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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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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탕(湯) 뜨거운 국물음식 열전1-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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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에게 가징 익숙하고 친근한 음식인 국밥. 위 사진은 곤지암소머리국밥입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국밥을 처음 만들어 판 최미자씨의 가게에서 찍었습니다. 유창우 기자의 작품입니다.

허연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뚝배기. 뜨거운 국물과 그 구수한 국물에 촉촉하게 젖은 밥을 듬뿍 퍼서 푹푹 퍼먹는다. 잘 익은 깍두기 하나 집어 먹고, 다시 국밥 한 숟갈 퍼먹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그릇은 국물 조금만 남기고 바닥을 드러낸다. 뚝배기를 손으로 들어서 여전히 따뜻한 국물을 아쉬운 듯 들이켜면 따뜻하고 푸근하기가 이를 데 없다. 유난한 올겨울 추위도, 지난밤 숙취도 눈 녹듯 사라지는 듯하다.

국밥은 우리 민족 최초의 ‘외식 메뉴’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1900년대 이전에는 집 밖에서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이 거의 없었다. 이후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주막집이 생겨났다. 주점 상차림의 주인공은 술이었다. 음식은 안주에 불과한 ‘조연’이었고, 술이 ‘주연’이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점이 밥집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대부분이 국밥집이었다. 이때 문을 연 음식점 중 서울 이문설렁탕, 청진동 청진옥, 추어탕 파는 용금옥 등 국물에 밥을 말아서 내는 음식점들이 여태 남아 있다. 부담없이 한 끼 든든히 배불릴 수 있어 좋고, 잘 차려입지 않아 행색이 누추해도 주눅 들 필요 없으니 더 좋다.

이렇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국밥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첫 회의 주제는 ‘소’다. 살코기는 물론이고 머릿고기·사골·내장 등 소의 다양한 부위를 이용해 우리고 끓여낸 탕국을 내는 식당을 소개한다. 그 음식에 얽힌 역사와 유래는 물론, 육개장·설렁탕 등 특정 종류의 국밥을 내는 식당이 몰린 지역도 소개한다. 물론 유명한 국밥집이 다른 곳에도 많지만, 모여서 ‘촌’을 이룬 곳으로 한정했다. 돼지·닭·미꾸라지 등은 앞으로 차차 소개할 계획이다.

소머리국밥-곤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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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자씨가 토렴해준 곤지암소머리국밥. /유창우 기자

곤지암을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 지역이 아니라, 소머리국밥집으로 알고있는 사람이 많다. 곤지암은 그만큼 소머리국밥으로 유명하다. 소머리국밥집 대여섯 곳이 모여있다. 이곳을 소머리국밥의 대명사로 만든 이가 최미자(72)씨다. 생각보다 역사는 짧다. 1981년 국밥집을 시작했다니 올해로 31년째. 대포집을 하던 최씨가 소머리국밥을 하게 된 건 남편 때문이다. 1980년대 초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해줄걸… 아쉬웠어요. 그제야 친정엄마가 사골국 끓여주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술안주거리를 사러 들르던 가게에서 소머리를 팔았다. 그걸 사다가 사골과 함께 끓였다. 소머리뼈 때문에 냄새가 심했다. 소머리국밥이라도 소 냄새가 나니까 먹을 수가 없었다. 소머리에서 뼈를 발라내고 고기만 넣으니 냄새가 한결 덜했다. 그래도 소 냄새가 남아있었다. 어찌 없앨까 고민했다. “계피도, 생강도, 감초를 넣어봐도 냄새가 나요. 그러다 마지막에 인삼을 넣었어요. 그랬더니 냄새 없이 깔끔해. 아, 됐다 했죠.”

최미자씨는 매일 밤 11시 탕국 끓이기를 시작한다. 부엌에 있는 커다란 솥 다섯 개에 사골을 넣고 팔팔 끓인다. 네 시간쯤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주둥이, 혀, 귀에 붙은 고기 등 소머리에 붙은 온갖 고기를 넣고 3시간을 더 끓인다. 무와 인삼이 빠지지 않는다. 국물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찹쌀가루를 약간 더한다. 그렇게 7시간을 우리면 새벽 6시다. 가게 문 열 시간이다.

