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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경상도 ‘소울푸드’ 과메기 - 김성윤의 맛
경상도 ‘소울푸드’ 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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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과 햇살에 맛있게건조되며 숙성되고 있는 과메기. 경북 포항 구룡포 덕장에서 찍었습니다. 유창우 기자의 작품입니다.

비린 듯 구수하고 고소한 과메기가 지금 한창이다. 과메기는 전라도의 ‘소울푸드(soul food)’ 홍어와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겨울이 제철이고, 처음 모르고 먹었을 때는 역겨울 정도로 풍미가 강하고 독특하지만 일단 맛을 들이게 되면 먹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강한 중독성을 가졌다는 점이 그렇다.

꾸덕꾸덕 말린 과메기는 찰지게 씹히는 맛 그리고 씹을수록 기름지면서도 구수한 맛이 매력적이다. 목으로 넘기면 희미한 단맛이 여운처럼 혀에 남는다. 미역이나 김에 과메기 한 점을 얹고 말아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느끼함이 한결 덜하고 고소하기가 각별하다. 과메기를 맛본 한 프랑스 요리사는 “잘 숙성된 치즈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치즈나 과메기나 단백질 숙성시킨 건 마찬가지니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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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에 풋고추, 쪽파, 초고추장과 함께 얹은 과메기.

미역과도 썩 어울리죠. 흔한 꽁치 과메기가 아니라

청어로 만든 과메기라 빛깔이 옅죠./허재성 기자

과메기는 생선의 종류가 아니라 가공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어원은 ‘관목(貫目)’이다. 옛날에는 청어 눈을 지푸라기 따위로 꿰 매달아 과메기를 만들었다. 1832년 ‘경상도읍지’를 보면 “영일만의 토산식품 중 조선시대 진공품(進貢品)으로는 영일과 장기 두 곳에서만 생산된 천연 가공의 관목청어(貫目靑魚)뿐”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관목청어가 포항 사투리로 ‘관메기’가 됐다가 ‘과메기’로 정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옛날 과메기는 건조시킬뿐 아니라 훈제도 했다. 경북 해안 마을에서는 밥 반찬으로 과메기를 만들어 먹었다. 부엌 아궁이를 때면 나오는 연기를 빼려고 추녀 아래로 낸 살창에 청어를 걸어두면 찬바람에 얼었다 밥 짓는 동안 올라오는 연기와 열에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훈제가 됐다. 18세기 이규경이란 양반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를 보면 “청어는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는데, 이를 연관목(煙貫目)이라 한다”고 씌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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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지만, 요즘은 꽁치가 대부분이다. 포항과 영덕에 청어로 과메기 만드는 업체가 몇 곳 있지만 생산량이 매우 적다. 1970년대부터 청어가 귀해지면서 꽁치가 과메기의 주 재료로 대체됐다. 8월 북태평양에서 원양어선이 잡아 냉동해뒀던 꽁치를 겨울이 되면 녹여서 사용한다.

꽁치를 통째로 말려 만든 과메기를 ‘통마리’, 배를 따고 반으로 갈라 말리면 ‘배지기’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대부분 통마리였으나, 요즘은 거의 전부 배지기다. 통마리는 뱃속에 든 내장 때문에 더 비리다. 소수의 포항 토박이를 빼면 대부분의 소비자가 배지기를 선호한다. 게다가 배지기는 이틀 반에서 삼일만 말리면 되지만 통미리는 열흘에서 보름 건조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윤이 덜하니, 과메기 만드는 이들 입장에서 굳이 통마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과메기는 날씨가 쌀쌀해지는 10월부터 2월까지 만든다. 겨울이면 과메기를 널은 건조대가 경북 동해 바닷가를 따라 병풍처럼 늘어서지만, 과메기 덕장은 포항 구룡포에 특히 몰려있다. 구룡포가 과메기를 만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과메기가 제대로 마르려면 겨울 기온이 아무리 낮아도 영하 10도를 내려가면 안되고, 높아도 영상 10도를 넘으면 안되, 그 사이를 오가야 한다. 습도는 10~40%, 바람은 초당 10가 이상적이다. 그런데 이게 딱 호미곶에 있는 구룡포 날씨란거다. 그러다보니 전국에서 생산되는 과메기의 70% 이상이 이 크지 않은 어항에서 나온다.

바깥에 내두고 햇볕과 바닷바람을 맞게 하다가 습하면 실내로 들인다. 이렇게 이틀에서 사흘 정도 하면 과메기가 완성된다. 포항에서 과메기를 가장 많이 유통하는 업체로 꼽히는 ‘미도수산’ 이경식(47) 대표는 “과메기는 바람에 가장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이 과메기를 직접 때려야 좋아요. 남동풍은 좋지 않아요.”

이경식씨는 “과메기 중에서도 ‘명품’이 있다”고 알려줬다. “똑같이 건조대에 널어도 햇볕과 바람을 더 잘 받는 위치에서 만들어지는 과메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꼬들꼬들 잘 마르면서 맛이 더 들었죠. ‘명품 과메기’를 구분하는 법이 있어요. 생선살을 보면 결이 있어요. 결과 결이 만나는 부분이 더 뚜렷하게 갈라지면서 골이 생긴 과메기가 있어요. 이렇게 골이 생긴 과메기가 한 맛이 더 나은 겁니다. 검다기보다 붉은빛이 나야 잘 마른 과메기고요.”

과메기는 10마리 들이 1상자에 대개 2만원씩 받지만, 이런 ‘명품 과메기’만 골라서 담으면 3만원씩 받는다. 상자에는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입 크기로 다듬은 과메기와 미역, 돌김, 초고추장은 물론이고 꽁꽁 얼린 소주까지 꼼꼼하게 담아 보내준다.

/1월27일자 신문에 실린 ‘제철 우리맛’ 시리즈로 쓴 기사입니다. 과메기야 냉동시켜놨다가 먹어도 역시 바로 만든 것만은 못하죠. 지금이 이번 겨울 만든 ‘햇 과메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적기입니다. 구름에

1 Comment

  1. noonoo

    2012년 1월 31일 at 2:36 오후

    죽도 시장에서 대놓고 먹는데 10만원 이상이면 택배 무료로 바로 갖다주시던데요,,,
    물미역, 초고추장 쌈채소 쎄트로 다 보내줘여…
    근데 꽁치를 해풍에만 말리는 거 같진 않던데여…

    솔직히 아무데서나 수산시장에서 냉동꽁치 한짝 사다가 배따고 내장 바르고 열판에 꾸덕꾸덕 말리면 포항 과메기 될 것도 같씁디다…

    과메기 제철이라도 그 과메기 맛이 아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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