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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따로국밥밖에 없다고? 전국 맛골목 투어 1편-대구 - 김성윤의 맛
따로국밥밖에 없다고? 전국 맛골목 투어 1편-대구

전국 ‘맛골목 투어’를 시작합니다. 그 지역에서만 먹거나 유달리 즐기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이나 거리 중에서 타지인들에게 덜 알려진 곳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첫 회는 대구입니다. 주머니 사정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싸고 푸짐한 음식을 내는 맛골목이 유달리 발달한 도시입니다. 서문시장 국수골목, 평화시장 닭똥집골목, 안지랑 곱창골목, 따로국밥골목, 동인동 매운갈비찜골목, 동성로 카페골목을 다녀왔습니다.

서문시장 국수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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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창우 기자

대구는 전국에서 밀가루 소비량이 가장 많은 도시라고 한다. 이를 대구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인 서문시장 ‘국수골목’에서 실감할 수 있다. 서문시장 1지구와 4지구 사이에 노점상들이 다닥다닥 서로 붙어 긴 줄을 형성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칼국수와 수제비를 판다. 그리고 하나같이 손님들로 바글바글하다.

국수골목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원조수제비’ 최옥분(65)씨는 “1지구와 4지구를 잇는 육교 아래서 시작했다”며 “우리 아들이 네 살 때였으니까 한 32년 됐다”고 했다. 안동 건진국수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하다. 면발이 얇고 넙적하다. 직접 반죽해 뽑지 않고 5지구에 있는 국수집에서 받아온다.

펄펄 끓는 솥에서 따로 삶아 멸치와 다시마로 뽑은 맑은 육수에 만다. 경상도에서 ‘정구지’라고 부르는 부추와 ‘애기배추’ ‘단배추’라 부르는 속이 덜 찬 얼갈이배추, 깨가루, 김가루를 듬뿍 얹어 낸다. 파를 숭숭 썰어 넣고 고춧가루 팍팍 뿌린 간장으로 간 한다. 먼저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맑고 깨끗하다. 투명하게 잘 익은 국수는 혀에 나긋나긋 감긴다. 시장통에서 파는 칼국수라기엔 세련된 맛이다.

최씨는 “국시보다 수제비를 훨씬 많이 판다”고 했다. 새벽 6시 나와 반죽한다. 충분히 숙성이 됐을 오전 8시쯤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한다. 수제비를 툭툭 뜯어 칼국수 육수에 미역과 북어를 추가해 끓인 국물에 던져 넣고 애호박, 감자 따위와 함께 휘휘 저어가며 끓인다. 수제비가 익어 둥둥 뜨면 얼른 건져 알루미늄 사발에 가득 담아 낸다. 수제비는 쫄깃쫄깃 차지고,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시원하다. 밀가루반죽 대신 찹쌀 새알심을 넣은 ‘찹쌀수제비’도 훌륭하다.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이 특히 즐긴다고 한다.

칼국수 2500원, 수제비 3000원, 찹쌀수제비 4000원. 소면에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끼얹어 내주는 비빔면(4000원)도 맛있다. 오전 7~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고, 일요일은 쉰다.

닭똥집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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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창우 기자

태어나 가장 많은 양의 닭똥집과 돼지곱창을 이번 대구 맛골목을 취재하면서 봤다. 우선 닭똥집부터. 대구시청에 따르면,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에는 닭똥집전문점이 31집이 있다. 닭똥집이라고 하면 대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은 포장마차 술안주를 떠올리지만, 여기서는 치킨처럼 튀겨 낸다. 이름도 생소한 ‘튀김똥집’이다.

1970년대 평화시장 앞 거리에 새벽마다 인력시장이 섰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막노동꾼들은 술로 마음을 달랬는데, 이들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안주로 개발된 것이 튀김똥집이라고 한다. 지금 ‘삼아통닭’ 자리에서 닭집을 하던 이두명·나춘선씨 부부가 1972년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튀김똥집은 ‘싸고 맛있다’고 소문이 금방 났고, 손님이 몰리면서 가게도 늘어났다.

