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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간’의 판매를 禁하라-김성윤의 맛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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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기름진 간’ 때문에 시끄럽다. 기름진 간이란 송로버섯(트러플), 캐비아와 함께 서양요리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foie gras)의 본뜻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일부터 푸아그라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했다. 푸아그라 금지법을 어기다 적발되면 하루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동물보호론자들이 벌여온 반대운동의 결실이다.

이로써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는 푸아그라를 금지하는 첫 번째 주(州)가 됐다. 8년 전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법안에 서명했다. 푸아그라 제조과정에서 거위와 오리가 엄청난 스트레스와 끔찍한 고통을 받는다는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는 2004년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법률 시행은 2012년 7월부터로 미뤄뒀었다.

대체 푸아그라를 어떻게 만들길래. 흔히 ‘거위간’이라고 불리듯, 푸아그라는 거위와 오리의 간이다. 단 특별한 사육방법을 통해서 간을 비정상적으로 키운다. 비록 가금류로 길들여지기는 했지만 거위와 오리는 철새였던 조상들의 DNA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낙타가 사막을 가로지를 영양분을 등에 있는 혹에다 저장하듯, 철새는 간을 살찌워 이동에 필요한 영양을 축적한다.

푸아그라 생산자들은 이것을 이용한다. 거위와 오리의 식도에 깔대기가 붙어있는 관을 꽂는다. 그리고 여기에 옥수수 따위 곡물사료를 하루 세 차례 정도 먹인다. 그러면 간이 정상보다 최대 10배 가까이 커진다. 이렇게 간을 키우는 사육방식을 프랑스어로 ‘가바주(gavage)’라고 부른다. 가바주 방식으로 키운 거위간이나 오리간은 혀에 닿는 촉감이 비단처럼 매끄러우면서 버터처럼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거위간이 풍미가 더 짙으면서 섬세해 고급으로 평가받지만, ‘성격 좋은’ 오리가 사육하기 더 편하고 간도 쉬 커지기 때문에 생산량이 더 많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동물애호가들은 가바주가 동물학대란 주장이다. 튜브를 거위와 오리의 식도에 꽂고 사료를 강제로 밀어넣는 과정에서 긁히고 상처 나고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아그라 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러한 동물애호가들의 주장이 과도하다고 말한다. 너무 ‘인간적인 입장’에서 거위와 오리의 고통을 헤아리고 있다는 반론이다.

구토반사라고 부리기도 하는 교액반사(gag reflex)는 식도 등에 자극이 가해지면 구역질을 일으키거나 토하는 반사작용이다. 푸아그라 수호론자들은 “거위나 오리는 인간에게 있는 교액반사가 없다”고 말한다. 필자도 몇 해 전 프랑스 푸아그라 생산농장을 방문해 가바주 과정을 지켜봤다. 하지만 거위나 오리가 고통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농부가 가바주를 하려고 하면 거위들이 몰려드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푸아그라에는 맹렬히 반대하면서 공장형 대량생산체제에 속해있는 소나 돼지, 닭의 고통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건 위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꽃등심 즉 ‘마블링’이 잘 된 쇠고기를 생산하려면 소가 본래 먹는 풀 대신 곡물을 먹여야 하고, 살과 기름이 빠지지 않도록 운동량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육우(肉牛)는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좁은 우리에 갇혀 짧은 일생을 마치고 도축된다. 자연 상태에서는 하루 한 번 낳는 달걀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양계장에서는 24시간 불을 밝힌다. 닭인 계속 낮이라고 착각해 자주 닭걀을 낳도록 하기 위해서다. 돼지는 본래 잘자리와 대·소변 보는 자리를 가리는 깔끔한 동물이지만, 역시 살을 찌우기 위해 좁은 우리에 갖혀 지내다 보면 온몸이 자신이 싼 오물로 뒤범벅이 될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의 푸아그라 애호가들과 식당들이 반격에 나섰다. 지난 5일 오리사육협회와 미국요식업자모임, 푸아그라 애호가들이 캘리포니아주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카밀라 해리스 주 법무장관 등을 상대로 푸아그라를 금지한 조류사육법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어떤 조류에게도 간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조류가 자발적으로 먹을 수 있는 적정 분량 이상의 사료를 먹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너무 애매하고 과도한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악법이라는 주장이다. ‘조류가 자발적으로 먹을 수 있는 사료의 양’을 측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단거다.

푸아그라 금지법이 얼마나 지켜지고 유지될까. 캘리포니아 식당들은 푸아그라 금지법을 우회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자신만만이다. 푸아그라의 판매만이 금지사항이므로 토스트를 매우 비싸게 손님에게 내면서 거기에 발라 먹을 푸아그라는 공짜 ‘서비스’로 제공한다던가, 손님이 푸아그라를 가져오면 일정 비용을 받고 요리해주는 식이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푸아그라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카고 시정부가 지난 2006년 푸아그라 금지법을 시행한 적이 있지만, 2년 만에 철폐됐다. 물론 동물보호론자들도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

/매달 쓰고 있는 ‘김성윤의 맛 세상’ 칼럼원본입니다. 7월12일자 오피니언면에 실렸지요. 인도 자이나교 수행승들은 해가 지면 식사하지 않는다죠. 밥 속에 혹시 들어있을 수 있는 벌레를 실수로 먹지 않기 위해서라지요. 뿌리채소도 수확 과정에서 벌레를 죽일 수 있어 먹지 않고요. 살생을 철저히 금하는 교리를 따르기 위해서랍니다. 칼럼을 쓰면서 그냥 생각난 것들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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