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진하해수욕장에서 본 일출. 새해 첫 해는 오전 7시32분쯤 뜬다고 하네요. 추운데 미리 나와 떨지 마시고 참고하세요. /사진=김승완 기자
19일 오전 6시 30분 울산 진하해수욕장. 수평선이 새빨갛게 빛나기 시작했다. 일출이 시작되려나. 하지만 태양은 쉬 떠오르지 않았다. 추위가 꽤 풀렸다지만 바닷가 바람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옷깃을 파고들었다.
30분이 지난 오전 7시에서야 하늘이 조금 밝아진다. 바다와 하늘이 구분되지 않던 어둠이 차츰 짙은 푸른빛에서 보라색으로, 코발트색으로 옅게 흐려진다. 해안도로에 정차된 승용차들에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이 50여명으로 불어난다. 하나같이 대포처럼 커다란 렌즈를 단 전문가급 DSLR카메라를 들고 있다. 부산에서 왔다는 젊은 남자는 “오늘이 월요일이라 이 정도지, 주말에는 카메라 삼각대를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했다.
오전 7시 20분, 태양의 빨간 머리 꼭대기가 수평선 위로 살짝 보인다. 그렇게 애태우더니 일단 시작되자 일출이 거침없다. 순식간에 커다란 불덩이처럼 하늘로 솟구친다. 여기저기서 수십 대 카메라가 찰칵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평선 위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10분이 채 안 된 7시 30분 태양은 사뿐히 하늘에 떠 있었다.
새벽에 잡아온 멸치를 말리기 전 삶는 작업을 하고 있는 어부들과 어부의 부인들./사진=김승완 기자
일출을 찍느라 정신없던 사진가들이 이번엔 해수욕장 옆 회야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 위로 놓인 명선교를 우르르 건너갔다. 다리를 건너면 강양항이다. 사진가들의 시선이 먼 바다로 향했다. 갈매기 무리를 장식처럼 하늘에 매단 고깃배들이 하나 둘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강양항으로 귀항하는 멸치잡이 배들이다. 어부가 배를 부리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멸치를 끓는 물에 삶아서 채반에 받쳐 물기와 김을 빼내고 말리는 작업을 한다. 데쳐낸 멸치에서 뿜어 나오는 김이 차가운 공기를 만나 역광 속에서 뿌옇게 빛이 난다. 사진가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를 눌러댄다.
진하해수욕장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있다. 정확하게는 진하해수욕장이지만,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선도로 알려졌다. 명선도는 해수욕장 앞에 있는 작은 솔섬이다. 명선도 뒤에서 떠오르는 일출과 새벽 바다를 가르며 돌아오는 고깃배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 유명한 간절곳에서 거리가 약 4.3㎞, 차로 10분 거리에 불과한데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다니 신기할 정도이다.
울산 여행수첩
해돋이 외볼거리_울산에는 일출 말고도 볼거리가 많다. 울주군 상북면 가지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일출을 볼 수 있는 산으로 꼽힌다. 부드러운 숲길과 험한 바윗길 산행을 두루 즐길 수 있다.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盤龜臺)는 이 지역에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긴 암각화가 유명하다. 암각화에 고래가 묘사돼 있는 걸 보면 예전부터 울산 앞바다에는 고래가 많았던 모양이다. 신불산 억새평원은 울주군 상주면 취서산 아래에서부터 신불재를 거쳐 신불산 능선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대표적 억새군락지이다.
고래고기 모둠. 제가 들고 있는 건 껍데기 쪽인 것 같습니다. /사진=김승완 기자
먹거리_울산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역시 고래고기이다. 장생포가 포경(捕鯨)기지였던 탓에 오래전부터 고래고기를 맛봤고, 각별하게 즐긴다. 1986년 포경금지 이후 고래고깃집들이 대부분 문 닫고 서너 집만 명맥을 잇고 있다. 그래도 다른 어떤 지역보다 고래고기 맛이 낫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는 거의 모두 울산에 모인다. 고래고기를 부위별로 다루고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사람이 여기 많기 때문이다.
수육은 곱창, 간, 콩팥 등 내장을 삶아 낸다. 육회는 껍질 밑 비계 없는 살코기를 배·파·마늘·참기름 따위 양념에 버무린다. ‘우네’는 배폭살, ‘오노미’는 꼬릿살이다. ‘오베기’는 꼬리지느러미를 소금에 절이고 숙성시켜뒀다가 데쳐서 얇게 저민 것이다. 두루치기와 탕도 있다.
고래고기원조할매집(052-261-7313), 고래명가(052-269-2361), 왕고래집(052-7075) 등 장생포에 잘하는 집들이 몰려있다. 고래고기원조할매집에서는 수육·육회·우네·오노미·오베기 등이 한 접시에 나오는 ‘모둠’이 1~2인분 작은 접시 7만원, 3~4인분 큰 접시 10만원 받는데 다른 집들도 가격이 비슷하다.
언양은 불고기로 너무 유명해서 울산이 아닌 줄 아는 이들도 꽤 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이다. 언양기와집불고기(052-262-4884), 삼거리불고기(052-262-1322) 등 불고기집이 40여 곳이나 된다. 다진 쇠고기에 가볍게 양념해 석쇠에 굽는다. 다른 지역 불고기보다 산뜻하며 고기 자체의 맛을 살리는 스타일이다. 대개 1인분 180에 1만5000~1만8000원 받는다. 쇠고기가 맛난 곳이니 곰탕도 훌륭하다. 언양시장에 곰탕집이 여럿이다. 이중 언양할매곰탕(052-262-5752)이 역사가 깊다. 한 그릇 7000원이란 가격이 미안할 만큼 살코기와 우설, 내장 등 각종 부위가 듬뿍 담겼다. 꼬리꼬리한 고깃국 특유의 냄새와 끈적하달 정도로 진한 국물이 훌륭하다.
문의_울산시 울주군 문화관광과 (052)229-7642~3, tour.ulju.ulsan.kr
/12월22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입니다. 해와 섬과 솔숲이 어우러진 멋진 해돋이 포인트였습니다. 바람이 매서우니 꽁꽁 싸입고 가세요. 저는 꽤 고생했습니다.^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