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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제주 토박이가 소개하는 ‘제주 소울 푸드’ - 김성윤의 맛
제주 토박이가 소개하는 ‘제주 소울 푸드’

외지로 나간 이들이 고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을 영어로는 ‘소울 푸드(soul food)’라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인 제주도. 하지만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먹는 건 옥돔이나 갈치 등 몇 가지 ‘뻔한’ 음식뿐이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제주 사람들의 소울 푸드가 무엇인지,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롯데호텔제주 ‘에이스(A·C·E)’ 김진억(27)씨는"올레나 한라산 둘레길 걷기를 안내하다 보면 제주 토박이 맛집을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에이스는 ‘Active & Creative Entertainer’에서 머리글자만 떼어 만든 이름으로, 호텔 손님들의 제주 여행을 돕는 전문 레저 도우미를 말한다. 제주 토박이인 그와 함께 제주 사람들의 소울 푸드를 찾아 나섰다.

제주사람 아니면 잘 모르는 제주의 소울푸드

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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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시장 생선가게들 앞을 지나다 ‘흉칙한’ 생선을 발견했다. 남자 어른 한 뼘 조금 안 되는 길이에 외계 생명체를 연상케 하는 대가리가 달렸고 껍데기는 벗겨져 있다. 김진억씨가 “존다니네”라고 했다. 존다니는 상어의 일종이다. 공식 명칭은 게상어. 생선가게 여자 주인은 “먹으려고 해도 잘 안 나오는데, 손님이 먹을 복이 있네”라고 했다. “잘 안 잡히거든요. 오늘 같이 있을 때가 행운이라. 어떤 생선보다 맛있어요. 쫄깃하고 어떤 생선보다 깊은 맛이 있어요.” 그 맛이 궁금해 서너 마리 회를 떠달라고 부탁했다. 광어 비슷한 담백한 맛이나 단단하다고 할 정도로 차지다. “깻잎에 된장과 싸 먹어야 맛있어요. 된장 풀고 마늘·무·양파 넣고 된장찌개 끓여도 좋고.” 1마리 1000원. 김진억씨는 “존다니를 따로 파는 식당은 거의 없고 다른 음식을 주문하면 식사로 존다니 된장찌개를 내는 식당이 몇 있다”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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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친 존다니. 뭐 신기한 맛으로 한번 먹어는 봤습니다만,다시 또 사먹으라면…글쎄요.

각재기국·멜국

김진억씨는 “다른 지역 붙들은 생선으로 국을 끓였다고 하면 힘들어하지 않느냐”면서 약간 불안해했다. 각재기는 전갱이, 멜은 남자 어른 손가락만큼 큰 멸치. 제주시 일도2동 ‘돌하르방식당’(064-752-7580)은 이 두 생선으로 끓이는 각재기국과 멜국을 잘 하기로 이미 이름난 집이다. 끓는 물에 손질한 전갱이나 멸치를 넣고 배추와 풋고추를 더해 다시 끓인다. 이 식당에선 각재기국에 된장을 살짝 푼다. 국물이 비리거나 생선살이 퍽퍽하지 않게 단시간 끓여내는 것이 포인트. 비린내 없이 시원하고 개운하다. “무리하면 건강만 해쳐” “나는 영원한 육군중사”란 제목의 오래된 신문기사가 벽에 걸려있다. 이 식당 주인의 철학을 압축해 표현한 듯하다. 6·25 당시 무공훈장을 받은 주인이 건네는 말에 생각 없이 맞장구치다간 그의 무용담을 식사 끝날 때까지 들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고, 오전 10시 가게 문 열어 오후 3시면 닫는 점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 제주시 연동에 낸 분점(064-746-7580)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한다니, 주인 심경에 어떤 변화라도 온 것인지 궁금하다. 각재기국·멜국 한 그릇 6000원. 고등어회(1접시 1만5000원)도 특별하다. 고등어회는 일반적으로 얇게 써나, 이 집은 두부처럼 두툼하다.

