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캔커피, 바리스타가 평가해보니

커피 하나 사서 마시려고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던 경험 없으신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종류가 그만큼 다양해졌다. 보광 훼미리마트의 커피제품 목록을 훑어보니 무려 106가지. 다른 편의점들도 비슷하다. 물론 편의점마다 지역과 고객을 고려해 이중 일부를 골라 판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매장당 수십 가지가 넘는다.

최근에는 커피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캔커피도 고급화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이용해 뽑은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아메리카노’나 우유를 더한 ‘카페라테’ 또는 ‘카푸치노’가 캔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또 스타벅스, 할리스, 카페일리 등 유명 커피전문점의 이름을 브랜드로 붙인 캔커피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고급 캔커피 중에서 어떤 제품이 가장 맛이 훌륭할까. 또 가격 대비 맛에서는 어떤 제품이 가장 우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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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캔커피와 커피평가표.

사진=허재성 기자

서울 종로의 커피전문점 ‘카페 뎀셀브즈’(www.caffethemselves.com) 바리스타들에게 커피 테이스팅(시음)을 부탁했다. 이 카페의 바리스타 중 일부는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도 출전했다.

캔커피 시음에는 카페 뎀셀브즈 사장이기도 한 김세윤씨를 비롯, 김정회, 김진희, 양진호, 유정현, 명노진 등 바리스타 여섯이 참가했다. ‘커피 커핑(coffee cupping)’이라고 하는 고급 원두커피 평가방식을 따랐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우선 종로 일대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캔커피 중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커피원두를 추출한 커피 13종류를 구입했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한 ‘아메리카노’ 타입이 6가지, 우유를 더한 ‘카페라테’ 또는 ‘카푸치노’ 타입 7가지다. 이중 ‘일리 카페 에스프레소(illy caffe espresso)’는 물을 더하지 않은 에스프레소 원액 제품이다. 구입한 캔커피는 20~30분 정도 놔뒀다. 같은 온도 즉 실내온도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캔을 따서 잔에 따른다. 13개 잔은 모두 흰색이며 크기와 모양이 같고 표시가 일절 없다. 구분은 오로지 번호로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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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캔커피를 맛보는 바리스타들.사진=허재성 기자

바리스타들은 스푼을 하나씩 들고 다니다가 그 스푼으로 커피를 떠서 입술에 가져다 댄다. ‘쉬리릭’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커피를 입술 사이로 빨아들인다. 스타 양진호씨는 “이렇게 해야 커피가 혀의 한 부분에 먼저 닿지 않고 전체적으로 닿기 때문에 맛을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 항목은 ‘깔끔함’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 ‘질감’ ‘향미’ ‘균형감’ ‘총체적 느낌’ 여섯, 그리고 이 여섯을 더해 총점을 냈다. 항목당 0~5점으로, 총점은 30점 만점이다. 원래 커피 커핑에는 ‘당도’ 즉 얼마나 커피가 단맛을 가지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으나 이번에는 제외했다. 여기서 당도는 설탕 등 감미료를 첨가해 얻는 단맛이 아닌, 커피 자체가 함유한 자연스런 단맛을 뜻한다. 하지만 캔커피 제품은 ‘일리 카페 에스프레소’를 제외하면 모두 설탕을 첨가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평가 항목에서 아예 당도를 제외했다.

