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베체소씨가 만든 자두절임(앞)과 올리브오일 피클. 사진은 이경민 기자가 찍었습니다.
로베르토 베체소(Vezzeso·41)씨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 알바(Alba)에서 대대로 각종 과일과 채소를 재배해온 농부 집안 아들이다.
1985년부터 농장에서 나오는 과일과 채소로 잼과 절임, 피클 따위를 만들어 ‘프루노토(Prunotto)’라는 브랜드로 팔기 시작했다. 설탕을 넣지 않거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한 첨가제 등을 일절 넣지 않아 과일 본래 맛과 향을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 고급 식료품 체인점 딘앤델루카(Dean & DeLuca) 등 해외에도 납품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서울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딘앤델루카 서울점을 둘러보기 위해 최근 방한한 베체소씨를 만났다. 그는 “우리 가족이 먹는 것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성공 비결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베체소씨는 “채소를 식초나 올리브오일에 절이고 과일을 설탕에 졸이거나 잼으로 만드는 건 이탈리아 농가라면 어디나 하는 일”이라고 했다.
“40~50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에는 냉장고가 흔하지 않았어요. 수확한 과일과 채소를 빨리 저장 식품으로 만들지 않으면 상하거나 썩기 일쑤였죠. 수확한 농산물을 가능한 한 빨리 저장 식품으로 만드는 게 이탈리아 시골에선 큰일이었어요. 겨울에도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었죠.”
그는 “저장 식품 생산의 핵심은 효소나 박테리아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식품이 상하거나 썩는 건 효소나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 때문입니다. 이들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열과 소금, 식초를 이용합니다. 효소는 뜨거운 온도에서 파괴됩니다. 염분이나 산은 미생물들의 활동을 억제하지요. 피클과 잼, 절임 따위 전통음식은 이러한 과학적 원리를 활용한 거지요.”
베체소씨에게서 그의 집안에서 전해오는 전통 방식대로 피클과 과일 콤포트(compote)·설탕 절임 만드는 법을 배워봤다. 식초물과 소금물에 절인 서양식 피클이 많이 알려졌지만, 베체소씨는 “이탈리아에는 올리브오일에 담근 피클도 많다”고 했다. 콤포트는 묽은 시럽에 절인 과일. 잼과 비슷하지만, 더 묽다. 잼처럼 빵에 발라 먹거나 디저트로 먹기도 한다. 베체소씨는 “떠먹는 요구르트에 섞어 먹거나 치즈에 곁들이면 새콤달콤한 콤포트가 치즈의 짭조름한 감칠맛을 더 살려준다”고 했다.
올리브오일 피클
화이트와인 식초, 클로브 2~3개, 양겨자씨·코리앤더씨(coriander seed)·그린페퍼 1/2작은술, 소금 약간, 새송이버섯 1개, 오이고추 1개, 연근 1뿌리, 단호박·애호박 1/2개, 올리브오일 적당량
1. 피클을 담을 밀폐용기를 끓는 물에 소독해둔다.
2. 화이트와인 식초와 물을 1대2 비율로 섞는다. 클로브, 양겨자씨, 코리앤더씨, 소금을 넣고 불에 올린다. 끓기 시작하면 바로 불을 끈다.
3. 새송이버섯, 단호박, 애호박, 연근, 오이고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1에 넣고 살짝 물러질 정도로 끓여 건져둔다.
4. 프라이팬이나 석쇠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바르고 3의 채소를 표면의 일부가 살짝 거뭇거뭇해지도록 굽는다.
5. 밀폐용기에 4의 채소를 보기 좋게 담는다. 올리브오일을 채소가 완전히 잠기도록 붓는다.
6. 밀폐용기를 냉장고나 부엌 뒤 선반 등 서늘한 곳에 뒤집어 보관한다.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먹는다.
맛 포인트: “식초에 데친 채소를 석쇠에 올려 장작불이나 숯불에 구우면 더 맛있어요. 구수한 ‘불향’이 채소에 배어들어 가거든요. 올리브오일 대신 식초에 담가도 됩니다. 그렇게 하면 식초 절임이 되지요. 화이트와인 식초가 없으면 색이 진하지 않은 다른 식초 아무 거나 대신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사과 등 과일을 재료로 한 식초가 더 맛이 나아요.”
자두 절임
자두 4~5개, 설탕 500g, 물 1L
1. 자두 절임을 담을 밀폐용기를 끓는 물에 소독해둔다.
2. 설탕과 물을 섞어 시럽을 만든다.
3. 자두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4. 밀폐용기에 자두를 담고 시럽을 자두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5. 밀폐용기 뚜껑을 닫고 끓는 물에 통째로 넣어 30분 정도 끓인다.
6. 밀폐용기를 냉장고나 부엌 뒤 선반 등 서늘한 곳에 뒤집어 보관한다. 적어도 2주 숙성시켜 먹는다.
맛 포인트: “시럽을 만드는 설탕과 물의 분량이 아니라 비율을 알면 기억하기 더 쉬워요. 설탕과 물을 1대2 비율로 더하세요. 너무 달다 싶으면 1대3 비율도 괜찮아요. 하지만 너무 싱거우면 자두 절임이 상하기 쉬워요. 사과, 배 등 다른 제철 과일을 사용해도 맛있어요. 절임을 만드는 동안 자두에서 붉은빛이 빠지면서 노르스름하게 변하기도 해요. 하지만 숙성과정에서 원래 붉은 빛깔을 되찾을 겁니다.”
복숭아 콤포트
복숭아 1㎏
1. 복숭아 콤포트를 담을 밀폐용기를 끓는 물에 소독해둔다.
2. 복숭아 껍질을 벗겨 잘게 자른다. 냄비나 속이 깊은 냄비에 담아 약불에서 뭉근하게 끓인다. 복숭아가 어느 정도 졸아들었다 싶으면 점도를 확인한다. 숟가락에 콤포트를 묻혀 손가락으로 문질렀을 때 선이 그어지고, 다시 합쳐지지 않으면 적당한 점도이다.
3. 완성된 콤포트를 밀폐용기에 담는다. 밀폐용기를 냉장고나 부엌 뒤 선반 등 서늘한 곳에 뒤집어 보관한다. 1주일 정도 숙성시켜 먹는다.
맛 포인트: “원래는 설탕을 넣지 않고 과일로만 만들지만, 싱거운 것 같으면 복숭아를 조릴 때 설탕을 300 정도 넣어주세요. 자두 절임과 마찬가지로 그때그때 흔한 제철 과일이면 아무 거나 괜찮아요.”
로베르토 베체소씨가 자신이 만든 보존식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이경민 기자 사진입니다.
/10월11일자 주말매거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요즘 과일이 흔한데, 콤포트에 도전해봐야겠어요. 구름에
manbal
2012년 10월 15일 at 11:00 오후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만들어 보려구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