오메기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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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좁쌀’이라고도 하는 차조가 주 재료인 제주 향토떡. 차조가루를 익반죽해 도넛 모양으로 빚어 끓는 물에 삶아 콩가루와 팥고물에 묻힌 것이 전통 오메기떡이다. 오메기떡집 ‘몰랑몰랑’(064-752-2231 www.jedafood.co.kr) 문재필씨는 “요즘은 차조와 찹쌀을 섞어 떡을 만들고 팥소를 넣고 동그랗게 빚은 다음 팥고물을 묻히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구수한 팥고물과 달콤한 팥소, 차진 떡살이 다른 떡보다 강렬한 인상을 입안에 남긴다. 흔히 떡은 차와 어울리나, 워낙 강렬한 맛인지라 커피 그 중에서도 에스프레소와 썩 어울린다. 전국 웬만한 지역은 택배로 주문 가능하다. 36개 1상자 3만5000원. 택배비 별도. 떡이란 쉬 상하게 마련이라 냉동해서 보내는데, 실온에서 살짝 녹았을 때 더 맛나다고 문재필씨가 귀띔했다.

미풍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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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제주사람들의 속을 달래준 해장국집. 소사골 우린 건 특별하지 않으나, 배추와 콩나물을 넣어 국물이 특별하게 시원하다. 여기에 기름에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 양념(다대기)를 얼큰하게 풀고 싱싱한 선지, 쇠고기, 송송 썬 파, 후춧가루, 당면을 푸짐하게 넣는다. 국물을 제대로 맛보려면 고추양념을 빼달라고 한다. 종지에 따로 내준다. 선지 등도 빼달라면 빼준다. 무김치가 동치미 뺨치게 시원하다. 해장국백반 6000원. 오전 5시 열고 오후 3시 닫는다. 둘째·넷째 월요일 휴무. 제주시 연동11길15, (064)749-6776

시장·분식집에서 파는 소박한 제주의 소울푸드

모닥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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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억씨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엄하게 구분해 말하는 걸 듣다가 의문이 들었다. 작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섬인데 그렇게 다를까? “달라요. 제주사람들은 한라산을 기준으로 ‘산남산북(山南山北)’이라고 하는데, 사투리는 산남이 세죠. 예를 들면 우리 제주시 쪽에선 ‘맛있어?’ 하는데 서귀포 쪽에선 ‘마신?’ 이래요.” 김진억씨는 “모닥치기도 호텔에 취직해 서귀포로 와서 처음 봤다”고 했다. 모닥치기는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일종의 세트메뉴다. 모닥치기를 처음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서귀포시장 ‘새로나분식’(064-762-3657) 주인은 “모닥치기는 ‘여럿이’ ‘다 함께’란 제주 방언이에요. 이걸 음식에 접목시켰죠.” 떡볶이와 김밥, 김치전, 군만두, 달걀, 어묵이 떡볶이 국물 안에 행복하게 공존한다. 10년쯤 전 이 집 주인이 처음 개발했다는데, 서귀포시장 등 서귀포시 이곳저곳에 모닥치기를 내는 분식집이 꽤 된다. 대 7000원, 소 5000원. 서울과 비교하면 훨씬 푸짐하다.

흑설탕 국화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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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분식 맞은편, 서귀포시장 한복판 사거리 한 모퉁이에서 20년 넘게 국화빵을 만들어온 아주머니. 언제부턴가 팥 대신 흑설탕을 넣기 시작했다. “옛날처럼 제대로 국산팥을 쓰는 데가 요즘 어딨어. 다 방부제 들어간 수입산이지. 그럴 바에야 흑설탕을 넣어보자 했지.” 그 결과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서귀포만의 국화빵이 탄생했다. 팥소보다 경쾌한 단맛인 흑설탕에 맞춰 빵 반죽도 더 묽게 조절하는 듯하다. 일반 국화빵보다 얇고 가볍다. 한 자리에서 부담 없이 너댓 개는 먹겠다. 4개 1000원인데 1개 200원이다. 셈법이 이치에 맞지 않는 듯하다. 아주머니는 “손해면 얼마나 손해냐”며 계속 그렇게 팔겠단다.