바리스타들의 평가는 아무래도 매일 커피를 맛보는 전문가의 입맛을 반영한 것으로, 일반인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김세윤씨는 “바리스타들은 커피를 맛볼 때 ‘얼마나 깨끗하고 전체적 균형이 잘 맞느냐’로 평가하지만, 일반인들은 쓴맛과 단맛, 거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구수한 맛으로 커피를 평가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란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바리스타들은 “커피 맛이 예상보다 낫고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평가했다. 아메리카노는 아무래도 커피의 결함이 드러났다. 맛을 따진다면 캔커피는 ‘블랙’ 말고 갖은 양념 다 넣은 ‘다방’ 스타일로 마시란 것. 특히 카페라테, 카푸치노는 괜찮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유가 좋지 않은 맛을 가려주네요. 하지만 아무리 우유와 설탕을 가미해도, 커피를 끓이고 오래되면 나는 묵은내는 아무리 진공포장을 해도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일리, 네스카페, 프렌치카페가 상위에 올랐다. 일리는 아메리카노와 라테 두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얻었다. ‘일리 카푸치노’(17.2점)는 2·3등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일리 카페 에스프레소’는 21.6점으로 다른 아메리카노 스타일 캔커피와 점수 격차가 월등했다. 양진호 바리스타는 “전문가들의 입맛을 반영한 것이라 일반 대중적 소비자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일리 원두 특유의 홍삼(紅蔘) 냄새는 특히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라테·카푸치노 제품 중에서는 ‘네스카페 프렌치라테’가 16.2점으로 2위에, ‘프렌치카페 카페오레’가 근소한 차이(16점)로 3위에 올랐다. 네스카페는 아메리카노 분야에서도 3위에 올라,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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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평가표 읽는 법
깔끔함|
마시고 난 뒤 얼마나 입 안이 깨끗하고 상쾌한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 느글거리는 등 불유쾌한 느낌이 있는지 등을 평가.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입안에 좋은 느낌으로 남는 풍미. ‘잔향’ ‘잔미’로 번역할 수 있다.
질감|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바디)과 촉감을 통칭. ‘묵직하다’ ‘가볍다’ ‘매끄럽다’ ‘거칠다’ 등으로 표현하기도 함.
향미|
다양한 향기를 품고 있는가, 풍부한가 빈약한가 등을 평가.
균형감|
신맛, 단맛, 쓴맛 등 커피에 포함된 여러 맛과 향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평가.
총체적 느낌|커피 마신 후 전체적인 평가. 개인적 선호도 포함.
총점|30점 만점. 항목당 0~5점. 모든 항목의 점수를 합한 점수.

※가격=프렌치카페 카페오레(바이더웨이), 일리 카페 에스프레소(바이더웨이)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GS25 판매가 기준

/주말매거진에 11월 실렸던 기사의 원본입니다. 함께 주말매거진을 만드는 김신영 기자의 아이디어가 기사화됐고, 기대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죠. 저 개인적으로도 캔커피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캔커피를 좋아하시나요? 구름에

5 Comments

  1. 케이

    2009년 12월 24일 at 5:42 오후

    저도 이 기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올해 참 많은 종류의 캔커피와 우유가 들어간 냉장 커피가 쏟아졌지요. 처음에는 칸타타 원두커피 프리미엄~에 꽂혔다가 잠시 할리스 아메리카노로 외도를 했는데 이건 점점 싱겁더라고요. 그러다가 일리 커피를 먹었는데 먹어본 것 중에 최고였어요. 일리 에스프레소는 아직 도전을 못했답니다…;;

    커피 유음료중엔 도토루 커피도 괜찮더라고요.    

  2. 구름에

    2009년 12월 24일 at 6:56 오후

    꼭 도전해보세요. 캔커피 중 맛으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는 편의점을 찾기가 좀 어렵긴 합니다.^   

  3. Quarantine

    2009년 12월 25일 at 8:51 오전

    illy가 인지도가 떨어져서 그렇지 맛은 진정 최고지요…   

  4. 박기범

    2009년 12월 30일 at 3:22 오전

    기사를 읽고 편의점에 달려갔더니 일리카푸치노밖에 없더라구여 맛은…역시 최고..
    겨우 찾은 일리 에스프레소… 설탕이 들어가서 좀 실망..하지만….캔중의 최고…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저같은 사람을 위해 설탕없는 에스프레소캔은 출시가 안되려는지..)
    한박스 구매하고 싶어 지더군요 1500원의 가치가 충분…하더이다..
    도토루는 케이님 말씀데로정말…커피음료던데…부드러움의 극치..   

  5. 다시한번

    2010년 1월 3일 at 8:04 오후

    일리.. 저도 참 맛있게 마시고 있어요. 그런데 파는데를 잘 못 찾겠더라구요.
    제가 다니는 곳만 그런 거 같아요.. 흑.. ㅠㅠ
    도토루도 제 입맛에는 맛아요. 특히 에스프레소는.. 제 입맛에 잘 맞는듯..
    아무래도 일본에서 거기서 일해서 그런지 입에 많이 맞는 거 같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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