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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뤼스’를 ‘전설의 와인’으로 만든 와인메이커, 장클로브 베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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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클로드 베루에씨가 자신이 양조책임자로서 마지막으로 만든 2007년산 ‘샤토 페트뤼스’를 들고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페트뤼스와 마찬가지로 현재 그가 자신의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샤토 사미용’은 메를로 포도품종으로만 만든다는 점에서 보르도에서 독특한 와인입니다. 사진은 오종찬 기자가 찍었습니다.

페트뤼스(Petrus)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결혼식과 대관식에 쓰였고,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재클린 여사가 즐겨 마시면서 상류사회를 상징하는 와인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기도 하다. 병당 평균 수백만원에서 빈티지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그래서 명성은 널리 퍼졌지만 정작 마셔본 이는 드물어 ‘전설의 와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장클로드 베루에(71)는 페트뤼스를 전설로 만든 이다. 1964년부터 44년 동안 페트뤼스에 양조책임자를 지냈다. 2008년 은퇴한 뒤에도 일주일에 두 차례 페트뤼스에 조언을 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베루에를 지난 8일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식퓨전 레스토랑 민가다헌에서 만났다.

베루에가 페트뤼스 양조책임자가 된 건 겨우 22살 때였다. 보르도대학 양조학과를 갓 졸업한 그를 양조책임자로 발탁한 건 페트뤼스 소유주였던 고(故) 장피에르 무엑스(1913~2003)였다. 베루에는 “6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 무엑스씨와 만나 1시간 동안 미술과 문학, 철학, 음악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6개월은 ‘장기 면접시험’이었다.

“물론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하긴 했죠. 하지만 와인 양조기술 따위에 대해서는 한번도 묻지 않았어요. 그땐 왜 그 분이 왜 그랬는지 몰랐어요. 돌아보면 내가 어떤 인생관과 성향과 철학을 가졌는지를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6개월이 지나서 무엑스씨가 ‘페트뤼스에서 일하겠나’라고 물어 깜짝 놀랐어요. 1964년 9월 15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엿새 뒤 첫 포도수확을 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큰 책임을 맡았죠. 와인을 잘 만드는 건 고사하고 사고만 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었어요. ”

베루에는 “훌륭한 와인을 만들려면 철학이 먼저고 테크닉은 그 다음”이라고 말을 이었다. “위대한 와인에는 만드는 이의 와인철학이 담겨있어요. 무엑스씨는 제가 그와 와인에 대한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보려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덕분인지 44년 동안 무엑스씨와 저는 와인을 만드는 방식이나 추구하는 목표에서 충돌이 없었어요. 그런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행복했습니다.”

그는 “와인메이커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이라고 비교했다. “지휘자에 따라 똑같은 곡의 연주도 달라집니다. 작곡자의 원래 의도를 살리면서도 자신의 개성과 해석을 드러내야 뛰어난 지휘자 같아요. 마찬가지로 와인이 생산되는 땅과 포도품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신의 개성을 보여야 뛰어난 와인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와인이 무엇이냐”는 우문(愚問)에, 베루에는 “그건 어떤 여성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냐고 묻는 말과 같다”고 현답(賢答)했다. “그건 오늘 이곳에 오다가 길에서 본 여자일 수도, 며칠 전에는 TV에서 본 여배우일 수도, 내일은 또 어디서 보게 될 여자가 될 수도 있지요. 어떤 여자는 눈이 정말 예쁘고, 어떤 여자는 몸매가 늘씬하죠. 와인은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다만 내가 만든 페트뤼스에 한정해 말한다면, 1971년산이 메를로(merlot) 포도품종과 포메롤(Pomerol)이라는 생산지역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최고의 빈티지라고 봅니다. 그리고 좋은 와인이란 결함이 없는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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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클로드 베루에씨 앞에그가 자신의 소유 포도원에서 만드는 ‘샤토 사미옹’과 ‘에리 미나’ 와인이놓여 있습니다. 둘째 아들 장프랑수아와 함께 만듭니다.사미옹은 100% 메를로에 포므롤 옆 라랑드포므롤에서, 44년 동안 페트뤼스를 만든 베루에씨가 만든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오종찬 기자

그는 2008년 페트뤼스 양조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와인을 만든다. 페트뤼스에서 가까운 라랑드포므롤 지역의 샤토 사미옹(Chateau Samion)과, 고향인 프랑스 남서부 바스크 지방에 에리 미나(Herri Mina)라는 작은 포도원을 가지고 있다. 둘째 아들 장프랑수아와 함께 만든다. 첫째 아들 올리비에는 페트뤼스 양조책임자로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온 장프랑수아는 “와인메이커의 자질은 타고나기보단 훈련되는 것”이라며 “아버지에게 평생에 걸쳐 매일 조금씩 배워왔던 것이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와인이 대중화됐지만, 여전히 한국에선 ‘어려운 술’이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 페트뤼스처럼 비싼 와인에 대해선 그렇다. 베루에는 “그냥 마시라”고 했다. “너무 집중하지 마세요. 집중하면 뇌세포가 활동하면서 오히려 와인을 느끼지 못해요. 와인이 좋고나쁜지 평가하기보다는 개성을 즐기세요. 와인에는 보르도, 부르고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등 와인산지가 담겨있어요. 와인병을 따는 건 그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저마다 특성이 있기에 맛의 즐겨움, 여행의 재미가 있는 것이지요.”

페트뤼스 양조책임자는 매년 12병을 받는다. 그는 “나도 마시고 아들들도 나 몰래 마셔서 꽤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몇백 병은 남아있다”면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따서 마신다”며 웃었다. 와인애호가라면 누구나 그의 친구가 되고 싶을 듯하다.

/5월10일자 조선일보 문화면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제목이 좀 이상하게 나갔습니다. "양조기술 배우러 와인회사 갔더니 6개월 동안 문학 철학만 묻더라고요"라고 나갔는데, 사실 보르도대학 양조학과 교추 추천으로 무엑스씨와 만나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양조책임자 후보로 추천을 받은 것이죠. 그리고 나서 6개월에 걸쳐 장기 면접을 본 셈인데, 제가 기사를 잘못 썼는지 편집자가 제목을 사실과 다르게 달았네요. 참고하세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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