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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대구는 맛없다”는 편견, 뒤집어엎다 - 김성윤의 맛
“대구는 맛없다”는 편견, 뒤집어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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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식당 주인 장혜주씨가뭉티기가 담긴 접시를 180도 뒤집었습니다.정말 고기가 접시에 붙어 떨어지지 않더군요. "대구는 맛없다"는 편견을 뒤집어엎는다는 제목을 나름 사진으로 표현하려 했는데,사진이 좀 별로였는지 신문 편집자는 아쉽게도 크게 쓰지 않았더군요. 사진은 김승완 기자가 찍었습니다.

“대구? 대구에 먹을 게 있어요?”
대구에 맛집을 취재하러 간다고 했을 때,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되물었다. 이 모두가“편견”이라며 발끈한 이들이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맛집 블로거(blogger) 9명이 “전국은 물론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맛집이 많다”며 ‘대구 대표 맛집’을 공동으로 정리해 소개했다.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대구를 찾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대구는 맛없는 도시’라는 편견을 뒤집어 엎겠다는 야심이다. 이들 블로거들이 추천한 식당을 함께 다니며 맛보았다.

뭉티기(생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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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식당 뭉티기. 뭉텅뭉텅 큼직하게 자르는 품새가 대구 사람들의 성품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사진=김승완 기자

뭉티기는 일종의 육회. 전통 육회처럼 양념하지 않아 ‘생고기’라 부르기도, ‘육사시미’라 부르기도 한다. 생고기ㆍ육사시미는 전국적으로 흔하다. 뭉티기는 대구식 생고기. 뭉텅뭉텅 불규칙하고 큼직하게 고기를 자른다.

뭉티기 명가(名家)로 꼽히는 장원식당(대구 중구 동인동1가 368, 053-427-4363)에 갔다. ‘바람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블로거 김홍일씨는 “고기가 어찌나 차진지 접시를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뭉티기기 담긴 접시를 진짜 뒤집어봤다. 접착제를 바르기라도 한 듯 고기가 접시에 붙어있다. 식당 주인 장혜주씨는 “도축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싱싱한 고기라야 가능하지, 시간이 흐를수록 고기에 물이 생겨서 붙지 않는다”고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글게 빻은 고춧가루와 손으로 다진 마늘, 참기름을 섞은 양념에 찍어 먹거나 살짝 재워뒀다 먹는 게 정석. 고기 맛을 순수하게 즐기려면 소금만 찍어 먹어도 좋다. 뭉티기 1접시 2만8000원.

백합식당(대구 수성구 범어2동 136-4, 053-743-5852), 왕거미식당(대구 중구 동인동 4가179, 053-427-6380)도 전국적 명성의 뭉티기집이다.

매운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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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매운갈비찜. 그동안 여러 번 먹었지만 왜 양은그릇에 만드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매운갈비찜을처음 만들었다는’봉산갈비찜’에서 찍었습니다. 사진=김승완 기자

이제는 전국 어디서도 쉬 맛볼 수 있게 된 대구 대표 음식인 매운갈비찜은 양은그릇에 담겨 나온다. 그런데 왜 하필 양은그릇일까? 1972년 매운갈비찜을 처음 만들었다는 봉산찜갈비(대구 중구 동인1가332-3(동인동찜갈비골목), 053-425-4203) 최병열 사장에서 그 이유를 들었다.

“이기 국수냄빕니더. 일용직 노동자들이 오는 국수집 옆집에 저희가 살았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끔 목돈 생기면 국수집 아주머니한테 ‘고기 좀 해봐라’ 부탁한 거예요. 그런데 밥집이지 요리집이 아니라 솜씨가 없었던 거라. 국수집 아주머니하고 친했던 우리 어머니가 ‘이것 좀 넣어봐라’ ‘이것도 넣어봐라’ 거들다가 고춧가루하고 마늘을 넣고 매콤하게 만든 거지예. 그리고 국수 담던 양은냄비에 담아서 낸거고 나중에는 우리가 하게 된겁니더.” 찜갈비 한우 2만5000원, 호주산 1만4000원. 자투리 갈빗살과 뼈를 넣고 진한 육개장처럼 끓인 ‘갈빗살찌개’(6000)도 괜찮다.

봉산찜갈비 옆에 있는 유진찜갈비(대구 중구 동인1가 298-3, 053-425-7184)도 대구 블로거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생갈비
“대구는 쇠고기가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고 질 좋죠. 서문시장, 섬유회관, 매일신문사 인근에 오래된 갈비식당이 많았죠.”