최미자씨의 가게는 새벽 6시 문을 열고 저녁 8시 30분 닫는다. 술은 저녁 8시까지만 판다. 아예 팔지 않고 싶지만 찾는 손님이 많으니 어쩔 수 없이 내기는 한다. 최씨는 “남편이 술 때문에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뚝배기에 밥과 얇게 썬 소머리 고기를 담아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국물을 부어 일단 밥을 덥힌 후 그 국물은 따라내고, 다시 뜨거운 국물을 부어 손님에게 낸다. 탕국물로 밥을 데우는 걸 ‘토렴한다’고 한다.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요즘 따로국밥에 익숙한 손님이 많아 토렴하는 국밥집이 아주 드물다. 물어보는 손님이 많은지 아예 써 붙였다. “옛날부터 국밥이란 밥을 먼저 퍼 담고 국으로 따끈하게 토렴해서 먹어야 맛이 있습니다. 따로국밥이란 없습니다. 국밥 주인을 무시하는 겁니다. 따로국밥집으로 가셔야죠.”

국물이 소 군내 없이 깨끗하다. 찹쌀가루를 넣어서인지 국물 농도는 진하다. 펄펄 끓지 않는 국물이라 제대로 국밥 맛을 즐길 수 있다. 평일 약 500그릇, 주말 약 1000그릇을 파는데 대부분 점심시간에 나간다. 오후보다 오전이 더 한가하다. 소머리국밥 9000원, 수육 2만5000·3만5000원, 공기밥 1000원. ‘원조최미자소머리국밥 1관’은 최미자씨의 딸이, ‘2관’은 최씨와 막내아들이 맡고있다. ‘골목집소머리국밥’은 최미자씨가 1993년까지 하다가 건물주에게 넘겼고, 잠깐 쉬다가 1997년 지금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원조최미자소머리국밥: 1관 (031)764-6155 경기도 광주 실촌읍 곤지암리 338-3,

2관 (031)764-0257 경기도 광주 실촌읍 삼리 24
*골목집소머리국밥: (031)762-6265 경기도 광주 실촌읍 곤지암리 443-10

나주곰탕-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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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집 나주곰탕. /유창우 기자

나주곰탕, 또는 나주국밥은 고깃국물이 얼마나 맑고 섬세한 맛을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나주읍성 안 매일시장 자리에 있던 5일장을 찾는 장꾼들에게 팔던 국밥이 나주곰탕의 시작이다. 소머리 고기와 뼈, 내장 따위로 끓인다. 소뼈를 3시간 정도 고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양지머리, 목살, 사태, 머리 고기 따위를 넣고 서너 시간 더 끓이면 국물이 맑게 변한다고 한다. 붉은빛이 살짝 도는 이 말간 국물로 밥을 토렴한 다음 노란 달걀 지단과 동그랗게 송송 썬 파, 깨를 뿌리고 고춧가루와 후춧가루를 조금 얹어낸다.

매일시장 주변에 10여집이 몰려있다. 이 중 ‘하얀집’이 가장 오래됐다. 4대를 이어 100년 가까이 썼다는 가마솥은 얼마나 정성껏 다뤘는지 윤이 반짝반짝 난다. 소뼈를 사용하지 않고 살코기만 넣는 등 집집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준이 매우 높으니 어디를 가도 불만은 없을 듯하다. 자기 입에 더 맞느냐 덜 맞느냐 하는 차이일 뿐이다. 대개 곰탕 7000원, 수육·육회 1만5000·2만원 받는다. 나주 쇠고기는 육회로 먹으면 별나게 맛있다.

*하얀집: (061)333-4292 전남 나주 중앙동 48-17
*남평식당: (061)333-4665 전남 나주 송월동 1099-4
*노안집: (061)333-2053 전남 나주 금계동 23-5

따로국밥-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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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따로국밥. /조선일보DB

따로국밥은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얼마나 먹을 만한 게 없으면 국과 밥을 따로 내는 걸 별미라고 부르나’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지만,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는 설명도 있다.

