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고 레드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만들어낸 ‘비온디 산티’ 가문의 현 대표 야코포 비온디 산티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습니다.이 멋진 사진은 이태경 기자의 작품입니다.
미국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는 1999년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기의 와인(Wines of the Century)’ 12병을 선정했다. 12병은 와인 1상자에 들어가는 갯수. 전세계 와인전문가들이 투표를 통해 선정한 12병의 와인 중 이탈리아산은 단 하나, ‘비온디 산티(Biondi-Santi)’에서 생산한 1955년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Brunello di Motalcino Riserva)’였다.
1955년산비온디 산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야코포는 "이제 셀러에 세 병
남아있다"고 하더군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120㎞ 떨어진 토스카나의 작은 중세마을 몬탈치노에서 생산되는 이탈리아 최고의 레드와인이다. 브루넬로는 이 지역 사투리로 ‘작고 진한 색깔 포도’를 뜻한다. 비온디 산티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의 창시자’로 1932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 받은 가문이다.
가문의 와인생산을 총괄하고 있는 야코포 비온디 산티(63) 대표는 “브루넬로 와인은 나의 5대조 클레멘테 산티에 의해 시작됐고, 3대조 페루치오 비온디 산티에 의해 탄생했다”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18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와인생산자들은 빨리 만들어서 팔려고만 했지 와인의 품질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클레멘테 할아버지는 포도를 선별 재배하고 숙성기간을 늘렸고, 그렇게 생산한 와인이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없었던 클레멘테의 양조장은 그의 딸 카테리나와 결혼한 야코포 비온디가 물려받았다. 이때부터 가문의 이름이 비온디 산티으로 굳어졌다. 카테리나와 야코포의 아들 페루치오는 외할아버지 클레멘테가 구분해놓은 몬탈치노 마을의 여러 포도품종 중 산지오베제, 특히 산지오베제(Sangiovese) 중에서도 포도알이 작으면서 짙은 빛깔을 한 산지오베제 그로소(Grosso) 품종이 마을의 토양에 가장 적합하다는 걸 알았다. “이 포도 품종에 브루넬로라는 이름을 붙이셨죠. 그리고 이 산지오베제 품종만을 100% 사용해 만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1888년 첫 생산했습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수확 후 최소 4년이 지나야 출시할 수 있으며, 이중 2년은 오크통에서 숙성시켜야 한다. 포도 작황이 특별히 뛰어난 해에는 우수한 포도를 따로 골라 와인을 만들고 ‘리제르바’라고 부른다. 리제르바는 일반 브루넬로 와인보다 1년을 더 숙성시켜 시장에 내놓는다. 야코포는 “브루넬로 포도 수확과 와인 숙성기간 등 모든 생산 과정과 방식은 페루치오 할아버지가 정한대로 굳어져 몬탈치노 마을 모든 와인생산자들이 보편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의 품질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숙성력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맛과 향을 잃지 않고 보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브루넬로 와인은 숙성력이 뛰어난 것으로 이름 났다. 그중에서도 비온디 산티에서 생산하는 브루넬로는 100년이 지나도 맛과 향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5년 비온디 산티 가문은 세계의 와인전문가들을 불러다 1888년산 브루넬로 와인을 시음시켰다. 영국 와인전문지 ‘디캔터’는 “비온디 산티는 자신들의 브루넬로가 100년 넘게 숙성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음에 참석했다는 야코포 현 대표는 “100년이 지났지만 와인이 여전히 풍미와 색상에서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제 남은 3병의 1888년산 브루넬로 와인이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야코포는 “위대한 와인은 균형감(balance)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비온디 산티에서 생산한 브루넬로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탄닌이 너무 강하거나 알코올 함량이 너무 높아 거칠고 강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아하죠. 탄닌과 알코올, 과일향 등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코포 비온디 산티가 자신이 만든 와인을 시음하는 포즈를 취했습니다. 그는 "최근 빈티지 중에선 2003년, 2005년, 2007년이 좋다"고 말하더군요. /사진=이태경 기자
야코포는 몬탈치노를 벗어나 토스카나 해안에 있는 마렘마(Maremma) 지역에 ‘카스텔로 디 몬테포(Castello di Montepo)’라는 새로운 양조장을 1991년 만들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브루넬로, 브루넬로, 브루넬로. 브루넬로만 만드는 게 지겨웠죠. 명성에 안주하기 싫었습니다. 비온디 산티의 양조 기술과 전통으로 새로운 와인을 생산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그의 아버지 프랑코 비온디 산티(88)가 아들의 계획에 크게 반대했고, 이로 인해 부자간에 다툼이 있었음이 전세계 와인전문지를 통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코포는 “아버지와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새로운 시도가 가문의 명성에 누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셨죠. 하지만 성공을 거뒀고, 이제 아버지도 새로운 기술을 브루넬로 생산에 조금씩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야코포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일 서울 신사동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만난 야코포는 “한국 사람들이 와인을 즐기는 모습이 중국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와인 마시는 모습은 경직돼 보여요. 와인을 접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이제 와인문화에 익숙한 듯 싶습니다.” 그는 이날 메인요리로 서빙된 한우 스테이크를 맛보고는 “일본 와규(和牛)만큼 육질이 훌륭하다”면서 “산미(酸味) 강한 브루넬로 와인이 마블링 좋은 한우와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비온디 산티의 브루넬로는 적어도 10년은 숙성시켜야 제 맛을 냅니다. 마시기 전 최소 10시간 전에는 병을 따 두어야 비로소 맛과 향을 뿜어내고요. 오래 천천히 숙성시키는 한식과 통하지 않을까요.”
와인 스펙테이터 선정 ‘세기의 와인’
샤토 마고(프랑스) 1900년산
Chateau Margaux
샤토 디켐(프랑스) 1921년산
Chateau d’Yquem
퀸타 도 노발 빈티지 포트 나시오날(포르투갈) 1931년산
Quinta do Noval Vintage Port Nacional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로마네 콩티(프랑스) 1937년산
Domaine de la Romanee-Conti Romanee-Conti
잉글누크 사베르네 소비뇽 나파밸리(미국) 1941년산
Inglenook Cabernet Sauvignon Napa Valley
샤토 무통 로칠드(프랑스) 1945년산
Chateau Mouton-Rothschild
샤토 슈발 블랑(프랑스) 1947년산
Chateau Cheval-Blanc
비온디 산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이탈리아) 1955년산
Biondi-Santi Brunello di Montalcino Riserva
펜폴즈 그랑지 에르미타주(호주) 1955년산
Penfolds Grange Hermitage
폴 자불레 애네 에르미타주 라 샤펠(프랑스) 1961년산
Paul Jaboulet Aine Hermitage La Chapelle
샤토 페트뤼스(프랑스) 1961년산
Chateau Petrus
하이츠 카베르네 소비뇽 나파밸리 마사스 빈야드(미국) 1974년산
Heitz Cabernet Sauvignon Napa Valley Martha’s Vineyard
/6월8일자 조선일보 문화면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탄생시킨 비온디 산티 가문의 대표를 만난다는 흥분이 컸던 기사입니다. 신문은 이 원본을 절반 정도로 줄여서 내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지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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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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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여행
2012년 6월 17일 at 1:28 오후
언제 한번 음미해보고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