블로거들이 최고로 꼽은 고기집은 국일생갈비(대구 중구 동산동 98, 053-254-5115). 울릉도에서 나는 나물 명이를 간장에 재운 ‘명이장아찌’에 구운 쇠고기를 싸 먹는 방법을 처음 도입했다. 지금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따라하고 있다. 1등급 한우에서 발라낸 생갈비가 1인분(2대)에 2만2000원으로, 서울과 비교하면 아주 저렴하다. 갈빗살에 재래식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도 훌륭하다. 진갈비(대구 중구 대신동103-17(서문시장·섬유회관 근처), 053-255-3740)도 역사와 맛을 인정 받은 집이다. 1인분 2만원.

납작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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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당’ 납짝만두. 별 것 아닌 그심심한 맛이 희한하게

자꾸 생각납니다. 사진=김승완 기자

납작한 반달 모양 만두. 블로거 ‘모모짱’ 전문양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한때 계명대 앞에 납작만두 파는 포장마차가 쭉 늘어서 있었어요. 주머니 얇은 학생들 끼니를 해결해주던 추억의 맛이죠. 20년 전 대학생들 사이에서 ‘거지만두’라고 불렸어요.” 속은 당면 몇 가닥, 양념이라곤 간장과 고춧가루가 전부. 별 맛 없이 심심한데 희한하게 젓가락을 당기는 마력이 있다. 데쳐낸 만두를 철판에 군데군데 거뭇거뭇 타도록굽는다. 남산초등학교 맞은편 미성당(대구 중구 남산4동 104-13, 053-255-0742)이 원조라고 전문양씨가 알려줬다. 1인분 3000원. 남문시장 안 남문납짝만두(대구 중구 남산1동 605-10, 053-257-1440)도 괜찮다.

돼지석쇠불고기

“대구 북성로에는 연탄에 구워내는 돼지석쇠불고기와 우동을 즐기는 포장마차가 유명해서, 이런 스타일을 ‘북성로식 돼지고기’ ‘북성로식 우동’이라고 해요. 그런데 정작 북성로에는 맛있는 돼지고기나 우동이 없어요. 이곳은 추억 때문에 가끔 찾을 뿐이죠.” 전씨는 칠성시장 안 단골식당(대구 북구 칠성동1가 92, 053-424-8349)을 추천했다. 40년 넘는 내공을 자랑하는 집. 돼지고기를 짜지만 감칠맛 나는 재래식 된장, 상추 겉절이와 함께 구성한 ‘돼지불고기정식’(5000원)을 낸다. 우동은 없다. 블로거들은 마당갈비(대구 중구 수창동 115, 053-255-2324)도 훌륭하다고 꼽았다.

누른국시(칼국수)
대구는 전국에서 밀가루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도시로 꼽힌다. 그만큼 국수를 사랑한다. 이 지역에선 칼국수를 ‘누른국시’라고도 부른다. 전문양씨는 “다른 지역 분들이 ‘자꾸 생각나는 대구의 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 대구 아이들은 누른국시라고 하면 잘 모르고 칼국수라고 해야 알아듣는다”고 했다. 아쉽다. 경주할매집(대구 중구 공평동 44-7, 053-425-2358)은 깔끔한 멸치 국물이 맑갛고, 얌전하게 썬 애호박과 배춧잎이 고명으로 얹혀 나온다. 전씨는 “시원한 멸치 국물에 가느다란 면발이 좀 푹 삶아진 것이 전형적인 대구의 누른국시”라고 했다. 1그릇 4000원. 여름에 판매하는 콩국수(5000원)도 먹을 만하다. 40년 전통의 노포(老鋪)지만 젊은이들이 모이는 동성로에 있다.

돼지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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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식당’ 돼지막창.데쳐서 동그랗게 잘라 굽는 일반적인 돼지막창과 달리, 펼쳐서 양념했다가 데치지 않고

굽습니다. 데치지 않아서인지 더 부드럽더군요. 데친 쪽이 더쫄깃한 맛이 있지만 누린내가 더납니다. 제 입에는

복주식당스타일이 더 맞더군요. 사진=김승완 기자

대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안주. 보통 막창을 데쳐 동그란 단면이 보이도록 가로로 잘라뒀다가 손님상에서 노릇하게 굽지만, 복주식당(대구 중구 남산동 911-5, 053-422-5821)은 세로로 길게 잘라 납작하게 펼쳐 양념해둘 뿐 미리 데치지 않는다. 이렇게 준비해둔 막창을 주문이 들어오면 주인이 숯불에 초벌구이해 손님상에서 완전히 노릇하게 익혀 먹는다. 누린내가 거의 없고,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아주 좋다. 돼지막창 7000원, 소막창 1만2000원.

중국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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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반점’ 야끼우동. 사진=김승완 기자

‘야끼우동’은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중국음식이다. 각종 해산물과 채소를 매콤하고 볶아서 굵은 국수에 얹어 낸다. 국물 없는 짬뽕 비슷한 맛이나 덜 얼큰하면서 감칠맛이 있다. 중식당에서 팔지만 일본이름을 가진 이유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우동면을 간장에 볶은 일본 면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리라는 추측이다. 중화반점(대구 중구 남일동 92, 053-425-6839)고(故) 장유천씨가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1그릇 7000원.

