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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제주 별미 육해공 맛 대결 - 김성윤의 맛
제주 별미 육해공 맛 대결

제주도는 하늘과 땅, 바다의 진미를 두루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섬. 문득 생각해본다. 이 가을, 제주의 육·해·공 ‘맛 대표’가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땅 대표 돼지-고기국수·순대·돼지갈비

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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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올래국수’ 고기국수.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제주도 땅에서 나는 맛의 대표를 꼽으라면 단연 돼지다. 삼겹살이 지겹다면 ‘고기국수’를 추천한다. 고기국수는 돼지 뼈를 곤 국물에 국수를 말고 돼지고기를 얹은 제주 토속음식. 제주 토박이들은 “돼지사골 육수가 기본인 일본 하카다 라멘은 제주에서 건너간 음식이 분명하다”며 노골적으로 자부심을 드러낸다.

고기국수 잘한다는 식당은 제주시에 몰려 있다. ‘올래국수’는 최고 중 하나로 꼽힌다. 오전 11시 30분 식당 앞에는 벌써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크지 않은 식당을 들여다보니 빈 테이블이 하나 보인다. 주인 김경돈씨는 “주문을 하면 국수를 삶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15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10분쯤 기다리자 자리로 안내됐고, 다시 5분쯤 기다리자 고기국수가 나왔다. 국물과 국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기가 듬뿍 올라갔다. 고기를 헤집으니 국수가 보인다. 소면보다 굵은 중면을 사용한다. 뽀얀 국물은 누린내가 거의 없다. 소 사골 국물의 구수함이 묵직하고 진중하다면, 돼지 사골 국물의 감칠맛은 가볍고 발랄하다. 해장용으론 최고일 듯.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 일본 라멘을 즐긴다면 꽤 좋아하겠다. 푹 퍼지게 삶은 국수는 약간 아쉽다. 진한 멸치 국물에 소면을 만 멸치국수, 매콤새콤달콤하게 무친 비빔국수도 훌륭하다.

올래국수_고기국수 5000원, 멸치국수 4000원, 비빔국수 4500원. 제주시 연동 261-16 (064)742-7355

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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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보성시장 ‘감초식당’ 모둠순대. /유창우 기자

제주시 보성시장에 순댓집이 열 개 넘게 모여 있다. 식당 앞에서 아낙들이 제주 전통 방식대로 순대를 만든다. 큰창자를 뒤집어 기름을 제거하고 막걸리와 소금으로 문질러 닦는다. 제주 순대에는 쌀과 보리, 좁쌀, 찹쌀이 들어간다. 양파·대파·마늘·후추·소금을 넣고 삶은 당면과 돼지 육수, 잘게 썬 머리 고기, 선지를 반죽해 준비한 창자에 채워 돼지 국물에 삶는다. 막창순대도 만든다.

보성시장 안 순댓집 솜씨는 어디나 비슷하지만, 감초식당이 ‘식객’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감초식당에서 ‘모둠순대’를 주문했다. A세트에는 순대와 머리 고기가 나온다. B세트에는 여기에 내장이, C세트에는 다시 막창이 추가된다. 마늘과 콩나물 따위를 넣고 끓인 돼지고기 국물이 서비스로 딸려 나온다.

당면이 대부분인 서울 순대와 달리 선지와 고기가 많이 들어가 툭툭 끊어진다. 영국 블러드푸딩(blood pudding) 또는 프랑스 부댕(boudin)과 식감이 비슷하다. 돼지 누린내가 살짝 난다. 초고추장이 나오는 게 특이하다. 제주에선 순대를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었다. 과거 제주에선 소금이 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초식당_모둠순대 8000(A)·1만1000(B)·1만5000(C)원, 순대국밥 4500원, 순대볶음·내장전골·곱창볶음 1만5000원. 제주시 이도1동 1289-5 보성시장 안 (064)753-7462

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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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서울식당’ 돼지생갈비. 찍어 먹으라고 멸치젓을 내는 게 특이하죠.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구름에

참 심하게 푸짐하다. 30년 동안 돼지갈비를 해온 제주시 ‘서울식당’. 돼지갈비 1인분(1만2000원)이 500, 거의 한 근이다. 물론 뼈까지 포함한 무게이나 그래도 서울과 비교하면 넉넉하다. 제주에는 이렇게 푸짐하게 내는 돼지고깃집이 꽤 된다. 서울식당은 그 중 하나다.

