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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三代를 묶어주는 맛…냉면은 아쉽네 - 김성윤의 맛
三代를 묶어주는 맛…냉면은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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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 만두탕(앞)과 불고기./유창우 기자

할아버지, 아버지와 찾던 식당을 자식, 손주와 올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한일관’은 그런 소박한 행운을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식당이었다. 1939년 서울 종로에서 개업, 전·현직 대통령부터 평범한 시민까지 대(代)를 이어 찾는 한식당이었다.

그런 한일관이 종로를 떠났다. 청진동 재개발로 떠밀리듯. 그리고 지난 1월 강남 신사동에 압구정점을 열었다. 종각본점은 청진동 재개발이 끝나는 3~4년 뒤 다시 열 계획이다. 지난 2주 동안 세 차례 새로 문 연 한일관을 찾아가 음식을 먹었다.

오랜 단골들은 연회색 화강암 5층 건물이 ‘지나치게 말쑥하고 모던하다’며 섭섭해하기도 한다. 장식을 극도로 배제한 실내와 옅은 나무 빛깔과 결을 그대로 살린 테이블·의자는 한식당인지, 모던한 일식당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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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 4층 내부 전경./유창우 기자

다행히 음식 맛은 변하지 않았다. 달달한 불고기와 불판 테두리에 고인 육수에 끓여 먹는 사리는 어릴 적 맛본 그 맛이다. 정갈한 칼질과 담음새에 많은 신경을 썼고, 간을 절제한 깔끔한 서울식 음식이다. 갈비탕과 육개장, 만두탕은 ‘원래 이런 맛이고 이래야 한다’는 표준을 제공한다.

맛은 그대로되 음식을 내는 방식은 시대에 맞춰 변화를 줬다. 탕요리는 열판을 깐 내열 유기냄비에 나와 다 먹을 때까지 따끈하고 보기에도 격이 있다. 골동반(비빔밥)은 흔하고 격 낮은 돌솥이 아닌 따뜻하게 데운 옹기에 담는다. 긴 접시에 아홉 가지 재료를 가지런히 담아, 구절판이란 낡은 음식이 새롭게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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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음새를 바꿔 모던하게 연출한 구절판./유창우 기자

일행이 모두 같은 메뉴를 주문해야 하고, 혼자서는 코스요리나 고기요리를 맛볼 수 없는 한식의 비합리적 관행을 깨려는 노력도 칭찬할 만하다. 점심상 차림과 구이류는 1인분씩 주문할 수 있고, 코스요리의 고기 종류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 일품메뉴의 양과 가격을 줄여 적은 인원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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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크기로 부쳐 쌓아올린 해물파전.

/유창우 기자

음식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아쉬움은 핵심 메뉴보다는 반찬류에서 발견된다. 구절판의 달걀지단과 새우는 물기 없이 말라 있다. 대형 식당 공통의 사전 재료 준비의 한계이다. 사과마요네즈샐러드처럼 국적 불명의 음식이 전통 한식 코스에 꼭 포함됐어야 하는지. 물냉면 육수는 평양식인데 국수는 전분이 많아 질긴(혹자는 쫄깃하다고 할) 함흥식에 가까워 혼란스럽다. 육수 자체가 감칠맛 없이 밍밍하다. 낙지볶음은 칼칼하기보다 고추장 맛이 진하고 텁텁해 떡볶이 같다.

경력이 십 년은 우습게 넘은 종업원들은 서비스의 기본을 뼛속까지 체득하고 있다. 한일관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골조 같은 존재들이다. 수십 년 근무한 요리사들과 종업원들이 젊은 후배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이들이 있어서 새 한일관이 훨씬 덜 낯설게 느껴진다.

발전을 위한 시도는 계속하되, 내 아이들이 장년이 되어서도 찾을 수 있는 행운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남길 바란다./음식평론가 식탐(필명)

★★★★(5개 만점=맛·가격·분위기·서비스 총점)

주소_서울 강남구 신사동 619-4(성수대교 남단 호산병원 뒤, 신구중학교 후문 옆)

전화_(02)732-3735

웹사이트_www.hanilkwan.co.kr

영업시간_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 연중무휴

메뉴_점심상차림 2만5000원, 전통구이상차림 불고기 3만5000·갈비 4만5000원, 큰상차림 동 4만2000원, 서 4만9000원, 남 5만9000원, 북 6만5000원, 갈비탕 1만3000원, 육개장 9000원, 만두탕 8000원

주차_대행서비스(valet parking) 가능

‘레스토랑 크리틱’은 주말매거진 섹션에 격주로 실리는 식당평가입니다. 제가 쓰는 건 아닙니다. 음식평론가 2명이 돌아가면서 씁니다. 평가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평론가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일반 손님으로 식당을 찾아 돈 내고 식사하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기사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고 필명을 사용합니다. 저도 같은 식당에서 먹어보고 평론가의 평가를 확인합니다. 식당 선택에 참고할 곧은 잣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월 19일자 주말매거진에 실린 기사입니다./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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