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막걸리 명가 순례

허시명씨는 남들 다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다. 술을 찾아 방방곡곡을 떠도는 여행작가이자 술(酒)평론가다. 정작 자신은 집안 내력으로 한 잔이면 얼굴이 벌겋게 타오를 정도로 술이 약하긴 하지만 말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찾아낸 맛 좋은 막걸리를 소개한다. 그의 말마따나 “술 좋은 곳은 물이 좋고, 물 좋은 곳은 산이 좋고, 산 좋은 곳은 경치도 좋으니” 여행지로도 빠지지 않는 동네들이다.

태인 막걸리_전북 태인, 1000년 전 최치원이 올랐던 피향정 누각에서 200 떨어진 곳에 태인양조장이 있다. 송영승(1917~1979)씨가 일제시대 때부터 운영해왔고, 1975년부터는 그 아들 송명섭씨가 운영하고 있다. 송명섭씨는 양조장이 잘 되었을 때는 술만 빚고 살았는데, 지금은 농업과 양조업을 겸하고 있다. 술은 그가 직접 농사지은 쌀로 빚는다. 찹쌀농사를 몇 해 짓다 보니 그의 막걸리는 졸지에 찹쌀 막걸리(어떤 원료가 30% 이상 포함되면 술에 그 원료 이름을 붙일 수 있다)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는 특별히 찹쌀로 막걸리를 빚는다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희한한 일이다. 그는 2003년 호남의 명주 죽력고(대나무진액으로 만든 술·竹瀝膏)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막걸리와 죽력고를 함께 빚고 있다. 전북 정읍시 태인면 태흥리 395. 택배 안됨. (063)534-4018

부산 산성막걸리_대한민국 막걸리를 이야기할 때 부산 산성마을의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산성막걸리는 전통 막걸리의 원형을 가장 잘 지켜내고 있다. 직접 만든 전통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드는 매우 드문 곳이다. 누룩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마을도 대한민국에 이 마을밖에 없다. 통밀을 빻아서 만든 누룩은 정확하게 라지(large) 피자 형태를 닮았다. 산성막걸리는 알코올 8%로 일반 막걸리 6%보다 도수가 높다. 막걸리가 막 익었을 때면 누룩향이 구수하고 향긋하다. 진정한 막걸리 애호가라면, 산성막걸리의 맛을 터득해야 한다. 민속주 1호로 지정된 술이다. 금정산성 토산주라고도 부른다. 택배 가능. 750mL 10병 1만9000원(택배비 포함). 부산 금정구 금성동 554-1. (051)517-6552

인월 탁주_지리산 아래 인월 5일장은 3일과 8일에 열린다. 인월장을 서성거리다 보면 시골 장터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인월장에는 30년 된 ‘짐빨’ 자전거로 장터를 누비며 막걸리를 배달하는 아저씨가 있다. 장터의 끄트머리쯤에 자리잡은 인월양조장 주인인 송준수(60)씨다. 그는 14세부터 막걸리를 빚기 시작하여 남원시 아영양조장, 경남 거창양조장을 거쳐 1978년경에 인월양조장으로 와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술 항아리 30개 정도를 가지고 술을 빚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4개로 줄었다. 인월 그 깊은 지리산 산간마을에도 막걸리는 흘러간 유행가 처지가 되었지만, 송씨는 그 유행가를 부르는 명가수다. 그의 유행가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주문용 낡은 칠판과 짐빨 자전거와 오래된 술 항아리다. 택배 가능. 20L 2만원(택배비 별도).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265-4. (063)636-2020

참살이 탁주_참 살아보자는 술이다. 본디 막걸리는 밀가루가 아니라 쌀로 빚었으니, 쌀막걸리로 돌아가자는 주의인데, 참살이 탁주는 아예 친환경쌀로 돌아갔다. 술 빚는 이는 남한산성 소주로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강석필(75)씨다. 소주는 긴 호흡에 팔리는 술이라, 2005년부터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 쌀누룩에 쌀고두밥을 넣어서 빚는다. 참살이 탁주는 유기농 매장 신시에서 팔고 있고, 음식체인점 뚝탁에서도 팔고 있다. 네티즌들이 참살이 탁주를 진탕 먹고 다음날 숙취 반응을 살피었더니 모두 무사하고 기분 좋았다는 극찬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친환경 햅쌀을 고집하는 참살이 탁주와 같은 막걸리가 시대의 트렌드가 되려면, 막걸리 재료에도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어야 하고, 소비자들은 고급 막걸리를 찾을 줄 알아야 한다. 택배 가능. 1.2L 3000원(택배비 별도).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연곡리 51. (031)769-1100

주문진 탁주_강원도 강릉에서 알아주는 막걸리가 주문진 탁주다. 주문진 양조장에서는 강릉단오제 때에 사용하는 페트병에 담긴 단오신주를 8년째 빚어오고 있다. 단오신주는 단오제를 앞두고 강릉 사람들이 헌납한 쌀을 모아 양조장에 제공하고, 그 쌀로 빚은 술이다. 축제 때 대략 20병짜리 막걸리가 600상자 정도 소비된다. 주문진 양조장에서 술을 빚는 박용덕씨는 1962년 군대를 제대하고 잠깐 술을 빚다가,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술을 빚기 시작했다. 경북 영덕 남정 양조장, 삼척 동광 주조장을 거쳐 1986년부터 주문진 양조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막걸리에서 한 단계 향상된 동동주를 빚고 있다. 알코올 도수는 8%로 일반 막걸리보다 세다. 1993년부터 쌀누룩에 쌀고두밥을 넣어서 빚고 있는데, 술맛은 쌀로 빚어 뻑뻑하지 않고 부드럽다. 택배 가능. 750mL 20병 2만원(택배비 별도부담).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교항리 71-4. (033)662-3073

송정리 금천 탁주_목포와 광주로 갈리는 열차역이 있는 송정리의 명물이 금천 주조장 막걸리다. 송정리 장날에 국밥에 금천 막걸리 한 잔 걸쳐야, 장날 기분에 제대로 몸을 실을 수 있다. 하지만 술 나가는 양이 줄어, 금천 주조장도 옛날을 아련하게 그리워하는 신세가 되었다. 금천 주조장에 딸려있던 송학곡자 제조장은 분가하여 광산구 삼거동으로 이사를 갔다. 그렇지만 금천 주조장은 예나 이제나 아침 일찍 새 막걸리를 배달하고, 진열장에 남은 전날 막걸리를 수거해온다. 아침 일찍 일 나가는 인부들의 간식용 막걸리를 제공하기 위해서고, 늘 신선한 막걸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택배 안됨. 광주 광산구 송정동 567-38, (062)944-0018. 송학곡자 (062)942-8447

/우리나라 술이라면 누구보다 환하게 아는 허시명씨가 쓴 글입니다. 2월5일자 주말매거진 ‘막걸리 특집’에 실린 글 중 하나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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