돼지 양념갈비와 생갈비가 있다. 양념갈비는 제주산과 미주산 돼지고기를 섞어 내고, 생갈비는 제주산만 쓴다. 달인 멸치젓을 고기 찍어 먹으라고 내준다. 소금에 참기름 뿌리지 않고 내주는 점도 마음에 든다. 생갈비보단 양념갈비가 낫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고 적당한 양념에 재운다.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는 건 아쉽다.

서울식당_양념돼지갈비 1인분(500g·3대) 제주·미주산 혼합 1만2000원, 미주산(500g·2대) 1만원, 돼지생갈비(제주산) 1인분(2대) 11000원.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1002-24 함덕해수욕장 근처 (064)783-8170

바다 대표-갈치구이·성게칼국수·전복죽

갈치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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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어진이네’ 갈치구이. /유창우 기자

가을 제주 바다의 대표선수는 단연 갈치이다. 유난히 은빛으로 반짝거려 ‘은갈치’라고 부른다. 가을이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남자 어른 손바닥처럼 크고 두툼하다. 회로도, 국으로도 먹지만 갈치의 고소함을 가장 극대화한 음식은 역시 구이. 제주 어디서나 실한 갈치구이를 맛볼 수 있다.

방파제 바로 뒤에 있어서 파도 철썩거리는 소리가 상쾌한 ‘어진이네’서 갈치구이를 주문했다. 생선구이 전용 그릴에서 은갈치는 황금갈치로 변신한다. 황금색과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껍질에 젓가락을 갖다 대면 부드럽게 반으로 갈라진다. 눈처럼 흰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심스레 한 점 잡아 입에 넣는다. 갈치살이 입속에서 포슬포슬 부서진다. 담백하고 부드러우나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다. 밤새 내린 눈 위를 걷는 느낌이 혀로 경험하니 희한하다.

어진이네는 본래 자리물회로 이름난 집이나, 요즘은 내놓지 않는다. 식당 주인은 “자리돔이 요즘 산란기라 뼈가 뻐세고(억세고) 맛이 없다”며 “10월 중순부터는 다시 낼 것”이라고 했다. 고등어도 맛의 절정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어진이네_갈치구이 2만원, 갈치조림 3만원, 고등어구이 1만원, 고등어조림 1만5000원. 서귀포시 보목동 555 (064)732-7442

성게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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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섭지해녀의집’ 성게칼국수. /유창우 기자

성게는 본래 봄이 최고 절정기. 그러나 바다 대표를 꼽으면서 성게, 그것도 칼국수에 넣어 먹는 특별한 맛을 빼놓기는 어려웠다.

성산 일출봉이 시원하게 보이는 ‘섭지해녀의집’은 전복죽으로 이름났으나, 성게칼국수를 맛보지 못했다면 안타까울 일이다. 칼국수와 성게알을 넣고 끓이면 그걸로 끝. 투명한 국물은 성게알 풍미로 충만하다. 국물을 입에 떠 넣을 때마다 싱싱한 바닷냄새가 입속에서 파도 친다. 페투치네(fettucine) 파스타처럼 통통하고 넓적한 칼국수가 아주 쫄깃하다. 야외 테라스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으면 더 맛있다.

