코(名木田惠子·65)씨가 ‘캔디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생활하는 한국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저작권료 전액을 전해달라’는 조건으로 캔디 주제가를 광고에 삽입해도 좋다고 허락했다는 기사를 지난 19일자 사회면에 썼습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광고에 캔디 주제가가 사용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광고를 제작한 광고대행사 웰콤 관계자는 “나기타는 그동안 한국은 물론 일본 광고계 및 영화계에서 캔디 주제가나 캐릭터 삽입 제의를 수없이 받았으나, ‘상업적으로 쓰이다 보면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캔디의 원래 내용이 퇴색될 수 있다’며 제의를 모두 거절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나기타는 왜 결벽증에 가까울만큼 캔디의 상업화에 거부해 왔을까요. 캔디의 저작권을 놓고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이라고 합니다. 캔디를 그린 만화작가인 이가라시 유미코(五十嵐優美子)씨가 나기타씨와의 협의 없이 캔디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배급해 많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나기타씨는 1977년 한국에 캔디가 방영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고 분노한 나기타씨는 이가라시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양측은 수익금을 50 대 50으로 분배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작권의 세부 사항을 놓고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나기타씨는 일본의 대표적 작가입니다. 웰콤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치면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님에 버금가는 국민 작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에서 크게 존경받는 나기타씨는 자신이 이가라시와 똑같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합니다. ‘돈 때문에 캔디를 팔아먹었다’는 비난을 들으며 국민 작가의 자존심을 구기기가 죽기보다 싫지 않겠습니까.

웰콤에서는 나기타씨를 설득하기 위해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격려하고 힘이 되는 교보생명’이라는 광고 주제에 캔디 주제가가 딱 들어맞는다고 판단한 웰콤은 한국저작권협회에 캔디 주제가의 저작권 문제를 문의했습니다. 저작권협회에서는 캔디 주제가는 윤석중 선생님이 작사하고, 마상원 선생님이 작곡했으니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답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웰콤 관계자는 보다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확인 결과 캔디 주제가의 실제 저작권은 나기타씨와 작사가 고(故) 와타나베 다케오(渡邊岳夫)씨의 유가족에게 있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적재산권 개념이 희미했고, 1970년대면 일본 만화와 노래를 번안해 한국작가의 것처럼 내놓는 일도 흔했던 모양입니다.

1989년 사망한 와타나베씨의 저작권을 승계한 유가족들로부터 허락을 얻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나기타씨는 말을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을만큼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한국으로 실망한 채 돌아간 웰콤 관계자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이 관계자의 손에는 미리 촬영한 광고가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교보생명 광고가 단순한 기업 홍보가 아닌 어렵고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는 내용으로 상업성을 최대한 배제했다’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적은 편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광고를 직접 보고 편지를 읽은 나기타씨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는 이번 광고에 한해서만 ‘캔디를 상업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접고 주제가를 광고에 삽입하는데 허락했습니다.

나기타씨는 대신 자신이 받을 저작권료를 ‘캔디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생활하는 한국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저작권료를 전해달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교보생명은 캔디 주제가 저작권료 300만엔 중 나기타에게 지불해야 하는 150만엔(약 1600만원)을 한국복지재단을 통해 국내 소년·소녀가장들에게 현금 또는 교육프로그램의 형태로 전달할 계획입니다. 저작권료의 나머지 절반은 공동 저작권자인 와타나베씨의 유가족에게 지불됐습니다.

유여곡절 끝에 교보생명 광고는 지난 5일부터 전파와 지면을 타게 됐고, 다행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탤런트 김희애씨가 아내로 등장해 지치고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캔디 주제가를 불러준다는 내용입니다. TV광고를 미처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30초 버전을 파일첨부합니다. TV에 등장하는 15초 버전보다 훨씬 좋습니다. 눈으로는 울면서 입으로는 웃는 김희애씨의 표정연기가 가슴 찡할만큼 압권입니다. “역시 대배우”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아래 사진이 나기타 게이코씨입니다. 워낙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최근 사진이 없더군요. /구름에

2 Comments

  1. 조미연

    2004년 8월 22일 at 3:38 오후

    최근에 안 건데요. 캔디의 full name 이 캔디 화이트 아들레이라고 하더군요. 어릴적 캔디 만화 안본사람 없을텐데.. 캔디얼굴 오랜만에 보니 그 주근깨가 더 귀여워 보입니다~   

  2. 김재은

    2004년 8월 23일 at 12:01 오후

    그래서 안소니가 만든 장미중에 캔디의 이름을 딴 ‘캔디 화이트’가 있었던 것 같아요..ㅋㅋ 또 테리의 풀네임은 ‘테리우스 G 그란체스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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