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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껍데기 벗은 노란 알맹이, 가을 명약이네-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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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확철입니다. 은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나는 충남 예산군에 다녀왔습니다. 수확이 끝나면 금빛 물결이 출렁거리겠죠. 사진은 유창우 기자의 작품입니다.

희미한 쓴맛이 감도는 은근한 감칠맛과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은행(銀杏)은 예로부터 신선로(神仙爐) 등 고급 음식에 빠지지 않았다. 결혼 등 경사스런 날이나 제사에 쓰는 음식으로 애용돼왔다. 전국 은행 생산량의 약 38%인 1350t이 나는 충남 예산군에서는 지금 은행 수확이 한창이다.

예산군 신양면에 있는 ‘두성은행영농조합’을 최근 찾아갔다. 은행나무밭은 황금빛 은행열매로 뒤덮여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은행열매 특유의 구린내가 거의 나지 않았다. 한두진(45) 영농조합 대표는 “은행열매가 익어야 냄새가 나는데, 서울 등 대도시에선 땅에 떨어진 은행이 사람들에게 밟혀 으깨지고 상처가 나면서 더욱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나무는 4월말~5월초 꽃이 피고 10월초부터 열매가 노랗게 익는다. 수확은 진동수확기를 더러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손발로 이뤄진다. 수확한 은행을 보름쯤 놔두면 열매가 익다못해 삭으면서 벗기기가 수월해진다. 이때 과육(果肉)을 벗겨내면 딱딱한 껍질에 싸인 은행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걸 ‘피은행’이라고 부른다. 껍질을 깨면 그 안에 얇고 누르스름한 속껍질에 싸인 작은 달걀 모양의 은행이 나온다. ‘깐은행’이다. 은행은 대개 피은행이나 깐은행으로 유통되는데, 더러 속껍질까지 제거해 ‘날은행’으로 팔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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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오래 전부터 사랑받은 건 맛도 맛이지만 효능 때문이다. 동의보감 등 옛 의학서에서는 은행이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멈추게 하며 숨차는 증상에 효과가 있는 등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한 대표는 “옛 어머니들은 가마 타고 시집 가는 딸에게 구운 은행을 먹였다”며 “가마 안에 요강이 있어도 소변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은행이 소변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은행을 굽지 않고 날로 먹으면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이뇨 효과가 있어요. 신기하죠?”

하지만 은행은 독극물질인 청산배당체(靑酸配糖體)를 함유하고 있어 날로 먹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복통·구토·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 대표는 “청산배당체는 속껍질에 대부분 들었다”면서 “속껍질을 잘 제거하고 익혀 먹으면 웬만큼 먹어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은행은 껍데기 지름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된다. 가장 낮은 5등급은 지름이 13.5㎜ 이하로 가장 작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지름이 2㎜씩 커진다. 19㎜ 이상인 1등급은 전체 생산량의 3%에 불과한데, 폐백업체 등에 거의 전량 납품돼 시중에선 찾기 힘들다. 두성은행영농조합에서는 상품(上品·2~3등급) 기준 피은행은 1㎏ 5000원, 깐은행은 1㎏ 1만원에 판매한다. 은행에 약초를 더해 만든 은행효소도 있다. 전화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택배비 별도). (041)332-6969, 337-5957

은행은 비교적 장기 보관이 쉽다. 깐은행이 먹기 편리하지만, 아무래도 피은행이 더 오래 신선도를 유지한다. “피은행도 괜찮은 게, 다 먹은 우유곽에 피은행을 담아 전자렌지에 3분만 돌리면 팝콘처럼 빵빵 터져요. 알맹이만 쏙쏙 꺼내 먹으면 되요. 게다가 더 싸잖아요. 비닐봉지에 밀봉해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3년도 가요.”

/10월19일자 문화면에 나간 기사 원본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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