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다녀온 어버이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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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를아주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대웅전은 예전 같다며좋아하시더군요. 사진은 김승완 기자가 찍었습니다.

평일인 이번 어버이날(오는 8일 화요일)에는 시간 내기 힘들 것 같아서 부모님을 모시고 미리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온천이 좋을 듯하여 서울에서 멀지 않은 충남 아산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욕은 오후에 하기로 하고 주변 관광을 먼저 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모처럼 수덕사(修德寺)에 가보자”고 했다. “우리 젊었을 땐 수덕사에 많이들 갔어. 절도 좋지만 거기 계시던 일엽스님이 유명했잖아. 그런데 90년대 초반인가, 가보니 너무 호화판으로 지어놓은(증축한) 거야. 절집은 약간 퇴색한 듯해야 제맛인데. 그 후로는 안 가봤어.”

봄을 즐길 틈도 없이 여름이 됐다 싶어 아쉬웠는데, 길을 나서보니 산하(山河)는 여태 봄빛이었다. 고속도로 양옆으로 갓 솟아난 여린 초록빛 잎으로 무성했다. 아버지가 창밖을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나는 봄꽃보다 이 새싹 푸른빛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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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 마당에서 아내 사진을 찍는 남편. /사진=김승완 기자

약간 밀렸지만 2시간 조금 더 차를 달리자 수덕사에 도착했다. 절 입구 매표소 직원은 “어르신들은 그냥 들어가시고 아드님만 입장권을 끓으라”고 안내했다. 만 65세 이상은 입장료 2000원이 면제였다. 나이 든 부모님이 부럽다는 철없는 생각을 했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 올라가자 왼쪽으로 ‘수덕여관’이라는 간판이 붙은 초가집이 보였다. “그 유명한 이응노 화백이 살았던 곳이잖아. 전에 왔을 때 여기까지 식당이며 가게가 들어차 있더니, 정비를 했나보네. 90년대 왔을 때보다 차분하니 좋아졌네.”

사천왕문을 통과해 대웅전이 있는 절 마당까지는 가파른 돌계단이었다. 부모님 나이쯤돼 보이는 어르신들이 “아이고 다리야” “이 나이에 다리 안 아픈 사람이 어딨노”라며 돌계단을 붙들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엄마는 무릎 괜찮아?” “우리는 아직 튼튼하다. 다행이지.”

국보로 지정됐을 정도로 오래된 대웅전 건물은 함부로 단청을 칠하지 않아 고즈넉한 분위기가 났다. 어머니가 대웅전을 보더니 반색을 했다. “이건 옛날 그대로네. 아이고 반가워라.” 대웅전 뒤켠에서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잠시 다리를 쉬며 물로 목을 축였다. 대웅전 앞으로 여태 동백꽃이 피어있었다. 그 옆으로 난 철쭉과 영산홍을 지나 수덕사를 나와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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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대웅전에서 내려오는 길.

/사진=김승완 기자

“이제 어디가니?” “아버지, 예당저수지 알아요?” “몰라.” “엄청 큰 저수지예요. ‘민물낚시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낚시하러 많이 오는 곳인데.” “그러냐? 가보자.”

예당저수지는 넓고 평화로웠다. 물가를 따라 낚시하우스 수십 개가 둥둥 떠 있었다. 저수지 북쪽변 ‘예당국민휴양지’에는 산책로가 잘 닦여있었다. 음식만 준비해오면 등나무 평상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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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는 산책이나 드라이브 하기도 좋더군요. /사진=김승완 기자

산책을 마친 뒤 저수지에서 멀지 않은 광시면으로 다시 차를 달렸다. 예산 그 중에서도 광시면은 전국에서 한우를 가장 많이 키우는 지역 중 하나로, 몇 해 전 질 좋은 한우고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한우마을’이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 모처럼 부모님에게 쇠고기를 대접할 요량이었다. 광시면사무소 양옆으로 정육점과 식당 그리고 정육점과 식당이 붙어있는 정육식당이 수십 개 국도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고기를 먹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다른 한우마을과 같다. 정육점에서 한우고기를 사서 식당에 가져가면, 식당에서 약간의 세팅비(불, 불판, 쌈채소, 각종 양념을 차려주는 비용)을 받고 상을 차려준다. 식당이나 정육식당에 그냥 들어가서 고기를 시키면 알아서 다 해주고 모든 비용을 합쳐 한꺼번에 돈을 받기도 한다. 고추장에 버무린 육회와 육사시미, 천엽, 지라, 생간 등 갓 도축한 소가 있는 곳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싱싱한 부속 부위가 딸려 나오는 것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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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읍내에 있는 ‘소복식당’. 갈비밖에 없지만 저라면

