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전-영국 홈즈 여자800미터 금메달 이변

켈리 홈스(영국)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1위로 기록된 전광판을 보고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코치의 확답을 들은 홈스는 커다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습니다. 홈스는 영국 유니언잭을 마치 망토처럼 자신의 몸에 둘렀습니다. 그리고 팔을 펴더니 자신의 몸 뒤로 유니언잭을 펄럭이면서 아테네 올림픽스타디움을 돌았습니다.

홈즈는 중거리 유망주로 꼽혀왔지만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그녀의 기록은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 800 동메달과 1500 은메달, 2003년 세계선수권 800 은메달 획득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24일 이변을 낳았습니다. 육상 여자 800미터 결승에서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마리아 무톨라(모잠비크)를 제치고 우승했습니다. 홈스는 시즌 최고인 1분56초38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이 여성 육상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2년 400미터 허들에 출전한 샐리 건넬 이후 처음이며, 800에서는 1964년 앤 패커 이후 처음입니다.

디펜딩챔피언인 무톨라는 홈스와 함께 선두를 달렸으나 결승선을 20미터 남겨둔 막판 스퍼트에서 뒤처지며 1분56초51로 4위에 그쳤다. 하스나 벤하시(모로코)가 2위, 욜란다 체플락(슬로베니아)가 3위에 올랐습니다.

홈스에게 이날 우승은 금메달의 기쁨 외에도 친구이면서도 넘지 못할 거대한 존재로 여겨왔던 무톨라를 극복했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홈즈와 무톨라는 5개월 전까지 아프리카에서 미국인 코치 마고 제닝스의 지도를 받으며 함께 훈련해 왔습니다. 무톨라는 대회 직전 오금 부상을 입어 2주 이상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홈스는 “우승한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속도보다는 힘에 치중한 달리기를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무톨라와 함께 훈련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패배의 충격 때문인지 말 한마디 없이 태랙을 떠났던 무톨라는 경기가 끝난 뒤 “홈스는 나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녀는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축하해 주었습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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