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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은 올리브오일에 부쳐야 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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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폐백·이바지 가게를 하는 김순자(가명)씨는 요즘 작은 고민이 있다. 올리브오일로 전을 부쳐달라고 주문하는 손님이 있는 거다. “서울 강남 사모님들 중에 특히 그런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올리브오일로 전을 부쳐보니까 맛이 이상해요. 풋내랄까 들내랄까, 올리브오일 특유의 냄새가 전에 배어들어서 전 고유의 맛이 나지 않는 거예요. 손님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그래도 올리브오일로 부쳐 달래. 몸에 좋은 기름이라고.”

50년 전만 해도 올리브오일은 유럽에서도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식용유였다. 지중해 연안에서 잘 자라는 올리브나무의 열매를 압착해 나오는 즙인 올리브오일이 지구 반대편 아시아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한반도에서까지 유행하게 된 건 ‘지중해식단’ 덕분이다. 현대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흉으로 떠오른 고혈압·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지중해식단이 이상적이고, 이 지중해식단의 핵심이 올리브오일이라고 알려지면서 올리브오일 소비가 세계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지중해식단의 신화(神話)가 시작된 곳은 지중해 한복판에 있는 섬 크레타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그리스정부는 미국 록펠러재단에 “그리스 국민의 식생활과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컨설팅해달라”고 부탁했다. 록펠러재단 연구진은 그리스에서도 가장 못 사는 크레타 섬 주민을 연구표본으로 삼았다. 여러 달 동안 크레타 주민들을 만나서 면접과 가정방문 등으로 이들의 식생활을 꼼꼼하게 조사했다. 록펠러재단의 연구결과는 “개선할 것이 없다”였다. 1948년 록펠러재단이 그리스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비록 이들이 가난할지는 모르나 건강한 식단으로 미국인보다 나은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록펠러재단의 조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안셀 키즈(Keys) 교수는 그 유명한 ‘7개 국가 연구(Seven Countries Study)’를 시작했다. 키즈 교수는 세계 22개 국가 국민들의 식생활과 심혈관 질환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등 대비가 큰 7개 나라 국민들의 조사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조사결과는 놀라웠다. 크레타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 남부 프랑스 등 지중해 연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루 열량의 40% 이상을 지방에서 섭취했다. 미국인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심장병 사망률은 미국인보다 훨씬 낮았다. 특히 크레타 고지대 주민들은 미국인보다 지방을 3배나 더 많이 섭취하는데, 심혈관 관련 질환은 10만명 중 9명에 불과했다. 미국인은 이보다 40배가 높았다.

키즈 교수 연구팀은 이 ‘모순’의 원인을 식단이라고 지목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포도주를 마시고, 올리브와 올리브오일을 즐겨 먹는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식단이 심장병을 크게 줄였다고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올리브였다. 지중해 연안 사람들이 지방을 엄청나게 섭취하지만 그 지방은 대부분 올리브와 올리브오일이다.

키즈 교수의 연구결과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고, 곧 ‘지중해식단’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알려졌다. 지중해식단의 핵심인 와인과 올리브오일이 세계 곳곳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올리브오일은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다.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중지방성분인 트리글리세리드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크레타 사람들은 한 해 평균 31㎏의 올리브오일을 섭취한다고 한다. 실제 크레타에서 그들이 먹는 음식을 보면 음식에 올리브오일이 들어간 정도가 아니라, 음식이 올리브오일에 빠져 있는 것처럼 흥건하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양의 올리브오일을 섭취하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견디지 못한다. 설사를 하고 속이 좋지 않다. 심지어 그리스 본토 사람들도 크레타 사람들처럼 대량의 올리브오일을 먹지는 못한다. 크레타 주민들이 이렇게 많은 양의 올리브오일을 먹어도 멀쩡한 건 수천 년 동안 올리브오일을 먹으면서 그네들의 체질이 대량의 올리브오일 섭취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맵게 먹어도 속이 쓰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미국의 음식인류학자인 개리 납한(Nabhan)은 “진정한 웰빙은 음식뿐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살면서 그 환경에 적응한 인체 유전자, 그리고 그 속에서 형성된 문화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리브오일이 몸에 좋지만, 맹목적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에게도 참기름, 들기름이라는 훌륭한 식용유가 있다. 빈대떡을 굳이 올리브오일에 부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2월24일자 조선일보 오피니언면에 실린 제 칼럼입니다. 신문에 나간 제목은 ‘빈대떡도 올리브오일에 부치면더 맛있나’이죠.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맹신하면 좋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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