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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조미료는 한국의 전통 양념인가-김성윤의 맛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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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주부 경력 20년차인 장문자(가명)씨는 결혼한 이후 줄곧 남편의 “당신은 음식 솜씨가 없다”는 핀잔을 무시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남편이 “당신은 김치찌개를 정말 못 끓인다. 사 먹는 김치찌개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김치찌개쯤이야.’

김치는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가 부쳐주신다. 남편이 평생 길들여져 극찬하는 김치이니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국물이 문제였다. 장씨는 쇠고기부터 돼지고기, 멸치, 다시마 등 각종 재료로 우린 육수로 매일 김치찌개를 끓였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남편은 “당신이 만드는 김치찌개는 뭔가 부족하고 밋밋하다”며 시큰둥했다.

좌절하고 포기하기 직전, 장씨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김치찌개에 인공조미료(MSG)를 넣어봤다. 남편은 “이제야 김치찌개가 제맛이 난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날 이후 장씨는 남편이 아무리 자신의 요리솜씨를 타박해도 피식 웃는다. ‘맛도 모르면서.’

우리는 우리가 한국음식 맛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특히 MSG에 대해선 민감하다고 믿는다. MSG가 들어가면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1년 동안 이탈리아로 연수를 다녀온 뒤 한동안 한식당에 가지 못했다. 그 대신 스파게티 따위 이탈리아 음식을 주로 먹었다. 입맛이 갑자기 서구화한 건 아니었다. 한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이상하게 몸이 불편하거나 아팠다. 졸음이 쏟아지거나, 뒷목이 뻣뻣하거나, 특별히 짜게 먹지 않았는데도 갈증이 심해 물을 계속 들이켜야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프랑스 등 서양음식을 먹으면 그런 증상이 없었다.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한식당 음식에 들어있는 MSG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MSG에 ‘중독(中毒)’됐던 몸이 1년 외국생활을 통해 ‘해독(解毒)’됐던 모양이다. 음식담당 기자로서 맛에 꽤 민감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미각과 몸은 MSG에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길들여졌고 둔감해졌던 것이다.

한 방송사가 최근 내보낸 ‘냉면육수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됐다. 싸구려 냉면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한 그릇에 1만원이 넘는 비싼 냉면전문점까지 MSG를 사용하고 있었다. MSG를 사용하지 않는 냉면집을 단 한 곳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방송에 나온 냉면집 중 하나는 자타가 ‘한국 최고 냉면집’으로 인정하는 곳이었다. 이 냉면집 주인은 MSG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프로그램 제작 PD가 MSG를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그 주인은 “(MSG를) 넣지 않으면 손님들이 불평한다”고 말했다. MSG를 넣지 않고 고기로만 육수를 뽑으면 뒷맛이 밋밋하다. 그게 자연스러운 맛이다. 하지만 손님들은 “고기를 제대로 쓰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 불만스러워 한다고 냉면집 주인은 설명했다. 그만큼 한국사람들은 MSG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다.

제대로 만든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최근 식당을 연 이가 있다. 그는 “천연 재료만 가지고 음식을 만들면 원가(原價)가 훨씬 많이 드는데, 그렇게 애써서 만들어도 훨씬 값싸게 MSG를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식당으로 손님이 몰리는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면서 “MSG를 사용하고 싶다는 유혹에 나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단지(Danji)’는 한식당으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레스토랑 안내서 미슐랭으로부터 별 하나를 받았다. 미슐랭으로부터 별을 획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퓨전 한식 등으로 외국인 입맛에 타협하지 않고 냄새 나는 한식을 고집하는 식당이 권위있는 레스토랑 안내서에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었다.

이 식당 주인이자 총주방장인 후니 김씨가 지난 4월 식당에서 쓸 간장이며 된장 등 장류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김씨가 “우리 식당에서 내는 부대찌개에는 MSG를 넣는다”고 말했다. 서양인들은 MSG에 특히 민감해 극도로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서양인 손님이 많은 그의 식당에서 MSG를 사용한다니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김씨가 말했다. “한국에서도 부대찌개에 MSG를 넣잖아요? 전통으로, 아니 정통으로 만들려면 MSG를 써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MSG가 한식의 전통 양념으로 외국인들에게 알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착잡했다. 아니면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일까.

/9월6일자 조선일보 오피니언면에 실린 칼럼 원문입니다. MSG가 나쁘다거나 해롭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 사용한다면 사용한다고 밝혀야 하겠지요. 구름에

4 Comments

  1. 별궁이

    2012년 9월 6일 at 3:20 오후

    MSG 보다 더 무서운게 "사용하면 사용한다고 밝혀야 하겠지요"네요.

    솔직히 이게 트랜스지방 문제부터 시작해서 남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웃지 못할 해프닝인데~ 미국이 트랜스지방을 금지 시킨 이유는 트랜스지방에 튀긴 특유의 고소한 맛에 사람들이 너무나 튀긴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이게 1차인지 2차인지 당뇨 증상으로 나타나서 비만 인구가 늘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린 어떤가요?

    매일 닭튀김 먹고 살 정도면… 삼성 이건희 아들 이재용이도 아마 이렇게 매일 닭 사먹을 돈 벌지 못할꺼 같네요.

