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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는 세심했고 음식은 느끼했다-마카로니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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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로니 마켓연어스테이크와프로슈토 치즈 샐러드.

카페 쪽 메뉴로, 레스토랑 쪽과음식의 양이나장식 등이 다릅니다. 사진은 이경호 기자가 찍었습니다.

노란색 페인트로 칠한 계단 벽을 걸어올라 2층에 들어서니 외국의 고급 식료품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델리다.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놓인 창가 테라스는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는 카페, 안쪽으로는 레스토랑과 클럽이다.

델리와 카페, 레스토랑, 클럽이 공존하는 서울 이태원 ‘마카로니 마켓(Macaroni Market)’이 최근 화제다. 파리 고급 식당의 갸르송(garcon·남자 종업원)처럼 긴 앞치마를 두른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레스토랑에 자리 잡았다. ‘모던 유러피안(modern European)’이란 콘셉트처럼 인테리어와 음악이 세련됐다. 멋진 부티크 호텔에 온 느낌이다. ‘물’을 관리한다는 소문이 돌더니, 손님들도 멋지다.

메뉴 구성에서 그다지 창의성이 보이진 않지만, 가격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니 낭패는 없겠다 싶었다. 메뉴판 맨 앞에 ‘재료의 신선도에 따라 메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란 문구를 보니 재료에 무척 식경 쓰는 듯해 기대가 컸다. 제철 유기농 재료를 쓰기 때문에 메뉴도 삼 개월마다 바꾼다는 소문이다. 치즈가 디저트 메뉴에 포함된 걸 보면 프랑스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생선(연어)의 굽는 정도까지 묻는 웨이터의 세심한 설명에 주문을 마칠 때까지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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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로니 마켓 카페 쪽의 ‘프로슈토 치즈 샐러드’.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만족은 주문을 마칠 때까지만이었다. 모든 기대와 만족은 미진한 기본기가 빚어낸 느끼하고 밍밍하고 달달한 음식에 의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덜 볶은 루(roux·밀가루를 버터에 볶은 것으로 수프나 베샤멜 소스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서양요리 기본 재료)는 음식에 날밀가루 특유의 녹말 냄새를 남긴다. 농도조절은 물론, 주 재료의 맛과 향을 살리는 데도 실패했다. 진한 재료 맛의 스톡(국물)이 생명인 ‘새우 차우더’는 새우 향이 달아난 허전하고 멀건 인스턴트 크림수프 같고, 고급스럽게 재해석한 ‘마카로니 치즈’는 치즈 맛을 찾을 수 없는 걸쭉한 밀가루풀 같다. 제대로 끓인 시판 가루 크림수프와 전자레인지용 마카로니 치즈가 차라리 그립다.

메인 요리는 재료와 요리의 특성에 따른 밑준비와 조리법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간판 메뉴라는 ‘오리 콩피’와 ‘흑돼지 삼겹살’을 맛봤다. 오리에는 달콤한 소스가 어울리지만, 곁들여 나온 눅진한 감자튀김과 토마토 조각까지 달면 어쩌란 것인가.

흑돼지 삼겹살은 짭짤하고 바삭한 껍질에 대비되는 부드럽고 촉촉한 육질이 생명이다. 그런데 비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껍질은 혀와 이에 찐득하게 달라붙고, 육질은 말라 퍽퍽하다. 소스는 미리 기름을 걷어내지 않아 기름이 소스 위에 띠로 뜰 뿐 아니라, 혀를 빈틈없이 코팅해 느끼하고 다른 맛을 볼 수 없다.

연어구이에 올린 ‘샤도네 폼(chardonnay foam·샤도네 화이트와인을 기본으로 만들고 공기를 불어넣어 거품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소스)’은 기름진 연어 맛을 살려줄 와인 향은 전혀 없고, 오히려 연어가 더 느끼하게 하는 버터 맛뿐이다. 새싹채소가 유기농 제철 재료인지는 몰라도, 애피타이저부터 메인까지 모든 요리에 등장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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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로니 마켓 내부.런던에서 볼법한 세련된 카페 또는 매장 분위기입니다.

인테리어나 서비스는 매우 훌륭합니다. 음식 맛만 조금 나아진다면 참 좋겠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잘라 내기만 하면 되는 치즈와 레몬타르트(파이)로 입가심 하니 기분이 그나마 낫다. 이곳에 올 때 반드시 동반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음식 맛에 신경 쓰지 않게 해줄 친구나 연인, 그리고 지치도록 더디게 서빙되는 음식을 기다릴 한가로운 시간.

/음식평론가 식탐(필명)

★★☆(5개 만점=맛·가격·분위기·서비스 총점)

주소_서울 용산구 한남1동 737-37 한남빌딩 2층(이태원 제일기획 맞은편)

전화_(02)749-9181

영업시간_레스토랑 오전 11시~새벽 2시(오후 3~5시 브레이크타임, 마지막 주문 밤 11시), 카페 오전 11시~새벽 2시(오후 3~5시 샌드위치 등 가벼운 음식만 가능), 클럽 오후 6시~새벽 2시(금·토요일 새벽 4시까지, 일·월요일 휴무)

메뉴_새우 차우더 1만1000원, 마카로니 치즈 1만2000원, 오리 콩피 2만9000원, 흑돼지 삼겹살 2만3000원, 서로인 스테이크(한우) 4만9000원, 탈레지오(이탈이아 치즈)와 무화과 콤포트 1만8000원, 레몬타르트 1만원·부가세 10% 별도

주차_대행서비스(valet parking)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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