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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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이 잔뜩 묻은 꼬막. 벌교와 꼬막은 서로 참 비슷했습니다. 사진=유창우 기자

밤새 내린 비로 벌교는 질펀했다. 전남 보성군 벌교 읍내는 온통 흙물이었다. 하지만 장꾼들은 개의치 않았다. 지난 9일은 벌교 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4와 9가 들어가는 날짜에 열리는 벌교 5일장은 어물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해산물이 다양했지만, 최고의 ‘스타’는 의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꼬막이었다. 갯벌이 잔뜩 묻은 꼬막과 흙물로 흥건한 벌교는 참 비슷했다.

꼬막이 이제 막 제철을 맞았다. 조정래씨는 ‘태백산맥’에서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비릿하기도 한 그 맛”이라고 표현한 그 조개다. 꼬막은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할 무렵부터 이듬해 봄 알을 품기 전까지 맛이 최대치로 상승한다. 벌교시장 상인들은 “11월부터 3월까지가 꼬막의 계절”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벌교 사람들에게 겨울은 ‘꼬막의 계절’과 동의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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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꼬막(오른쪽)과 새꼬막. 옆에 놓고 보니 차이가 확연하죠? 사진=유창우 기자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으로 나뉜다. 벌교를 비롯한 전남 사람들은 새꼬막은 꼬막으로 쳐주지 않는다. 새꼬막을 ‘개꼬막’ ‘똥고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울 등 타지 사람들은 참꼬막과 새꼬막을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비슷하게 생겼다. 껍데기가 전체적으로 동그스름하지만, 자세히 보면 약간 각이 진 것이 직사각형 같기도 하다. 껍데기 바깥쪽 전체적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골이 패 있다.

벌교 사람들은 “골이 몇 개이냐, 그리고 얼마나 깊게 파여 있느냐로 참꼬막과 새꼬막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면서 “참꼬막은 골이 약 20개이고, 새꼬막은 약 30개”라고 했다.(그런데 언제 이걸 다 새지?) 또 새꼬막은 비교적 뽀얗고 깨끗하다. 참꼬막은 거무튀튀한 뻘이 묻어 있고, 뻘을 씻어낸다 하더라도 새꼬막처럼 새하얀 빛을 띠지는 않는다.

참꼬막과 새꼬막은 종자가 다른 것일까, 아니면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 맛과 모양이 달라지는 것일까? 벌교시장 상인들도 의견이 갈렸다. 벌교읍 산업수산계 이형철 계장은 “참꼬막과 새꼬막은 종(種)이 다르다”고 했다. “참꼬막은 자연산이고 새꼬막은 양식산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꼬막 씨(종패)를 갯벌에 뿌리고 자라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참꼬막이나 새꼬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새꼬막은 항상 물이 잠겨 있는, 깊이 3~5뻘에서 자랍니다. 참꼬막은 이보다 얕은, 물이 들고나는 지점에서 자랍니다. 새꼬막은 항상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1~2년이면 다 자라서 채취 가능합니다. 참꼬막은 물이 빠질 때도 있기 때문에 성장이 더딥니다. 3~5년은 지나야 채취할 수 있습니다.”

참꼬막과 새꼬막을 가르는 건 무엇보다 맛이다. 벌교시장 안 ‘동막식당’ 주인 조덕심(60)씨는 “참꼬막은 낭글낭글하고, 새꼬막은 단단하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조씨가 단골 가게에서 참꼬막과 새꼬막을 사다가 삶아줬다. 5000원 어치씩 사왔다는데, 냉면 사발 하나씩 수북하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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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데침. 하이고, 촉촉하게 물을 품은 꼬막을 보니또 먹고싶어집니다. 사진=유창우 기자

참꼬막과 새꼬막을 양쪽에 놓고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하다. 참꼬막 껍데기를 벌리면 봉긋하게 솟은 부분에 자주색에 가까운 빨간색 물이 들어 있다. 꼬막 맛의 핵심이다. 이 부분이 터지지 않게 나머지 부분과 함께 입에 넣는다. 씹으면 피맛 비슷한 찝찔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싱싱하지만 비리지 않은 갯내음이 코로 올라온다. 조갯살이 야들야들 부드러우면서 여린 탄력이 있다. 새꼬막은 좋게 말해서 참꼬막보다 훨씬 차지고, 나쁘게 말하면 질기다. 겉보기엔 골이 얕고 깨끗한 새꼬막이 여성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맛은 참꼬막이 훨씬 섬세하고 미묘하다.

서울에선 꼬막이 그렇게 맛있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이곳에선 손끝에 물집이 잡힐 지경인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벌교시장 안에서 꼬막과 말린 생선 등 해산물을 파는 ‘벌교훈정이네’ 이영자씨는 “서울은 꼬막을 소금물에 담가둬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소금물하고 바닷물은 달라요. 소금물에 담가놓으면 맛이 빠져버려. 벌교에선 이렇게(그물이나 함지박 따위에) 건져놓지.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얼마 두지 않고 바로 먹으니까.”

조덕심씨가 삶은 꼬막을 두 손만으로 깠다. 까기 힘들어 꼬막 먹기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 조씨는 신기할 정도로 쉽게 껍데기를 벌렸다. “금에다가 손을 대요. 그리고 돌려 까면 되는 거지 뭐. 여기 양반들은 다 이렇게 따.” 조씨가 시키는대로 따라해봤다. 두 껍데기가 서로 물리는 부분에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대고, 서로 어긋나게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라고 했다. 그런데 전혀 꼬막이 입을 벌리지 않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꼬막을 따지 못하는 모습을 보던 조덕심씨가 웃으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건넨다. “이건 똥구멍을 따야 된다고(벌교 사람들은 꼬막의 양 껍데기가 맞닿아 붙은 부분을 ‘똥구멍’이라고 불렀다). 참꼬막은 ‘똥구멍’이 벌어져 있고, 새꼬막은 좁다. 참꼬막은 젓가락을 눕혀서 끼워 넣으니 딱 맞고, 새꼬막은 숟가락을 세워서 끼우니 딱 맞았다. 그 ‘부위’에 젓가락과 숟가락을 각각 끼워넣은 다음 비틀자 껍데기가 서로 엇갈리면서 벌어졌다. 벌어진 꼬막 껍데기를 양손으로 잡고 벌리니 쉽게 따진다.

옆에서 삶은 꼬막에 막걸리를 마시던 벌교 아낙이 다가왔다. “그게 그렇게 안돼?” 순식간에 꼬막 대여섯 개를 맨손으로 땄다. “우리야 만날 까니까.” 꼬막을 한평생 먹어야 가능한 ‘내공’ 같았다.

/11월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입니다. 꼬막이 제철이죠. 그 비릿하면서도 찝찔하면서도 야리야리한 꼬막 맛이 입안에 맴돕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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