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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 맞아 가래떡 뽑느라 바쁜 20대 떡명장

설 명절에 먹는 떡국은 한국인에게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고 했고,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어린 시절엔 떡국을 더 먹겠다고 떼쓰기도 했지요. 그 떡국의 재료인 가래떡 만드는 과정을 보러 떡집에 다녀왔습니다. 주인이 ‘떡명장’이라기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상상했는데, 아직 떡국 더 먹어도 좋을 20대 청년이더군요. 젊은 장인과 그의 두 형제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신나게 떡 뽑는 모습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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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성형기에서 뜨끈뜨끈한 가래떡이 술술 나오고 있다. 서울 망원동 ‘경기떡집’에선 한 해 제일 큰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가래떡을 뽑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올 새해도 이 가래떡처럼 술술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한준호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서울 망원동 ‘경기떡집’ 지하 작업장은 뿌연 김이 가득했다. 최대한(26)씨와 형 대로(31)씨, 동생 대웅(24)씨와 그들의 친구 등 젊은이 일곱이 가래떡 뽑을 준비로 분주했다. 최대한씨는 2011년 경기도 주최 대한민국떡명장 선발대회에서 떡명장으로 뽑혔다. 나이는 20대 중반이지만 벌써 경력이 12년. 동생 대웅씨는 8년이란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부모님 떡 만드는 일을 도왔거든요.” 형 대로씨가 나이는 가장 많지만, 떡 경력은 1년 반에 불과한 한참 ‘후배’다.

“11시면 떡 뽑는 시간치곤 좀 늦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오늘 두 번째 작업”이라고 했다.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1차 작업을 했어요. 잠깐 쉬고 준비했다가 이제 뽑는 거예요. 설 앞두고 2주 전부터는 가래떡 주문이 몰려요. 평소 일주일에 10~20가마씩 떡을 만드는데, 설 대목에는 하루에 15가마씩 떡을 뽑아요.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니까요.”

언뜻 가래떡은 다른 떡보다 만들기가 쉬워 보이지만, 실은 가장 까다롭다고 한다. “쌀과 물, 소금만으로 맛을 내야 해요. 재료와 솜씨가 그대로 드러나요.”

만드는 과정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쌀을 최소 2시간에서 많게는 6시간까지 미리 물에 불려놓는다. 쌀을 건져 큰 소쿠리에 수북하게 담아 물기를 빼고 소금을 한 주먹씩 뿌려 간을 한다. 이걸 분쇄기에 넣어 빻으면 보송보송한 쌀가루가 나온다. 여기에 바가지로 물을 적당량 더해 섞은 다음 시루에 담아 10분 정도 뜨거운 김에 올려 찐다. 그러면 백설기 비슷한 떡이 된다. 이걸 ‘가래떡성형기’라는 기계에 넣고 눌러주면 아래로 뚫린 2개 구멍으로 뜨끈뜨끈한 가래떡이 술술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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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떡장인 최대한씨.

최대한씨가 떡칼로 가래떡을 알맞은 길이로 잘라 쟁반에 4단으로 차곡차곡 쌓았다. “이렇게 뒀다가 내일 뒤집어요. 그랬다가 하나하나 떼어서 간격을 벌려가며 켜켜이 엇갈리게 다시 쌓아요. 그러면 상하좌우 고루 가래떡이 말라요. 떡이 잘 말라야 썰기도 좋고, 떡국도 맛있어요. 제대로 마르지 않은 떡으로 떡국을 끓이면 떡이 풀어져 흐물흐물 씹는 맛도 나쁘고 국물도 탁해지거든요.” 그러니까 쌀에서부터 가래떡이 됐다가 동글납작하게 썬 떡국용 떡이 완성될 때까지 사흘이 걸리는 셈이다.

맛있는 떡 비결로 최대한씨는 주저 없이 “쌀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묵은쌀로 만든 떡은 퍼석퍼석 식감이 안 좋아요. 찰기가 없어서 툭툭 끊어지죠. 저희는 김포에서 나는 ‘고시히카리’ 쌀을 써요. 1년 동안 전국을 뒤져 찾은 쌀 중 떡용으로 가장 좋더라고요. ‘떡집에서 어떤 쌀을 쓰는지 불안하다’며 집에서 쌀을 가져오는 손님도 더러 계시지만, 대개 묵은쌀을 가져오시기 때문에 저희는 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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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맵쌀로만든가래떡(왼쪽)과 현미로 뽑은 현미가래떡.

요즘 가래떡을 구워 아침식사로 드시는 분들이 많아서

현미가래떡이 특히 인기랍니다.

좋은 가래떡 고르는 비결을 묻자, 그는 “빛깔을 보라”고 했다. “좋은 쌀로 지은 밥과 같은 빛깔이 나면 떡도 맛있지요. 묵은쌀로 만든 떡은 거무스름한 작은 점이 박혀 있어요.”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상온에서 이틀에서 사흘 정도 그냥 둬도 괜찮다. 냉동시킬 경우 한 달까지는 괜찮지만, 너무 오래 두면 냉동실 특유의 냄새가 떡에 배고 식감이 떨어진다. 떡이 굳는 걸 막으려고 참기름을 바르기도 하나, 별 효과가 없을뿐더러 참기름이 산화해 좋지 않다고 한다.

스피커에서 흥겨운 힙합 음악이 흘러나왔다. 대한씨와 대웅씨가 “일 마치고 고기 먹으러 가자”며 신이 나서 가래떡을 뽑았다. 낯설고 새롭지만 젊고 흥겨운 떡집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설이 오고 있었다.

/2월7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입니다. 갓 뽑은 뜨끈뜨끈한 가래떡이 또 먹고 싶네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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