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이 이렇게 다양했던가, 왼쪽부터 꽃송편, 매화송편, 조개송편, 모시송편. 사진=김승완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과거 한민족에게 추석은 일 년 중 가장 풍성하고 넉넉한 때였다. 그런만큼 추석에 먹는 명절 음식도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 절기 음식을 꼽으라면 뭐니뭐니 해도 송편일 것이다. 송편 하나 맛보지 않고 넘기는 추석은 떡국 한 그릇 먹지 않고 보내는 설 만큼이나 섭섭하다.
송편을 제대로 알아보려고 지난 2일 ‘추석맞이 전통음식 무료강좌’가 열린 서울 내곡동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최순자(71)씨를 만났다. 우리떡한과개발연구원 원장인 최씨는 떡업계에서 알만한 이는 다 아는 ‘떡 명인’이다. 우리 떡 본래의 특질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새로운 맛과 모양을 개발한다고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 그가 진행하는 강의여서인지 아니면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와서인지, 강의실은 70명 정원으로 가득 차 북적거렸다. 제사상에 올리는 떡도 시장에서 사온다는 가정이 대부분인 요즘 세태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맛도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송편
최순자씨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한국사람은 다 아는 송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강의실 앞에 차려놓은 송편은 열 가지가 넘었다. 매화나 국화 등 꽃처럼 예쁘게 빚은 ‘꽃송편’, 과일 모양을 내거나 과일을 넣은 ‘과일송편’, 작게 빚은 송편을 또다른 떡으로 감싸 화려하게 꾸민 ‘겹송편’ 등 재료와 모양과 맛에 따라 종류가 무궁무진해 보였다. 진짜 ‘한국사람이면 다 아는’ 송편일까 싶었다.
“(송편이) 굉장히 다양하게 있죠. 지역마다 모양과 맛이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요. 주로 북쪽지방은 크게, 남쪽지방은 작고 예쁘게 빚었어요. 제주도에서는 보름달처럼 둥글게 만들었고, 충청도에서는 입술 모양으로 예쁘게 빚어요. 전라남도 송편은 초승달 모양으로 갸름하게 빚구요. 서울은 음식 멋 부리기를 좋아해서 모시조개 모양으로 앙증맞게 만들었지요. 전라도 양반가에서 주로 빚어 먹은 꽃송편은 오미자, 치자, 송기, 쑥 등을 이용해 여러 맛과 색감을 즐겼구요.”
추석뿐 아니라 중화절에도 먹던 송편
송편은 추석에만 먹던 떡인줄 알았는데, 중화절(中和節)에도 먹었다고 했다. 중화절은 음력 2월 1일로, 농사철 시작을 기념하는 명절이었다. “가장 먼저 익는 벼를 올벼라고 하거든요. 이 올벼를 추수한 쌀로 만든 송편을 ‘오려송편’이라고 하는데, 조상 차례상에 바쳤어요. 중화절에는 머슴, 노비들한테 농사일 잘 해달라고 송편을 만들어서 나이수대로 나눠줬어요. 이걸 ‘노비송편’이라고도 하고 ‘나이떡’이라고도 부르는데 아주 커요.”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활용해 송편을 빚은 건 예전이나 요즘이나 마찬가지이다. “강원도에서는 산간지방에서 많이 나는 감자와 도토리로 송편을 만들었죠. 큼직하니 먹음직스럽고 손자국이 꾹꾹 난 것이 투박하죠. 뜨거울 때 먹어야 쫄깃하고 맛있어요. 충청도에서 유명한 호박송편은 밤호막을 삶아 멥쌀가루와 섞어서 익반죽한 다음 깨나 밤을 소로 넣고 찐 거예요. 모시 이파리를 넣은 모시잎송편은 전남 영광 등에서 먹어온 송편인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죠. 요즘은요, 지역 특산품을 의식적으로 송편 개발하는 데 이용하고 있어요. 서산에서는 육쪽마늘과 생강이 나는데, 모양으로 흉내내 송편을 빚거나 소로 넣지요."
과거 그대로 머물러 있는 줄 알았는데, 송편은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새롭게 개발되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무심하게 먹었을 뿐이다. 이번 추석에는 송편을 집을 때 조금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9월8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입니다. 추석 하면 송편이지만, 너무 흔해지고 자주 먹다보니 뻔해져서 안 먹게 되는 송편이기도 합니다. 그랬는데 취재차 최순자 선생님을 만나 송편 배워보니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화려하고 이야기도 있네요. 다시 봤습니다. 올 추석에는 제대로 맛봐야겠어요. 구름에
깨달음(인회)
2011년 9월 11일 at 9:12 오후
어렸을때 나이떡 먹던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