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차 시음회

초의선사로부터 이어지는 한국차(茶)의 전통을 이어온 박동춘 선생의 차 시음회가 6월 4일 토요일 서울 코엑스에서 있습니다. 이날은 우리의 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떤 역사를 가졌고 또 어떤 맛인지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 될 듯합니다. 올 봄 박 선생이 만든 햇차를시음회에서 맛볼 수 있을겁니다. 인연이 닿아 시음회장에서 뵙기를 기대합니다. 문의 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02)504-6162, http://blog.naver.com/dongasiacha아래는 제가 지난 5월 말 동춘차와 박 선생님에 대해서 신문에 쓴 기사의 원문입니다. /구름에

박동춘(58) 동아시아 차문화 연구소 소장이 차를 덖는 무쇠솥 뚜껑을 열 때마다 퍼져나오는 향이 마법처럼 변화했다. 박 소장이 자스민 혹은 박하처럼 싱그럽고 달착지근한 허브향이 나던 생찻잎을 아궁이 위에서 뜨겁게 달궈진 솥에 쓸어넣고 뚜껑을 덮는다. 잠시 후 뚜껑을 열자 하얗고 매운 풋내가 났다. 박 선생이 빠르게 손을 놀려 찻잎을 볶더니 솥뚜껑을 덮는다. 다시 열자 고소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다시 찻잎을 볶고 뚜껑을 닫는다. 솥뚜껑이 마지막으로 열렸을 땐, 싱그러움과 구수함이 동시에 퍼진다. 찻잎을 솥에서 건져내 쟁반에 담아 제자에게 건넨 박 소장이 비로소 땀을 훔친다.

지난 13일부터 전남 순천 부근 깊은 산골 야생차밭에서 차를 만들고 있는 박 소장은 불가 스님들과 다인들 사이에서 ‘동춘차’로 유명하다. 한국 차의 중흥조라 불리는 초의선사(1786~1866)의 다맥(茶脈)을 잇는 인물이다. 대흥사 주지였던 고(故) 응송 스님로부터 초의선사의 제다법(制茶法)을 전수받았다.

"한국의 제다는 찌는 방법과 볶는 방법의 중간을 절묘하게 잡아낸 겁니다. 자부하건데, 차의 차가운 기운 혹은 독성을 중화시키면서 차의 효능을 드러내는 기술은 현재 한국·중국·일본 중에서 가장 정교합니다.” 일본이 찻잎을 찌기만 하고 중국이 찻잎을 볶기만 하는 반면, 우리는 찻잎을 볶기도 하지만 뚜껑을 덮어 열기로 찌는 공정을 절묘하게 합쳐 차의 맛과 효능을 절정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펄펄 끓을 정도로 뜨거운 물 즉 ‘열탕’에 우려 마시는 것이 한국의 전통 차문화라고 말한다. 미지근한 물에 녹차를 우려 마셔야 한다는 일반적 이해와 대조된다. 박 소장은 “1970년대 후반 일본 유학생들이 차 보금 문화운동을 벌이면서 식힌 물에 우려 마시는 일본 개량종 녹차가 한국 전통차처럼 대접받게 됐다”며 “대량 생산에 사용되는 야부기다종 찻잎으로 만든 차는 떫은 맛이 강한데, 뜨거운 물에 우리면 떫은 맛이 더 강해서 미지근한 물에 우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구증구포(九蒸九曝)가 전통 제다법이라는 인식이 한국차의 제일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구증구포란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 차를 만든다는 뜻이다. “구증구포가 나온 근거가 19세기 유학자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입니다. 여기서 이유원은 다산이 보림사 승려들에게 구증구포를 가르쳤다고 했지요. 이것을 제다공정을 아홉 번으로 보기 보단, 찻잎을 찌거나 말릴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나물도 한 번에 데쳐야 하는데, 하물며 찻잎이야. 전통적으로 불교문화의 핵심인 차를 다산이 스님들에게 가르쳤다는 것부터 모순입니다.”

“제대로 만들지 않은 차를 마실 바에야 차라리 맹물이 낫다”는 박 소장에게 좋은 차 고르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차를 끓여 보세요. 물에 풀어진 찻잎이 또렸가고 차가 맑아야 합니다. 나쁜 차는 뿌연 기운이 돌죠. 향을 맡았을 때 싱그럽고 시원해야 하고요.” 찻잎을 보관할 때는 비닐은박지 또는 도자기처럼 잡향이 없어서 차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재질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찻잔은 배가 불룩하고 입이 좋아서 향과 온기를 다 마실 때까지 보존할 수 있어야 좋다고 했다. 박 소장은 “무수히 실험해봤지만 고려청자, 그 중에서도 12세기 초에 만든 청자 찻잔이 최고”라고 말했다.

불가 스님이나 다인들 사이에 퍼진 명성에 비해 박동춘 혹은 동춘자의 대중적 인지도는 낮다. 지난 2009년 배우 배용준씨가 낸 에세이집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배용준’에 참여한 일을 빼면 전통 차 보급에 그다지 나서지 않았다. 그가 한 해 생산하는 차는 500짜리 500 봉지가 채 안된다. 가격 매기기도 힘들지만 굳이 매기자면 봉지당 100만원이 훌쩍 넘으니 팔 수도 없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priceless)’이란 표현이 꼭 맞는다. 스님들 그리고 동춘차후원회 회원들과 겨우 나누는 형편이다.

차 전통을 보존하기만도 힘이 부쳤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진정한 한국 전통 차문화 보급에 힘을 내기로 오랜 고민 끝에 결심했다. 박 소장은 “우리 전통 차란 무엇이며 어떤 맛이고 어떻게 만드냐라는 표준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동춘차 시음회’는 오는 6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문의 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02)504-6162, http://blog.naver.com/dongasiacha

/순천=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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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춘 선생이 전남 순천 야생 차밭에서 찻잎을 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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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일창일기’ 형태의 찻잎.차를 만들기에 가장 이상적인 크기와 성장 단계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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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덖을 때 사용하는 대발과 찻잎을 수확할 때 사용하는 대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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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이 평소 사용하는 찻주전자와 찻잔. 갓 덖은 차의 맛과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차밭으로 들고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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