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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주년 맞는 부르고뉴 와인 명가 ‘도멘 미셸 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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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명가 그로(Gros) 가문의 장자이자 ‘클로 데 레아’를 만드는 미셸 그로가 5월 2~5일 한국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가문에서 클로 데 레아를 생산해 출시한 지 150주년이 맞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검붉은 얼굴과 투박한 손, 소박한웃음이 시골 농부 같습니다. 매끈한 보르도샤토 주인들과는 꽤 다르지요. /사진=이경민 기자

본로마네(Vosne-Romanee)는 프랑스 대표 와인산지인 부르고뉴에서도 가장 값비싼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로 유명하다. 그로(Gros) 가문은 6대에 걸쳐 이 마을에서 와인을 생산해온 ‘와인 명가’이다. 1860년 알퐁스 그로가 ‘클로 데 레아(Clos des Reas)’ 포도밭을 사들이면서 와인생산을 시작한 이래 4개 도멘(domaine·와인양조장)을 운영하며 각각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 유명 와인평론가 클라이브 코츠(Coates)는 그로 가문을 가리켜 “(부르고뉴 와인의) 왕조(dynasty)”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로 가문의 장자이자 현재 클로 데 레아를 맡고 있는 미셸 그로(56)가 지난 2~5일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가 그의 5대조 할아버지인 알퐁스가 클로 데 레아를 사들여 첫 와인을 출시한 지 150주년을 맞는 것을 홍보학 위해서다.‘왕조’를 대표하는 장손이지만, 햇볕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과 크고 투박한 그의 손은 왕족보단 농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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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시된 2009년산 ‘클로 데 레아’. 150주년을 기념해

1867년 파리 세계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만든 당시

라벨을 재현해 붙였습니다. /사진=이경민 기자

그는 “포도밭에 나가 있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면서 “사무실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이나 들릴까, 대부분의 시간은 포도밭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단지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다. “와인의 맛, 품질은 80%가 포도밭에서 결정됩니다. 양조장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20%에 불과할까요.”

부르고뉴 와인은 보르도 등 다른 와인산지와 달리 블렌딩(blending)을 하지 않는다. 피노누아(pinot noir)라는 포도 한 품종만을 가지고 와인을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마을 심지어 마을보다 더 작은 단위인 같은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가지고도 도멘마다 맛이 확연히 다른 와인을 만들어낸다.

“부르고뉴 와인생산자들은 고집이 셉니다.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의 입을 기쁘게 하는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쩌면 이기적이랄 수도 있는 철학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자신의 포도재배 및 와인양조 방식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요. 어떤 사람은 포도를 조금 일찍 수확하기도 하고, 포도 알만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포도 줄기까지 함께 넣고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작지만 이런 차이들이 쌓이고 쌓여서 각 도멘의 개성을 드러내는 겁니다.” 명품이란 결국 작은 차이가 만들어내는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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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미셸 그로’에서 생산하는 와인들.병당 12만원쯤 하는 ‘오트 코트 드 뉘’는 품질 대비 너무 비싼 듯했고, 본로마네 이상은 괜찮은 듯합니다. 역시 ‘클로 데 레아’는 이름값을 했구요. ‘샹볼뮈지니’도 비싼 편이나 개인적으로 워낙 편애하는 와인인지라… /사진=이경민 기자

그로라는 이름을 내건 도멘은 현재 네 곳. 미셸 그로가 운영하는 ‘도멘 미셸 그로’와 그의 남동생 베르나르가 작은아버지와 고모를 대신해 운영하는 ‘도멘 그로 프레르&쇠르(Frere&Soeur·‘형제&자매’라는 뜻)’, 여동생 안느프랑수아즈가 운영하는 ‘도멘 A.F. 그로’, 사촌 안느가 운영하는 ‘도멘 안느 그로’이다.

이중 ‘도멘 그로 프레르&쇠르’는 2001년산 와인을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등급을 낮춰 훨씬 싸게 내놓았던 일화가 만화 ‘신의 물방울’에 소개되면서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 2001년 ‘그랑에셰조’를 포도나무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품질이 이름에 걸맞지 않다며 마을 단위 ‘본로마네’로 내놓은 것. 그랑에셰죠는 본로마네 안에 있는 포도밭으로, 그랑에셰조 라벨을 붙인 와인과 본로마네 라벨을 붙인 와인은 가격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미셸은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면서 “와인을 만드는 사람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산하는 ‘클로 데 레아’(2009년산 기준 국내 소비자가 약 50만원)도 ‘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바 있다.

150년 동안 와인을 만든 집안에 태어나 10살 때부터 포도밭에서 일을 거들었고 1975년 와인양조학교 졸업 후 정식으로 와인을 만든 지도 37년째가 된 그에게 ‘위대한 와인과 훌륭한 와인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훌륭한 와인은 맛과 향과 색이 좋지요. 위대한 와인은 마시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에 따라서 친구가 될지 말지를 결정하듯 말이죠.”

/5월9일자 조선일보 문화면에 나간 인터뷰 기사의 원본입니다.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신문과는 꽤 차이가 날 겁니다. 신문에 나가려면 보다 대중적으로 가야 한다는 데스크의 판단에 따라 기사가 꽤 수정됐지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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