맛골목들은 대개 ‘원조’가 어디냐를 두고 때로는 주먹다짐까지 가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나, 여기선 그런 일이 없다. ‘운수좋은날’ 박용준(59) 사장은 “이두명·나춘선씨 부부를 포함해 ‘원로’들이 다 떠나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튀김똥집은 닭고기 대신 닭똥집을 사용할 뿐 만드는 법은 프라이드치킨과 같다. 박 사장이 튀김똥집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다. 한입 크기로 썬 닭똥집에 밀가루 튀김옷을 얇게 입혀 식용유에 지글지글 튀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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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창우 기자

프라이드치킨과 같은 모양과 크기의 접시에 튀김똥집이 산처럼 쌓여 나온다. 소(小) 7000원, 대(大) 1만원. 일단 가격부터 치킨보다 저렴하다. 언뜻 봐선 닭튀김과 양이 비슷하지만, 발라낼 뼈가 없으니 훨씬 더 푸짐하다. 게다가 감자튀김이 닭똥집 무더기 속에 섞여 있고, 사이다 1병을 서비스로 준다. 박 사장은 “큰 접시 하나면 남자 서넛이서 밤새 술 마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 등 20~30대 손님이 압도적이다.

얇고 바삭한 튀김옷과 고무처럼 쫄깃한 닭똥집의 궁합이 천생연분 수준은 아니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정도는 됐다. 쉽게 말해서 꽤 먹을 만하다. 소금이나 매콤한 양겨자를 찍어 먹는다. 박 사장은 “핏물이 남아있으면 안 되고 재고를 많이 두면 안 된다는 것 말고 특별한 비법은 없다”면서도 “서울에서도 몇 집 한다던데 이곳 같은 맛은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튀김닭똥집 메뉴는 치킨과 똑같이 진화했다. 양념치킨이 나오면 양념똥집(7000·1만1000원), 간장치킨이 나오면 간장똥집(7000·1만1000원)이 등장한 식이다. 양념똥집과 튀김닭똥집을 반씩 주는 ‘똥집반반’(7000·1만1000원)이 가장 인기다. 다양한 튀김닭똥집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모둠튀김’(1만5000원)도 있다. 대개 ‘오뎅탕’(7000원)을 국물로 곁들인다. ‘마늘똥집’(1만원), ‘야채찜닭’(1만7000원), ‘튀김통닭’(1만3000원), ‘양념통닭’(1만4000원)도 있다. 가격과 맛은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

안지랑 곱창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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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신영 기자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안지랑 곱창골목에 들어설 때만 해도 “곱창집이 참 많네” 했다. 그런데 길 양옆으로 늘어선 곱창집 행렬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곱창볶음구이를 처음 팔았다는 ‘충북곱창’ 김순옥(74)씨는 “오십 세네 집쯤 된다”고 했다. “내가 충북사람이거든. 충북 보은. 50년 전 대구로 시집 왔지. 곱창 장사한 지는 35, 6년 됐을 거래요. 그때만 해도 곱창이 쌌지. 거져 가져오다시피 했어요. 지금은 없어서 못 팔지만요.”

그렇게 김씨 혼자서 20여 년 돼지곱창을 팔았다. 그러다 IMF가 터졌다.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값싼 먹거리를 찾았고, 돼지곱창은 이러한 요구에 안성맞춤이었다. 주말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었고, 장사가 된다고 소문나면서 곱창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안지랑 곱창골목에서는 소가 아니라 돼지곱창을 쓴다. 미리 살짝 데친 곱창을 잘게 썰어 고추장양념에 버무린다. 석쇠에 얹어 연탄불에 올린다. 곱창 주변에서 자글자글 기름이 끓을 무렵, 김씨가 또다른 석쇠를 가져와 위에 포개더니 휙 뒤집는다. 미리 익혔으니 겉이 노릇해지기만 하면 먹는다. 테이블에 은색 알루미늄포일로 싼 벽돌 2장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곱창이 다 익자 석쇠를 벽돌 위에 얹는다. 타지는 않되 따뜻하게 돼지곱창을 먹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테이블웨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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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신영 기자

곱창을 처음 가져왔을 땐 돼지 군내가 살짝 났지만, 다 구우니 거의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고소하고 야들야들하면서 살짝 타게 마련인 끄트머리만 바삭하다. 된장을 희석시켜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돼지곱창과 된장소스가 꽤 어울린다.

돼지곱창 판매 단위가 특이하게 ‘바가지’다. 1바가지(500g)에 1만원. 김순옥씨는 “워낙 싸서 손님들한테 바가지로 퍼주던 게 굳었다”고 했다. 돼지막창(1인분 150g 8000원), 삼겹살(1인분 150g 8000원), 목살(1인분 150g 7000원), 뼈없는닭발(1접시 7000원) 따위도 있지만 역시 곱창이 가장 인기다. 인터넷 홈페이지 www.안지랑곱창.com.