국밥이란 쉽고 편하고 빨리 먹는 게 미덕인 음식이다. 대구라고 달랐겠나. 대구에서도 국밥은 밥을 국물에 말아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60년쯤 전, 한 식당에서 나이 든 어른이 오시면 예의에 어긋날까 국과 밥을 따로 담아냈고, 이를 선호하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따로국밥이라는 이름으로 팔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뼈를 곤 국물에 파와 무, 고추 등으로 양념해서 끓이고 소 선지를 넣어 다시 끓여낸다. 화끈하고 매운맛을 선호하는 지역 음식답게 국물이 얼큰하고 시원하다. 중구 중앙로 사거리와 한일로 주변에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국일따로8국밥’을 원조라고들 한다. 대개 따로국밥은 5000~5500원, 수육은 2만원 받는다. 따로국수(5500원)는 밥 대신 국수를 넣는다.

*교동따로국밥: (053)254-8923 대구 중구 전동 27-1
*국일따로국밥: (053)253-7623 대구 중구 전동 7-1

대구탕·육개장-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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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육개장./조선일보DB

‘육개장은 장례식장 때문에 이미지를 버렸다’며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다. 이 훌륭한 탕국을 장례식장 식당에서 어설프게 끓여내는 바람에 인식이 나빠졌다는 소리다. 옛날 상가에서는 팥죽을 냈다. 붉은색이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다 역시 붉은색인 육개장으로 언제부턴가 바뀌었다.

육개장은 본래 여름 음식이다. 복날 개를 고아 고추를 기름에 개어 맵게 양념한 ‘개장’을 시식(時食)으로 먹었는데, 개고기가 입에 맞지 않거나 먹기 꺼리는 이들이 대신 쇠고기를 넣고 끓인 국이 육개장이다. 무르게 잘 삶은 쇠고기를 썰지 않고 결대로 찢어 올리는 게 특징인데, 아직 뜨거울 때 손으로 찢어야 제맛이라고 고집하는 이가 많다.

대구탕은 생선 대구로 끓인 탕이 아니라 ‘대구식 육개장’을 말한다. 다른 지역 육개장처럼 고기를 찢지 않고 칼로 네모지게 썰어서 넣는다. 과거에는 파를 많이 넣어 달착지근한 맛이 나면서 더 매웠다고 한다. 하지만 1930년대 초 서울 공평동 ‘대연관’에서 대구탕을 내놓으면서 전국 육개장 맛을 장악했다. 요즘 육개장은 전국 어디나 대구탕의 영향을 받아 비슷해졌다고 봐야 한다.

대구에는 오래된 육개장집이 여럿이다. 어떤 집은 고기를 찢고, 어떤 집은 칼로 썬다. 맛도 조금씩 다른데 ‘진골목식당’이 꽤 맵다. 대부분 5500~6000원을 받는데, ‘옛집식당’은 8000원으로 비싼 편. 밥 대신 국수를 만 ‘육국수’도 맛나다.

*진골목식당: (053)253-3757 대구 중구 종로2가 66-5
*벙글벙글: (053)782-9571 대구 중구 공평동 14-23
*옛집식당: (053)554-4498 대구 중구 시장북로 120-2

곰탕-언양

쇠고기로 이름난 곳은 소시장이나 도축장 근처가 많다. 불고기로 유명한 울산 언양에는 일제강점기부터 도축장이 있었다. 시외버스터미널 왼쪽 밖으로 나오면 보이는 언양시장은 2일과 7일 열리는 닷새장이다. 울산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통 5일장을 좋아하는 경남 일대 사람들이 찾는 활기 넘치는 시장이다. 시장 안에 곰탕집이 여럿 있다. 조선시대 장터 풍경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한 그릇에 7000원 정도 받는다. 가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살코기와 우설, 내장 등 각종 소 부위가 잔뜩 들었다. 국물은 쇠고기 특유의 군내가 살짝 나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고, 노르스름하면서 끈적하달 정도로 진하다. 다들 잘하지만 ‘할매곰탕집’이 조금 더 이름이 났다.

*언양할매곰탕: (052)262-5752 울산 울주군 언양읍 남부리 123-6

/주말매거진에 연재하고 있는 ‘탕탕탕 뜨거운 국물음식 열전’ 1편입니다. 기사 반응이 무척 좋더군요. 역시 한국사람은 뜨거운 국물이 최고인 듯하네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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