    비누같은 것에 쓰이는 계면 활성제도, 이거 나쁘다고~ 나쁘다고 소리지른게 누군가요?
    햄버거 열량 높다고 나쁘다고~ 나쁘다고 소리 지른게 누군가요?

    결국에 우리들한테 남은거라곤 사용한다고 밝히면 양심 불량자, 나쁜거니깐 밝히게 된것… 뭐 이런거 아니겠나요? 저 집단들 나쁘게 만들어 버리는거…

    그래서 결국 BBQ 백기 투항하고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인지 압착 한번 해 버리고 남은 찌꺼기 수거해다가 악랄하게 다시 짓눌러 짜낸거 싸게 사다가 닭 튀기는건지 알수도 없고, 실제로 가락시장 옆에 BBQ 본사 1층에 있는 매장에 가봐도 엑스트라버진 쓴다는 얘기는 없거든요~ 그냥 올리브유라고만 하지~

    다른 BBQ 매장 지나가면서 가끔 보면 무슨 녹색 기름통을 보긴 봤는데, 다른데서 쓰는 기름통과 다른긴 하더군요. 제대로 가서 봐야 하긴 하는데~   

  2. 별궁이

    2012년 9월 6일 at 3:38 오후

    우리가 먹는 케찹…
    지명도 있고 거의 독점인 오뚜기 케찹… 케찹의 진실 아세요?

    케찹 어떻게 만드는지 아세요?
    세계 최대 생산인지 뭔지 하는 하인즈 같은데서 케찹에 뭘 집어 넣는지 아세요?

    이게 디스커버리채널 "어떻게 만드나?"편에 나온적이 있는데,
    케찹 만드는 비법이 기업 비밀이랍니다. 코카콜라처럼 말입니다.

    오뚜기에 전화해서 케찹에 뭐가 들어가는지 성분 밝히라고 해야 합니다.
    아니면 케찹 나쁘게 만들어서 "진짜 먹을게 없다"는 신세 한탄이나 또하게 만들어 버리던지… 아무래도 케찹의 신맛을 내기 위해서 공업용 염산의 일종이 들어갔을꺼 같기는 한데~

    올리브 농사 지어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만들어 내는 건,
    디스커버리채널에 마이크 로우가 나오는 더러운 직업(더티 잡)에 보면 올리브 나무에서 올리브 따서 어떻게 압착해서 기름 만드는지 전 과정 다 나오죠.

    이거보면 올리브유는 엑스트라버진 빼 놓고 그 나머진 다 찌꺼기 수거해다가 다시 압착한거죠. 그리고 원래 한번 압착하고 남은 올리브 찌꺼기는 바닥에 흙먼지 날리지 말라고 뿌린답니다.   

  3. 별궁이

    2012년 9월 6일 at 4:22 오후

    아!!! 짜파게티에 들어가는 올리브유 함량의 진실이 지금 짜파게티 봉투에 적혀 있네요.

    원산지: 스프류 중 혼합올리브유 2.6%(스페인산)(압착올리브유 25%, 정제올리브유 75%)함유

    아주 뭐가 대단한 자랑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제일 크게 적어놨네요.

    압착 올리브유는 제일 먼저 짜낸 엑스트라버진이고 정제 올리브유는 찌꺼지 수거해다가 다시 짜낸거겠죠? 하여튼 정상과 쓰레기를 섞어 놓고 올리브유라고 파는건 정말 보통 간땡이가 아니고서야~

    트랜스지방에 튀긴거 먹으면 살쪄서 죽는다는건 도대체 뭐란 말인지 참~   

  4. 오리궁뎅이

    2012년 9월 14일 at 4:59 오전

    "까탈스럽게 굴지발고 썩썩 비벼먹어, 먹고 안죽어. 사람이 쪼잔하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적어도 한번이상은 들어본 익숙한 말… 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 아닐런지… 아니,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도, 그리고 음식만 그런게 아니고 아직까지의 일반적인 울나라 정서 아닐까요? 일본 장기출장을 무진장 자주 가는편인데 매번 돌아와서 그렇게 느껴지는게 나만 그런건지…

    또한가지 억장이 무너지는게, 위 본문 마지막에 언급되었듯이 "xxx등이 나쁘거나 해롭다는게 아닙니다. 다만….."라고 반드시 토를 달아놓지 않았다가 까딱잘못 임자만나면 골탕을 진탕 먹을수도 있는 병든세상이 되었다는겁니다. 이 political correctness라는 병은 미국만의 전유물이었슴 했는데 미국엉덩이에 뿔난는것부터 골라 배우더니 결국 이것또한 수입되었습니다. 그렇게 쓴 분 잘못이라는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하게된 세태가 딱하단 뜻이었슴다. MSG 제조업자가 자기자식에게 MSG는 해롭지 않으니 많이먹으라고 할수있다면 물론 그런 토를 달아주는게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라 할수있겠지만요.

    인공조미료를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신 구름에님과 기름과 케쳡을 경고해주신 별궁이같은 분들이 많아야 울나라 평균수명도 더 길어지고 의료예산도 절약될겁니다. 평소에 까다롭다고 욕먹기 싫어서 남들과 똑같은척 하며 살다가 좋은글 반가운 마음으로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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