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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빨간 비아그라, 토마토 - 김성윤의 맛
빨간 비아그라,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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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창우 기자

‘일년감’을 아는 이는 드물 듯하다. ‘토마토’라고 하면 누구나 알 텐데 말이다. 일년감은 국어사전에 당당하게 등재된, 토마토의 한글 이름이다. ‘일 년을 사는 감’이라는 뜻이다. 옛 문헌에는 한자 이름 ‘일년시(一年枾)’라고 나온다. 한국에 소개된 역사가 꽤 길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수광이 ‘지봉유설(芝峰類說)’을 보면 토마토가 ‘남만시(南蠻枾)’라고 소개돼 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지봉유설이 나온 건 광해군 6년이었던 1614년. 늦어도 17세기 초에는 토마토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400년 긴 세월에도 한국식탁에 자리 못 잡은 까닭

토마토와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에 소개된 작물이 또 있다. 고추이다. 김치, 고추장 등 한국음식의 중요한 재료이자 양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고추와 달리, 토마토는 아직까지 한글 이름이 낯설만큼 한국인의 밥상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문헌을 아무리 뒤져도 토마토를 이용한 음식은 찾기 어렵다”면서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토마토를 채소가 아닌 과일로 여긴데다 감자처럼 구황식물로 먹기도 어려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추는? 정 교수는 “고추가 들어오기 전 매운맛을 낼 때 주로 사용하던 산초에 관한 기록이 문헌에 매우 많은 걸 보면 한국인은 옛부터 매운맛을 선호해왔다”면서 “고추는 이러한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토마토 재배에 덜 적합한 한국의 풍토에서 토마토의 비인기 원인을 찾기도 한다. 국내 주요 토마토 산지 중 하나인 강원도 화천에서 오는 8월 5~7일 열리는 ‘화천토마토축제’ 축제추진위원장 오종수씨는 “토마토는 일조량이 많고, 공기가 건조하고, 땅은 촉촉하지만 그렇다고 습하지 않아야 잘 된다”고 했다. 토마토의 생장조건이 덥지만 습한 한반도의 여름과는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과일이지만 과일답지 않은 맛

토마토는 가지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일년 내내 재배되지만 무더운 여름이 제철이다. 고추와 마찬가지로 남미가 고향이다. 남미대륙 서쪽 해안가에 있는 사막지대가 원산지이다. 고추, 담배와 함께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다음 유럽에 소개됐고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고 추정된다. 오늘날의 멕시코 땅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토마토라는 이름도 멕시코 원주민 아즈텍(Aztec)족의 말 ‘토마틀(tomatl)’에서 비롯됐는데, “속이 꽉 찬 과일(plump fruit)”이라는 뜻이다.

토마토는 채소가 아니라 과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대개 채소로 알고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인식은 토마토의 맛 때문이다. 토마토는 과일치곤 당도가 매우 낮다. 전체 무게에서 당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다. 양배추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글루탐산(glutamic acid)은 잘 익은 토마토의 경우 전체 중량의 0.3%나 된다. 글루탐산은 감칠맛의 주요 성분으로, 과일에는 별도 없다. 대개 고기나 생선 등 단백질류에 풍부하다. 유럽 등지에서 수백 년에 걸쳐 토마토를 먹다보니 음식과 같이 또는 소스로 만들어 곁들이면 음식의 맛이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짐을 경험적으로 알았고, 점점 과일보다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따라 과일보다는 채소로 인식이 굳어졌다는 것이 음식학자들의 추론이다.

영양과잉인 현대인에게 맞는 보양식

보양식으론 대개 삼계탕이나 장어, 개고기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고단백 보양식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과거의 보양식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요즘처럼 ‘영양 과잉’의 시대에 이상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토마토가 꼽힌다. 특히 남성에게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힘을 내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토마토의 빨간색을 내는 리코펜(lycopene)은 활성산소를 억제해 암과 노화를 막아준다. 토마토는 올리브오일 등 식용유에 익혀 먹는 게 낫다. 리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라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흡수율이 높아진다.

옛날 영국에서는 청교도혁명 후 집권한 크롬웰 정부가 “토마토에 독이 들었다”는 루머를 퍼뜨린 일이 있었다. 쾌락을 금기시하는 청교도들에게 당시 정력제로 알려진 토마토가 위험한 음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영국에서 토마토수프를 매일 먹은 남성들의 정액 속 리코펜 수치가 증가하면서 활동력이 왕성한 ‘수퍼 정자’가 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크롬웰정부의 걱정에 근거가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7월 말 조선일보 문화면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신문에 나갈 땐 보양식, 정력에 도움이 된다는 부분이 앞쪽으로 강조돼 나갔죠. 그런데 또 그게 가장 관심들이 많으시더라구요. 하여간 제철 제대로 익은 토마토 실컷 먹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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