튀김떡볶이

서귀포시장 뒤 골목에 있는 ‘짱구분식’(064-762-6389)은 ‘튀김떡볶이’가 독특하다. 떡볶이 떡에 전분가루를 묻혀 튀겨낸 다음 떡볶이 국물에 버무린다. 얇은 떡볶이 튀김옷에 매콤달콤한 국물이 배어들어 훨씬 더 맛있다. 바삭하면서도 쫄깃하다. ‘이거 먹으면 엄청 살 찔거야’란 생각이 절로 들지만 멈추고 싶지 않다. 튀김떡볶이(3000원)와 모닥치기(6000·8000원)가 따로 있으나, 튀김떡볶이를 시켜도 모닥치기처럼 나온다.

오는정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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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고 도도한 김밥집이다. 1시간 전 예약해야 하고 선불에다 2줄 이상 주문해야만 판다. 그럴 만했다. 소시지, 게맛살, 시금지, 단무지, 지단 따위 속재료가 아주 푸짐한데다 국산 일반미만 써서 짓는다는 밥맛도 훌륭하다. 그러나 이 김밥집만의 비법은 속재료 하나에 있다. 김밥 단면을 보면 짙은 갈색 정사각형이 하나 박혀있다. 뭐라고 알려주진 않는데, 유부를 튀겨서 간장과 설탕 따위 양념에 조린 듯하다. 김밥을 먹을 때마다 기름지면서도 달착지근하면서도 짭조름한 양념이 배 나오면서 밥과 섞인다. 바삭하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도 그만이다. 오는정김밥 2000원, 참치김밥·치즈김밥·깻잎김밥 1줄 2500원. 다 맛있지만 역시 ‘원조 오리지널(오는정김밥)’이 최고였다. (064)762-8927

아강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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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말로 작은 발’이라는 뜻. 제주시에서 제일 번화한 동문시장에서 족발과 돼지고기를 파는 ‘맞춤형식육식당’ 주인은 “흔히 먹는 돼지족발에서 발만 떼어논 것”이고 했다. 서울 등 ‘뭍’에서처럼 카라멜이나 한약재를 많이 쓰지 않아 돼지고기 자체의 맛이 더 살아있다. 이 가게를 포함 시장 안에서 아강발 3500원, 아강발과 그 윗부분 다릿살까지 합쳐 1만7000원, 뒷다리는 1만5000원 정도에 판다.

유명해도 또 소개하고싶은 제주의 소울푸드

흑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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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하면 역시 토종 흑돼지가 대표 먹거리. 김진억씨는 “나가 사는 친구들이 고향 오면 꼭 먹는 게 돼지 생고기”라고 했다. “(다른 지역의 돼지고기는)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하더라구요. 뭐랄까, 신선도가 떨어진달까?” 그가 제주산 토종 흑돼지고기만을 낸다며 데려간 곳은 제주시 노형동 ‘흑돼지가 있는 풍경’(064-742-1108). 돼지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던 우리의 에이스가 “고기가 듬삭하네이~”라고 했다. ‘듬삭하다’? “두툼하다, 실하다, 먹음직스럽다는 뜻의 제주 사투리에요.” 고기와 비계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삼겹살, 한쪽에는 얇고 쫄깃한 껍데기가 붙어있다. 고기 표면은 무수히 칼집을 벌집처럼 넣었다. 이렇게 칼집을 넣으면 기름은 더 많이 빠지고 단면이 더 많이 생겨 바삭하니 맛있게 구워진다. 제주 토박이, 제주 사투리에 관심을 보이자 기분 좋은 듯했다. 노릇하게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김진억씨가 “이런 맛을 제주 말로 ‘배지근하다’고 한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알려줬다. “‘배지근하다’, 기름기 있으면서 든든하고 따뜻하다는 말입니다. 이런 표현을 쓸 때는 음식에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하는 것 같아요.” 제주에선 소금과 함께 ‘멜젓’이 나오는 게 다른 지역과 다르다. 멜젓은 멸치젓. 작은 옹기에 담겨 나오는 멜젓을 고기와 함께 불판에 얹어 따뜻해지면 찍어 먹는다. 흑돼지 ‘생구이’ 1인분(200g) 1만5000원, ‘양념구이’ 1인분(350g) 1만4000원. 양념구이는 육질이 생구이만 못하다. 양념 맛으로 먹을 정도로 우월한 손맛도 아니다.

