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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시간을 곱씹은 고기맛은 달다-스테이크전문점 구(口) - 김성윤의 맛
시간을 곱씹은 고기맛은 달다-스테이크전문점 구(口)

미국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에 가면 커다란 고깃덩어리로 가득한 유리 냉장 진열대가 식당 입구에 보란 듯이 배치돼 있다. 특이한 건, 고기가 검붉거나 적갈색을 띈다. 선명한 붉은색이라야 맛있고 비싼 쇠고기라고 알고있는 한국인이 보기엔 언뜻 상한 듯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검붉은 색이야말로 최고의 스테이크 재료가 되는 쇠고기의 빛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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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점 ‘구’에서19일 숙성한 쇠고기(왼쪽)와 숙성되지 않은 쇠고기(오른쪽). 색깔 차이가 많이 나죠?

사진은 조선영상미디어 이경민 기자가 찍었습니다.

적갈색에서 검붉은색인 건 쇠고기를 ‘건조숙성’하기 때문이다. 건조숙성은 영어 ‘드라이에이징(dry-aging)’의 직역이다. 어색하긴 하지만 대체할 한국어가 딱히 없다. 비닐 진공포장을 하지 않고 냉장 숙성한다는 뜻이다. ‘갓 잡은 싱싱한 고기’는 맛이 없다. 고기는 숙성시켜야 풍미가 증가하고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수분이 빠지고 말라붙은 겉부분을 도려내야 하는 등 손실이 많은데다, 상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숙성시키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식당 입장에선 손해일 수밖에 없다. 비싼 레스토랑에서만 가능한 이유다.

기름 없는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서 먹는 스테이크는 건조숙성이 중요하다. 서양 고급 레스토랑에선 4주에서 5주씩 숙성하기도 한다. 마블링 잘 된 고기를 얇게 썰어서 바짝 익혀 먹는 한국에선 건조숙성의 필요성이 사실 적다. 고기가 얇아서 약간 질겨도 괜찮은데다, 고루 퍼진 지방이 녹아 고기에 배어들면서 풍미를 더해준다. 그래서 한국에는 고기를 오래 건조숙성하는 스테이크집이 없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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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주방을 책임지는 정성구 요리사. /김성윤

지난 4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에 문 연 ‘구 STK 528’은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건조숙성한 쇠고기로 스테이크를 굽는다. 구는 입 구(口), STK는 스테이크, 528은 식당이 있는 건물 번지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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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본식당.철망에 자갈을 채워 넣은 외관이 독특합니다. 실내는 조금 어둡습니다.

음악은 라운지 계열이 주로 나오고요. 모던한 바 분위기입니다. /김성윤

식당에 들어서면 오른쪽 주방 위로 검붉은 쇠고기 덩어리가 냉장고 안에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게 보인다. 스테이크를 자르고 굽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주방을 둘러싼 바(bar) 좌석에 앉아야 좋다. 메뉴를 펼친다. 쇠고기는 모두 미국산 프라임(Prime)급이다. 프라임급은 미국 쇠고기 전체 생산량의 2%에 불과한 최고 등급이다. 숙성하지 않는 쇠고기를 사용한 스테이크가 넷, 건조숙성한 쇠고기 스테이크가 둘이다.

건조숙성 스테이크는 ‘립아이(rib-eye·등심)’와 ‘채끝등심(strip loin)’이다. 이 식당에선 보통 3주 정도 숙성한다. 찾아간 날은 채끝등심이 다 떨어지고 립아이 밖에 없었다. 맛을 비교해 보려고 건조숙성 립아이와 일반 립아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1인분 400g. 여성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참고로 한국 고깃집에서 1인분은 대략 150~200g이다.

고기를 바싹 익히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면 아예 이 식당에 가지 않는 편이 낫겠다. 고기가 아깝다. 오늘만은 레어(rare)나 미디엄레어(medium rare), 최소한 미디엄으로 주문할 것을 권한다. 정 먹을 수 없으면 더 구워달라면 된다.

주방장이 주문에 따라 고기를 자른다. 건조숙성 과정에서 갈색으로 말라버린 바깥 부분을 잘라낸다. 소금과 후추를 듬뿍 뿌리고 손바닥으로 두드린 고기를 가스 그릴에 먼저 굽는다. 뜨거운 불로 두툼한 고기 속까지 열기가 배어들면서 쇠고기의 맛 성분을 활성화시키고, 겉은 살짝 탄 듯 훈제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고기 속이 뜨거워졌다 싶으면 프라이팬으로 옮긴다. 뜨겁게 달궈진 팬에 고기 지방이 녹아 나오면서 불길이 치솟는다. 겉이 바삭하기 익으면서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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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아이 스테이크. /이경민 기자

다 구운 스테이크를 금속 접시에 옮겨 잠깐 쉬게(resting) 한다. 이 과정을 ‘레스팅’이라고 한다. 고기를 구우면 육즙이 중앙으로 몰린다. 이때 바로 내면 고기를 잘랐을 때 육즙이 다 빠져서 맛이 없다. 레스팅을 해주면 육즙이 다시 고기 전체로 퍼져 촉촉하고 맛있는 스테이크가 완성된다.

