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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이태리 손맛’은 이런 거라고!-디비노 - 김성윤의 맛
‘이태리 손맛’은 이런 거라고!-디비노

서울 식당가는 이탈리아요리 춘추전국시대다. 하지만 국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따라 파스타는 소스가 흥건하다던가 하는, 현지와 다른 ‘변질’된 음식을 내놓는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제 우리도 이탈리아 본토의 맛을 경험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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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와 루콜라를 얹은피자.사진=허재성 기자

‘파스타 에 바스타’라는 요리책 저자이자 서울 도산동 ‘보나세라’를 지휘했던 요리사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씨가 홍대 앞에 자신의 식당을 냈다. 붉은 벽과 검은 천정, 테이블이 자유롭게 세팅된‘리스토바(ristobar)’ 컨셉트. 식당(ristorante)과 바(bar)를 겸하는 만큼 영업시간도 오후 5시30분~새벽 2시이다. 한쪽 벽을 꽉 채운 칠판이 메뉴판을 대신한다.

모차렐라치즈 샐러드, 봉골레 스파게티 등 여느 이탈리아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메뉴도 많지만, 다른 곳에는 없는 메뉴만 골라봤다. 나폴리 출신답게 활기찬 사장 살바토레 아그레스티(Salvatore Agresti)씨가 이탈리아어와 영어, 한국어를 섞어가며 직접 주문 받는다.‘인살라타 미스타 클라시카’(전통식 모둠 샐러드)부터 이탈리아답다. 새콤함을 강조하는 일반 샐러드와는 달리 양상추, 루콜라, 채썬 당근, 토마토 등의 신선한 채소에 향이 짙은 올리브오일 맛을 주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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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두콩과 프루슈토햄, 크림이라는, 한국에선 만나기 힘든 조합의 파스타./허재성 기자

거장 피아니스트가 간단한 동요도 명곡으로 바꾸듯, 데 마리아 셰프의 삼십 년 경력이 흔한 음식에도 마술을 부린다. 리조토는 풍미가 진하며 쌀알이 살아있다. ‘페투치네 판나(fettucine panna)’는 크림·잠두콩·프로슈토 햄이라는,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조합의 파스타이다. 입에 착 감기는 페투치네 면과 고소한 크림, 풋풋한 잠두콩, 짭짤한 프로슈토가 서로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파케리 알 리모네 에 스캄피’의 레몬·파슬리·보드카 향이 감도는 우유크림 소스는 좀 짠듯한데, 커다랗고 두터운 파케리(paccheri) 파스타와 함께 씹으면 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크림소스를 연이어 먹는데도 다른 맛과 향으로 미묘하게 변주해 느끼하거나 물리지 않으니, 베테랑답다. 재료의 특성에 따라 간을 달리해 내는 것도 경륜이 적거나 폼만 내는 요리사에겐 어려운 일이다.

피자는 도우(dough·빵)가 차지다. ‘판테레리아’는 새우와 루콜라를 잔뜩 얹은 피자다. 루콜라는 한국에서 10여 년 전부터 유행처럼 피자에 올리는 재료. 대개 루콜라를 피자에 샐러드처럼 수북하게 얹는데, 이 식당에서는 루콜라를 잘게 다지고 물기도 완전히 제거해 향이 더 강할 뿐 아니라 씹는 맛도 좋다. 탱탱하고 촉촉한 새우와 루콜라가 예상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느끼하지 않고 외려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가격은 대형 피자체인보다도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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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자체의 풍미가 입안 가득 묵직하게 씹히는 쇠고기 등심구이./허재성 기자

‘쇠고기 등심구이’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파스타와 피자 외에 메인요리도 맛봐야 하는 이유를 말없이 웅변한다. 아무런 소스 없이 그저 잘 구워낸 등심이 입안 가득 묵직하게 씹힌다. 어른답고 남성스럽다. 진한 쇠고기 풍미 그 자체다.

절대 놓치지 말 것은‘셰프의 미니 디시(micropiatti)’. 쉐프의 실력을 단 한입의 전채로 짐작하게 한다. 와인은 모두 이탈리아산. 티라미수와 리몬첼로(레몬향의 독주)로 마무리하니 진짜 이탈리아에 와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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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셰프가 ‘오트퀴진(haute cuisine)’에 대한 욕망을 달래기 위해 만드는 듯한 마이크로디시.

그때그때 다른 재료를 이용해 셰프의 기량을 뽐내는 요리입니다./허재성 기자

맛난 음식과 착한 가격에 매력을 더하는 건 이탈리아다운 서비스와 활기찬 분위기. 열 개가 넘는 테이블을 사장 아그레스티씨가 혼자 담당하는데도 서비스가 쳐지지 않는다. 메뉴를 설명하고 주문을 받아 서빙을 하며 와인을 따면서도 춤추듯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손님의 요구를 미리 짚어내 리드하는 진정한 서비스가 돋보인다. 웨이터 숫자만 많은 한국의 고급 식당들이 배울 점이다./음식평론가 식탐(필명)

★★★★(5개 만점=맛·가격·분위기·서비스 총점)

주소_서울 마포구 서교동 361-8(홍대 정문 앞 스타벅스 옆 골목 안 2층)

전화_(02)322-0227

영업시간_화~금요일 오후 5시30분~새벽 2시, 토~일요일 정오~새벽 2시, 월요일 휴무

메뉴_샐러드 7000~1만원대, 피자 1만2000~1만4000원대, 파스타 1만2000~1만4000원대, 메인 디시 1만8000~3만5000원대, 마이크로디시 3000원대, 디저트 5000~8000원대·부가세 10% 별도

주차_주차장이 매우 협소함. 대중교통을 권함

/7월17일자 주말매거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파올로 셰프가 고향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마치고 지난 주 주방에 복귀했답니다. 새로운 메뉴를 내놓는다니 기대됩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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