‘갱이죽’도 숨겨진 별미다. 바닷가 바위틈에 사는 작은 게를 빻아서 죽을 끓인다. 게 특유의 맛과 향이 부엌에서 상에 나올 때부터 주변으로 퍼진다. 걸쭉한 농도만큼이나 구수한 맛이 진하다. 약간 비릿하니 감안하고 드시라.

섭지해녀의집_성게칼국수 6000원, 갱이죽 7000원.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127-1 (064)782-0672

전복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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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오조리해녀의집’ 전복죽. /유창우 기자

제주 하면 전복죽. 제주에서도 전복죽이라고 하면 손꼽히는 곳이 ‘오조리해녀의집’이다. 전복 살을 큼직하게 썰고, 내장을 다져 참기름에 볶던 쌀에 물과 함께 더해서 끓인다. 선명한 초록빛이다. 전복이 얼마나 싱싱한지, 내장의 씁쓸한 맛이 조금도 없이 달고 고소하다. 이만큼 싱싱한 전복을 굳이 요리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면 전복회를 먹는다. 자연산 전복회를 맛보면 전복살이 탱탱하다 못해 딱딱하단 걸 알게 된다.

오조리해녀의집_전복죽 1만500원, 전복(1㎏) 양식산 13만원 자연산 15만원.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3 (064)784-7789, 0893

하늘 대표 꿩-꿩 깐풍기·코스요리

꿩 깐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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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덕성원’꿩깐풍기. /유창우 기자

제주는 원래 꿩이 많았고, 즐겨 먹었다. 제주 전역에 꿩을 코스요리로 내는 전문점이 꽤 된다. 꿩은 겨울을 앞두고 몸에 기름이 오르는 가을이 제철. 식당에서 나오는 꿩은 대부분 농장에서 사육한 것이나, 꿩이 야생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가을에 몸에 기름을 축적하기 때문에 요즘 가장 맛있다고들 한다.

서귀포에서 60여년 동안 영업해온 전통의 중국집 ‘덕성원(德盛園)’에선 색다른 꿩요리를 맛볼 수 있다. 꿩고기로 탕수육도 만들고 깐풍기도 만든다. 원래 닭으로 만드는 깐풍기가 꿩과 더 어울릴 듯하여 주문해 맛봤다. 튀김옷에 찹쌀을 섞는지 아주 쫄깃하다. 북경식 탕수육으로 흔히 알려진 ‘꿔바로우’와 비슷하다. 꿩은 본래 지방이 없다. 좋게 말해 담백하나, 바꿔 말하면 퍽퍽하다. 특히 덕성원에선 야생꿩을 사용하기 때문에 양식산 꿩보다 더 퍽퍽한데, 쫄깃한 튀김옷과 조화롭다.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삼선짬뽕도 훌륭하다. 꿩 회, 샤부샤부 따위가 나오는 코스요리도 있으나 ‘대유랜드’ 등 꿩요리 전문점을 찾는 편이 나을 듯하다.

덕성원_꿩간펑·꿩탕수 4만원, 간펑기(닭) 2만5000원, 삼선짬뽕·게짬뽕 6000원. 서귀포시 서귀동 474 (064)762-2402, 732-3624
대유랜드_꿩 샤부샤부·전골 1만2000원, 코스 3만·4만·5만원. 서귀포시 상예동 144 (064)738-0500

/얼마 전 주말매거진에 쓴 제주 먹거리 기사입니다. 요즘 제주도에 많이 가게 되는데, 저는 가을이 제일 좋더라구요. 그 다음이 봄, 그 다음은 겨울. 여름은 너무 덥고 너무 사람이 많아요. 음식에 대해 해박한 구름에클럽 회원들이 ‘꿩 깐풍기’라는 표현이 틀렸다며 기분 나빠하실 것 같습니다. 깐풍기의 ‘기’가 닭이란 뜻이니, 말이 안되는거죠. 그런데 워낙 깐풍기가 요리 이름으로 쓰이고 있어서,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우라고 그냥 꿩 깐풍기라고 썼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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