접시에는 큼직한 스테이크 외에 장식이나 다른 음식이 없다. 고기 마니아라면 아주 흡족할 광경이다. 일반 스테이크는 크고 넓적한 편이고, 건조숙성한 스테이크는 두툼하고 움츠러든 듯한 모습이다. 고기를 반으로 자른다. 바닥에 스테이크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거의 없는 걸 보면 레스팅은 충분히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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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세팅.군더더기 없죠? 이 식당 음식 같습니다.

/김성윤

고기를 맛볼 차례. 일반 스테이크는 선명한 붉은빛 육질이 촉촉하고 부드럽다면, 건조숙성 스테이크는 더 차지다. 농축된 풍미가 탄탄한 육질을 씹을 때마다 배 나온다. 지방이 느끼하다기보다 버터처럼 고소하다. 일반 스테이크도 꽤 훌륭하다. 일반 스테이크가 꽃게라면, 건조숙성 스테이크는 랍스터랄까. 선택은 개인 입맛에 달린 듯하다.

/음식평론가 호식(필명)

구(口) STK 528

총점 ★★★★(5개 만점)
맛 ★★★★
분위기 ★★★
서비스 ★★★★
소음도 ★★★
가격대비만족도 ★★★★

주소_서울 강남구 신사동 덕산빌딩(가로수길 스타벅스 옆 골목)

전화_(02)511-0917

영업시간_오후 6시~새벽 1시·월요일 휴무

메뉴_건조숙성 립아이 400g 10만원, 채끝등심 400g 10만4000원, 일반 립아이 450g 6만3000원, 채끝등심 400g 6만원, 안심 2004만6000원. 100g 추가시 1만4000~2만6000원 가격에 추가. 클램차우더 1만2000원, 시저 샐러드 1만8000원, 프렌치프라이 8000원, 매시포테이토 1만2000원, 마카로니&치즈 1만6000원·부가세 10% 별도

주차_발레파킹 가능

3 Comments

  1. Uju the Tervuren

    2009년 11월 23일 at 2:04 오후

    저집.. 고기.. 별로..
    건조숙성, 쉽습니다.
    낸장고 하단에 그릇 놓고, 랙(rack) 놓고 고기 그냥 올리고
    한 2-3주 둔 다음, 징그럽게 변색된 지방과 찌시래기(grits)를
    날카로운 칼로 깔끔히 떠 주면 됩니다.
    그리고 잘라서 entrecote로 드시든지
    통째로 roast 하시든지…
    양고기 통다리도 똑같이 하면 좋죠.
    그리고 저 곳, 정말 용감하게 비쌉니다.
    기자님은 아무래도 대접 받으시니까 어떨지 몰라도
    차라리 1년에 한번 Peter Luger에 가서
    포식하고 오는게 기분 상 더 쌀 것 같습니다.
    서빙 방법을 모방한다고 해서 같은 건 아니죠.
    사람 얼굴만한 porterhouse라면 15만원이라도
    내고 먹겠습니다만…   

  2. Uju the Tervuren

    2009년 11월 23일 at 2:13 오후

    그리고 굽는 방법에서…
    그릴에 올려서 crust를 만드는 것은
    육즙의 탈출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두번째, 프라이팬에 올려 익히는 것이야 말로
    레어 스테이크의 속을 따뜻하게 데운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그 와중에 크러스트가 좀 더 단단해지는
    부가효과가 있지만…
    그릴 –> 오븐 또는
    우드파이어 오븐에서의 위치 변경.. 등과 같은
    여러가지 방법들이 결국은 모두
    crust 형성 –> 속익히기의 순서를
    따르는 방법들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일본만화 오이신보 1권의
    조리법으로 가장 재미를 보았습니다.
    즉, 팬에서 센불로 크러스트를 만들고
    팬의 온도를 급격히 낮추어 낮은 온도에서
    고기 속의 온도를 올리는 조리법.
    가정에서도 가장 쉽고 효과 좋은 방법입니다.   

  3. 도창종

    2011년 11월 18일 at 4:34 오후

    서민들은 가격의 압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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