다진 새우를 정사각형으로 자른 식빵 사이에 넣고 튀기는 ‘멘보사(麵包蝦)’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급 중식당에서 빠지지 않고 내던 음식이나, 손이 많이 가고 느끼해서인지 언제부턴가 맛보기 어렵게 됐다. 보수적인 대구에서는 중식당도 전통을 쉬 버리지 않는 모양이다. 화청궁(대구 수성구 지산1동 534, 053-784-7189)은 멘보사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구의 중식당이다. 메뉴판에는 ‘새우토스트’(4만원)라고 나와있다.

이탈리아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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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오’ 청도한우 안심 스테이크. 토착 재료를 사용해 이탈리아 음식을 만든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만,파스타를

푹 삶는다던가하는 등 맛까지 토착화하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사진=김승완 기자

알리오(대구 수성구 범어1동 899-22, 053-741-5989)는 청도한우와 사과, 감 같은 대구ㆍ경북 지역의 산물을 활용한 이탈리아 음식을 낸다. 청도한우 안심 스테이크(3만3000원)는 감으로 만든 소스가 곁들여 나온다. 스테이크에 빵·수프·샐러드·디저트·음료가 더해진 세트는 3만9000원, 여기에 파스타가 추가된 세트는 4만9000원이다. 스테이크 육질이나 굽기 실력에 비해, 파스타는 무르게 삶아진 면발이 다소 아쉬웠다.

빠빠베로(대구 수성구 상동 510-1, 053-765-8805)는 대구는 물론 전국적으로 드물게 본토의 맛을 제대로 살려 요리한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해 이탈리아에서 시집살이하면서 체득한 이탈리아 가정식을 낸다. “메뉴판이 의미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을 내요.” 이탈리아식 생햄 프로슈토(prosciutto)와 소시지 살라미를 이탈리아 시댁에서 공수해온다.

재미난 식당, 예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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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페에서 음료 주문하면 진동발광기계를 주죠?

‘미즈컨테이너’에선 번호가 적힌 헬멧을 줍니다.

재밌기도 하면서 공사장이라는 매장 전체 인테리어

콘셉트와맞아 떨어집니다. 사진=김승완 기자

전문양씨는 “대구는 예전부터 목욕탕과 카페가 좋기로 소문났다”고 했다. 미즈컨테이너(대구 중구 삼덕동1가18-2, 053-442-4484)를 가보면 무슨 말인지 안다. 대구대학교 안에서 시작, 대구 시내에 여러 분점을 뒀다. 카운터에서 주문하면 번호가 적힌 공사장 헬멧을 준다. 헬멧을 테이블에 놓아두면 종업원이 번호를 보고 음식ㆍ음료를 가져다준다. 공사장을 인테리어 콘셉트로 해서 실제 컨테이너로 벽면을 만들고 공구를 장식 소품으로 활용하는 등 매장 분위기가 독특하고 감각적이다. 음식·음료가 대단히 맛있거나 특별하진 않다. ‘바베큐치킨’이 가장 인기 높은 메뉴 중 하나.

팝아트적 요소로 모던하게 꾸민 서가앤쿡(대구 중구 삼덕동1가 26-24, 053-254-9989)도 대구가 얼마나 트렌디한 도시인지 보여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연상케 하는 카페·술집 골드 라벨(대구 중구 공평동 63, 053-428-0700)은 “요즘 대구에서 가장 ‘물’ 좋은 곳”이라며 김홍일씨가 소개해줬다. 화장실에 다녀온 전문양씨가 “여자 화장실에는 벨벳 소파까지 갖춰져 럭셔리한 분위기”라고 전해줬다. 변태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어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대형 커피체인점에 질렸다면 동성로 카페골목으로 가볼 것. 칼디커피&류(柳), 어바웃, 루시드, 커피 맛을 조금 아는 남자 등 세련되고 커피 제대로 뽑는 카페가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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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디카페&柳’ 대표 류지덕씨. 바지와 구두도 멋졌는데 사진에는 나오지 않아 아쉽네요. 사진=김승완 기자

대구 맛집·별미, 더 알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대구 맛집 추천 블로거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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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1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구의 맛집 블로거들이 대구를 대표하는 맛집을 골라서 보내주셨습니다. 블로거들이 이렇게 단체로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역시 대구 그리고 경북 분들의 고향 사랑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육상선수권대회 가실 분들, 참고하세요. 물론 이 음식들 맛보기 위해서만이라도 대구 찾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 구름에

1 Comment

  1. 동포여

    2011년 8월 31일 at 11:49 오후

    대구의 맛은 짜고 매운 것으로 됐을 것입니다. 아마 변화는 여러 곳에서 온 많은 피닌민 덕으로 1차 변화가 아닐까요. 그 다음은 경부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2차의 변화를 맞은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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