따로국밥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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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신영 기자

대구 대표 음식으로 따로국밥이 있다고 하면 “오죽 먹을만한 음식이 없으면 국하고 밥을 따로 주고 별미라고 할까”라고 안됐다는 반응인 이들이 많다. 하지만 대구사람들은 “따로국밥은 어른에 대한 공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정색한다.

대구에서도 국밥은 말아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70여 년쯤 전 나이 든 손님이 오시자 혹여 예의에 어긋날까 국과 밥을 따로 담아냈고, 이를 선호하는 손님이 늘면서 따로국밥이란 이름으로 팔게 됐다고 한다. 대구 중구 중앙로 사거리와 한일로 주변에 따로국밥집 10여 곳이 있다. 1946년 문 연 ‘국일따로국밥’이 원조라고들 한다.

붉은 국물 한가운데 곱게 다진 마늘 한 숟갈이 얌전하게 놓였다. 큼직하게 썬 파와 선지, 무가 푸짐하게 들었고 그 주변에 동동 뜬 붉은 기름이 보기만해도 얼큰하니 입맛을 돋운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니 소고기가 나오는데, 납작 네모나게 썬 것이 길게 찢는 서울식 육개장과 다르다. 국밥은 밥을 말아 푹 떠서 한입 가득 먹어야 제맛.

국물이 시원하고 구수하다. 맵지만 얼얼하지 않다. 텁텁하지 않은 것이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았거나 넣었더라도 아주 조금 넣은 듯하다. ‘따로국밥’ 6000원. 밥 대신 소면을 주는 ‘따로국수’도 가격이 같다.

동인동 매운갈비찜골목

대구 중구 동인동 매운갈비찜은 이제 서울 등지에서도 쉬 맛볼 수 있게 된 대구 대표 음식이다. 매운갈비찜을 처음 만들었다는 ‘봉산찜갈비’ 최병열 사장은 매운갈비찜의 탄생을 이렇게 소개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오는 국숫집 옆집에 저희가 살았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끔 목돈 생기면 국숫집 아주머니한테 ‘고기 좀 해봐라’ 부탁한 거예요. 그런데 밥집이지 요리집이 아니라 솜씨가 없었던 거라. 국숫집 아주머니하고 친했던 우리 어머니가 ‘이것 좀 넣어봐라’ ‘이것도 넣어봐라’ 거들다가 고춧가루하고 마늘을 넣고 매콤하게 만든 거지예.”

매운갈비찜이 양은냄비에 담겨 나오는 것도 원래 국숫집 양은그릇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찜갈비 1만4000원. 대개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데, 자투리 갈빗살과 뼈를 넣고 육개장처럼 끓인 ‘갈빗살찌개'(6000원)도 식사로 좋다.

동성로 카페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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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신영 기자

삼덕성당 뒷골목에 있어 ‘삼덕성당 카페골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루시드’ ‘핸즈 커피’ ‘다빈치’ ‘디 토르테’(Die Torte), ‘카페 피오’ 등 커피와 분위기 좋은 커피점집 10여 곳이 동성로4길을 따라 늘어섰다.

이중 ‘류 & 칼디 커피(柳 & Khaldi Coffee)’는 직접 수입해 볶은 커피원두를 전문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뽑는다. 평일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또다른 품종의 커피원두를 선택해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공짜로 리필 서비스 한다. 핸드드립 커피 7000원부터.

골목에는 LP음반 전문점 ‘객석’(www.classicLP.co.kr)도 있다. 매장에서 흘러나우는 클래식 음악이 커피향과 섞여 더욱 운치 있다.

/3월28일자 ‘주말매거진’ 커버로 쓴 기사입니다. 얌전하면서도 힘있는 면발과 맑으면서도 깊은 국물이 어우러진 서문시장 국수가 또 생각나 입에 침이 고입니다. 구름에

3 Comments

  1. 사랑詩

    2013년 3월 28일 at 8:58 오후

    맛에 이야기 진정 삶에 이야기입니다^
       

  2. 변용성

    2013년 3월 29일 at 10:14 오전

    평화시장 닭똥집 잘 고르셔야 합니다. 특히 기름! 몇 년 전에 친구들이랑 갔다가 저만 폭풍 설마(!) 이후 다시는 안갑니다. 제 장이 좀 민감하여….   

  3. 구름에

    2013년 4월 5일 at 1:18 오후

    변용성님, 감사합니다. 어디가 좋은지 아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사랑詩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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