광시한우마들보다 여기로 가겠습니다. /사진=김승완 기자

양념갈비가 그립다면 예산읍사무소 근처 ‘소복갈비’가 낫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老鋪)로,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와서 맛보고 입에 맞다며 배달시켜다 먹었다는 갈비집이다. 주문을 하면 주방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 나온다. 고기를 굽는 솜씨도 훌륭하지만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게 고기 맛을 살리는 양념이 탁월하다. 생갈비도 있다. 역시 구워서 낸다. 거의 ‘국물 반, 고기 반’인 갈비탕과 설렁탕도 맛있다.

고기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예산읍내 ‘버들국수’집으로 향했다. “엄마, 여기 보면 좋아할거요. 옛날식으로 면발을 뽑아서 대나무 대에 널어서 햇볕과 바람에 말려서 국수 만들어 파는 가게에요.” “그래? 어서 가보자.”

어머니가 가게 앞 국수를 널어놓은 나무 틀을 보더니 반색했다. “아이고, 반갑네! 어릴 때 생각나네.” 예산읍에는 이렇게 옛날 방식대로 국수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서넛 된다. 건면(乾麵)은 가는 소면과 약간 굵은 중면, 납작하고 넙적한 ‘칼국수’까지 세 가지가 있다. 가격은 모두 한 묶음 4000원. 가게 주인은 “한 묶음은 1.7㎏으로 10인분쯤 된다”고 알려줬다. 말리지 않은 생(生) 칼국수는 비닐봉지에 담아 판다. 1봉지 2000원으로 4인분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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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버들식당’에서는 국수를 대나무 막대에 널어 말립니다. 옛날처럼요. /사진=김승완 기자

국수가게 앞 장터에는 마침 5일장이 섰다. 예산5일장은 ‘0’과 ‘5’로 끝나는 날마다 장이 선다. 규모가 꽤 크다. 제철 맞은 주꾸미며 산과 들에서 캔 나물과 계절보다 앞서 나온 듯 보이는 참외까지, 해산물과 과일과 채소가 풍성하다. 장터 주변에는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큰 가마솥을 걸어놓은 국밥집이 장터 규모에 비해 많아 보인다. 한우가 유명한 지역답다. 우설, 머릿고기 등 소 머리에서 나오는 각종 부위로 끓인 소머리국밥을 대개 낸다. 1그릇 4000원인데 고기가 과장 조금 보태 국물보다 많다.

어머니가 여러 나물을 늘어놓은 아주머니 앞에 발길을 멈췄다. “이건 뭐예요?” “고춧잎이요.” “고춧잎이 뭐 이렇게 생겼어요?” “보통 고추의 잎이 아니라 산에서 캐는 ‘산고춧잎’이에요. 삶아서 무쳐 먹어도 맛있고 고추장 찍어 먹어도 맛나유.”

“이 고사리는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워요?” “삶아뒀쥬. 집에 가져다가 햇볕에 말렸다가 먹을 때 물에 불려 요리하면 되유.” “고춧잎하고 고사리하고 1㎏씩 담아봐요.” 아주머니가 광주리에 담긴 고춧잎과 고사리를 싹싹 긁어서 검정 비닐봉지에 몽땅 담았다. “1㎏씩만 담으라니까요?” “다 가져가유. 말리면 확 줄어들어서 어디다가 잃어버린 것 같아요. 누가 훔쳐갔다고 한다니까? 이렇게 좋은 고사리 만나기 힘들어.”

어머니는 “비싸다”면서도 돈을 건네고 그 많은 나물을 다 받아들었다. “젊을 땐 손끝으로 사지. 나이 들면 보는대로 사. 집에 가져와서는 팽개치고 귀찮아서 손질도 못하면서. 아이고 무겁다, 이거 받아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나물 봉지와 국수 봉지를 모두 넘겼다. 봉지를 받아 든 아버지가 어머니 뒤를 묵묵히 따른다.