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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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뽀얀 돼지사골 국물을 한 입 들이킨 김진억씨가 “이것도 배지근한 맛”이라고 했다. 고기국수는 아주 전통적인 음식은 아니다. “1970년대 정부에서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서 접대하는 음식을 간소화하기 위해 ‘가정의례준칙’을 시행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돼지사골을 우린 뽀얀 국물에 흔히 먹는 소면보다 굵은 중면을 말고 ‘돔베고기’를 얹어 낸다. 제주에선 돼지 편육을 ‘돔베고기’라고 부른다. 돔베 그러니까 도마에 얹어 낼 뿐 맛은 그냥 삶은 돼지고기다. 일본 라멘 중에서 돼지사골을 사용하는 돈코츠 스타일 라멘에서 양념을 뺀 듯한 맛이다. 김진억씨가 고기국수 제대로 한다고 소개한 곳은 ‘삼대국수회관’(노형점 064-722-3366). ‘고기국수’ 5000원, 멸치국물에 돔베고기를 얹은 ‘멸고국수’ 5000원, ‘멸치국수’ 4000원, 돔베고기를 얹은 ‘비빔국수’ 5000원. 김씨는 “멸고국수나 돔베고기를 얹은 비빔국수는 전통적으로 먹던 음식은 아니고 이 집에서 개발한 듯하다”고 했다. “요즘은 결혼 잔치에서는 거의 사라졌고 상갓집에서만 주로 대접하는 듯해요. 서귀포 쪽에서 더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제주시 출신인데, 우리 쪽에서는 성게미역국을 주로 내거든요.”

빙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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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잔치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라고 한다. 김진억씨는 “빙빙 말았다 해서 빙떡, 멍석처럼 만다고 멍석떡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그가 제주시에서 제일 번화한 동문시장 뒤 ‘한마음빙떡’(064-752-0803)으로 데려갔다. 메밀을 동그랗고 얇게 부치고 소금·참기름·참깨로 양념한 무나물을 넣고 도르륵 만다. 간이 거의 없이 심심하다. 가게 주인은 “절대 짜면 안된다”고 했다. “잔치나 회식 때 수백 개씩 주문해가요. 서울 제주 향우회 모임 땐 몇 천 개씩 시키기도 한다니까요.” 500원 받고 1개씩도 판다.

/5월 26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이번 제주 취재에서 최고의 발견은 오는정김밥입니다. 두 줄 더 사올걸, 비행기 타고 서울 돌아오면서 두고두고 후회했네요. 다시 가서 먹고 싶네요. 사진은 모두 김승완 기자의 작품입니다. 구름에

3 Comments

  1. 수레수국

    2012년 2월 10일 at 4:09 오후

    지난여름 제주여행 가서 꽤많은 제주소울푸드를 먹었네요..오는정김밥,오메기떡,빙떡…흑돼지는 구워서…다 색다르고 맛났어요   

  2. 구름에

    2012년 2월 17일 at 3:37 오후

    부럽습니다. 제주 참 좋죠. 저도 곧 다시 가보려고 합니다. 봄소식 미리 들으러요.^   

  3. 수레수국

    2012년 6월 25일 at 6:08 오후

    여기 소개된 제주 소울푸드 70%정도는 먹어봤는데 존다니랑 국화빵,고기국수는 아직 못먹어봐서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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