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한식당 ‘모던 코리안’으로 부활하다 - 김성윤의 맛
한식당 ‘모던 코리안’으로 부활하다

PA067130.JPG

3층 인테리어.jpg

서울 꼼데가르송길에 문 연 ‘비채나’와 동빙고동에있는 ‘오늘’의 내부 모습. 비채나는마 등 옷감과 옷고름 등을 이용해 ‘의식주’를 표현했고, 오늘은 북유럽풍 가구를 배치해 모던한 분위기를 냈다.

한식당 ‘비채나’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로에 9일 문 열었다. 이태원로에서도 6호선 한강진역 근처, 이른바 ‘꼼데가르송 길’이라 불리며 트렌드세터들이 몰리는 지역에 있다. 지난 4월 SK행복나눔재단은 서울 동빙고동에 한식 레스토랑 ‘오늘’을, 비슷한 시기 CJ그룹은 청담동에 ‘다담’을 열었다.

내년 1월부터 6개월에 걸쳐 대대적인 개·보수에 들어가는 서울신라호텔은 7~8월 재개장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2004년 폐업한 한식매장을 다시 운영할 계획이란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한 신라호텔 관계자는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이부진 사장 본인이 만족할 수준의 (최고급) 한식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세련되지 못하다’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시대와 유행에 뒤쳐진다’ 등의 이유로 기피되던 한식당이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문 연 고급 한식당 ‘시화담’ ‘다담’과 한식주점 ‘이스트빌리지’ ‘마담목단’ ‘미로식당’ ‘범스’ 등 최근 들어선 새 음식점 중에서 한식을 내는 곳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당 주인들뿐 아니라 손님과 요리사들도 한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한식당들은 ‘모던 코리안 레스토랑(modern Korean restaurant)’이나 ‘모던 한식당’, 이들이 내는 음식은 ‘모던 한식(modern Korean)’이라 불리고 있다.

이 식당들은 ‘맛은 한식답게 지키되 모양이나 담음새, 식당 인테리어, 먹는 방식 등은 오늘을 사는 현대 한국인과 외국인들도 불편하지 않고 감각적이라고 느끼도록 업데이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예가 한식당 ‘오늘’의 인기 후식 메뉴인 ‘쑥떡 와플’이다. 와플기계에 넣고 구운 쑥떡이다. 모양은 영락없이 와플이지만 맛은 전통적인 쑥떡 그대로다. 또다른 인기 메뉴인 ‘수원식 육개장’은 국물이 붉지 않고 맑갛다. 국과 함께 나오는 쇠고기와 파를 국에 풀면 고추기름이 동동 뜨면서 육개장 고유의 붉은색과 맛을 낸다. 익숙한 음식의 모양과 담음새를 새롭게 해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를 더했다.

전복육회.jpg

‘오늘’의 전복육회. 기사에서는 쑥떡와플과 수원식 육개장을소개했는데, 사진을 구하지 못해 보여드리지 못하네요. 아쉽습니다.

‘비채나’는 입주한 건물부터 기존 한식당과 다르다. 제일모직 패션브랜드 ‘르베이지’ 건물 2층에 있다. 벽에는 마, 면 등 옷감뿐 아니라 한복 옷고름까지 달려있어서 패션 매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채나를 총괄하는 광주요그룹 조희경 이사는 “인간생활의 기본인 의식주(衣食住)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은 모던한 북유럽풍 식탁과 의자를 배치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김선경 총괄디렉터는“오늘날 한국사람 대부분이 현대적 가구로 꾸며진 현대적 주거공간에 살고있는 현실을 맛과 인테리어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식당 주인들은 “모던한 한식에 대한 손님들의 거부감이 과거보다 한결 덜하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모던 한식당 ‘콩두’를 운영해온 한윤주 대표는 “자신들에게 생소한 음식은 한식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요즘은 모양이나 맛이 다소 낯설더라도 받아들일 정도로 인식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한식은 저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도 많이 벗어난 듯하다”고 덧붙였다.

PA067147.JPG

PA067136.JPG

‘비채나’의 디저트 메뉴인 팥양갱(위)과 능이버섯과 쇠갈비살을 넣은 만두. 팥양갱은 너무 달지 않으면서 신선했고, 만두는 속재료를 달리해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한식과 한식당에 대한 인식 변화도 모던 한식당이 최근 늘어나는 데 기여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한식당은 ‘기생집’ ‘요정’이란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레스토랑’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덕분에 더 우수한 주방·서비스 인력을 구하기도 수월해졌다. ‘비채나’ 김병진 주방장은 “과거 한식당은 프랑스·일식당보다 월급도 적고 인정도 받지 못해 성공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요리사들에게 기피 대상이었다”면서 “한식을 요리사로서 도전할만한 분야라는 인식이 생겨난 듯하다”고 말했다.

한식당을 사명감뿐 아니라 수익모델로 접근한다는 점도 이전과 다르다. ‘비채나’는 한식 세계화를 선도하다 지난 2009년 문 닫은 ‘가온’을 운영했던 광주요그룹이 3년만에 다시 한식사업에 뛰어들며 오픈한 한식당. 조희경 이사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다는 사명감도 있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10월10일자 문화면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구름에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