예산읍내에서 아산시 도고온천지역에 있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로 갔다. 3년 전 개·보수를 마치고 물놀이시설까지 갖춘 종합 스파시설로 재개장했다. “하도 건물이 바뀌어서 못 알아보겠더니, 물은 그대로네. 여전히 물이 매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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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지역에 있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연인탕에 몸을 담근 부부. /사진=김승완 기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가 유난히 막혔다. 갑갑하고 짜증이 나려는데, 부모님은 표정이 여유롭다. 아버지가 말했다. “집을 나오기만 해도 그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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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아산 여행수첩

수덕사: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 건립한 대웅전(국보 49호)을 비롯 오래된 건물이 많은 유서 깊은 사찰이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주차비 승용차 2000원.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 안길 79, (041)330-7700, www.sudeoksa.com

광시한우마을: 예산군 광시면 하장대리를 관통하는 지방도로를 따라 정육식당 수십 개가 늘어서 있다. 생갈비 4만원, 꽃등심 3만원(모두 200 기준). 다른 한우마을과 비교하면 싼 편은 아니나, 육질이나 마블링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고추장에 버무린 육회와 육사시미, 천엽, 지라, 생간 등 갓 도축한 소가 있는 곳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부위가 딸려 나온다. 내비게이션에 ‘광시면사무소’라고 찍고 가면 된다. 농협하나로마트 뒤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소복식당: 주문하면 숯불에 고기를 구워 나온다. 굽는 솜씨도 훌륭하지만 달지도 짜지도 않게 고기 맛을 살릴 정도로만 자제한 양념이 탁월하다. 생갈비도 있다. 역시 구워서 낸다. 갈비 말고 다른 부위는 맛볼 수 없다. 갈비탕과 설렁탕도 맛있다. 생갈비(200g) 4만원, 양념갈비(250g) 3만1000원, 갈비탕 1만1000원, 설렁탕 6000원.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리 210-10, (041)331-2401

예산버들국수: 건면(乾麵)은 가는 소면과 약간 굵은 중면, 납작하고 넓적한 칼국수까지 세 가지가 있다. 가격은 모두 한 묶음 4000원. 한 묶음은 1.7㎏으로 10인분쯤 된다. 말리지 않은 생(生) 칼국수는 비닐봉지에 담아 판다. 1봉지 2000원으로 4인분쯤 된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리 382-13, (041)335-2920

소머리국밥: 예산5일장 장터 주변에는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큰 가마솥을 걸어놓은 국밥집이 장터 규모에 비해 많다. 우설, 머릿고기 등 소머리에서 나오는 각종 부위로 끓인 소머리국밥을 낸다. 1그릇 4000원으로, 고기가 과장 조금 보태 국물보다 많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스파 어른 2만6000원·아동(만 3~12세) 2만원, 온천대욕장 어른 1만원·아동 8000원. 온천대욕장 주중 오전 6시~오후 8시, 주말·휴일·성수기 오전 6시~오후 9시. 실내 스파 주중 오전 9시~오후 7시, 주말·휴일·성수기 오전 9시~오후 8시. 충남 아산시 도고면 도고온천로 176, (041)537-7100, www.paradisespa.co.kr

그밖에 주변 온천·스파

리솜스파캐슬: 사우나 어른 1만원, 아동 6000원. 충남 예산군 덕산면 온천단지3로 45-7, (041)330-8000, www.resom.co.kr/spa
아산스파비스: 온천 어른 8000원, 아동 6000원. 충남 아산시 음봉면 신수리 288-6, (041)539-2000, www.spavis.co.kr

예산군 관광안내: (041)339-7114, www.yesan.go.kr
아산시 관광안내: 1644-2468, www.asan.go.kr

/5월4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여행기사 원본입니다. "집을 나오기만 해도 그냥 좋다"는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동안 자주 모시고 나오지 못했었구나, 죄송하면서도 다행스럽고 또 고마웠습니다. 구름에

1 Comment

  1. 김성환

    2012년 5월 17일 at 11:37 오후

    김성윤 기자님,
    부모님과 같이 한 짧은 여행기, 따뜻한 글이 좋았습니다. 글이나 음식이나 다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성환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