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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가 밍밍한 이유는…”-제주도에서 제주보리로 맥주 만드는 스페인남성

보리스 데 메조네스(De Mesones·51)는 제주도에서 제주산(産) 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스페인 남자다. 그리고 이 맥주를 가지고 세계적 맥주품평대회에서 은상을 두 번이나 차지하기도 했다. “보리스라는 이름부터 맥주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하자 그는 “알고 있다. 만나는 한국사람은 모두 그 얘기를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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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데 메조네스씨가 제주시에 있는 자신의 브루펍 양조장에서 갓 만든 맥주를 따라 시음하는 모습입니다. 데 메조네스씨는 “제주 보리로 만든 맥주는 거품이 쉬 꺼지지 않아 맛과 신선함이 오래 보존된다”고 하더군요. 사진은 한중호 기자가 찍었습니다.

맥주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는 본래 경제학도였다. 스페인에 있는 대학과 영국의 경영대학원(MBA)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런던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주식중개인으로 일했다. 그러다 런던의 브루펍(brew pub·업장에서 직접 만든 맥주를 판매하는 술집)에서 맥주의 매력에 빠졌다.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봐도 괜찮은 사업이었습니다. 단 주인이 맥주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하겠더라고요.” 브루펍을 차리겠다는 목표로 잘 다니던 은행을 관뒀다. 친구와 친지들이 그에게 “미쳤다”고 했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까요.”

데 메조네스는 브루마스터(brewmaster·맥주양조전문가)가 되기 위해 독일 베를린에 있는 양조학교에 입학했다. 독일인 어머니를 둔 덕에 독일어에 능통했고, 맥주에 대한 열정이 더해져 통상 2~3년 걸리는 맥주양조 과정을 1년 만에 마쳤다. 그때 베를린에 유학하던 한국인 여성을 만났다. 2003년 결혼한 그는 2004년 유럽연합(EU)과 한국간 경제교류 프로그램에 선발돼 한국에 왔고, 아내의 고향 제주도에 정착했다. 2004년 처남과 브루펍 ‘모던타임’을 세워 경영하다가, 2009년 독립해 자신의 브루펍 ‘보리스 브루어리’를 열었다.

데 메조네스는 제주에서 나는 보리를 이용해 3가지 맥주를 만든다. 그는 “수입 보리를 쓰려면 너무 비싸서 제주 보리를 쓴 건데,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결정이 됐다”고 했다. “브루어리가 여기저기 소개되면서 요즘은 서울·부산 등 제주도가 아닌 외지 손님도 많이 오세요. 그분들이 우리한테 오는 이유는 제주산 보리로 맥주를 만들기 때문이에요. 다른 곳과 똑같이 외국 보리를 썼다면 오시겠어요?”

최근 국내 맥주소비자 사이에선 “한국 맥주는 밍밍하다”는 불만이 크다. 이에따라 한 대형 맥주제조업체에서는 맥주 원료인 맥아(보리) 함량을 공개하기도 했다. 데 메조네스는 “맥주 맛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홉(hop)”이라고 했다. 홉은 뽕나무과 덩굴풀로, 그 열매가 맥주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상쾌한 맛과 향을 내는 원료이다. “홉은 가격이 비싸요. 품질이 좋은 홉일수록 더 비싸지요. 그래서 홉을 충분히 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맥주를 장기간 유통·보관해도 상하지 않게 하려면 여과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맥주의 풍미가 떨어집니다.”

데 메조네스는 “한국의 맥주애호가들이 더 맛있는 맥주를 더 다양하게 즐기려면 브루펍이 늘어나야 하지만 제약이 많다”고 했다. “예를 들면 브루펍은 상당한 규모 이상이 아니면 업장 밖에서 맥주를 팔 수 없어요. ‘맥주가 상해서 국민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 스페인 등 유럽의 선박들은 장기항해에 나설 때 물 대신 맥주를 실었어요. 물은 7~8일이면 상하지만, 맥주는 3개월까지도 거뜬하거든요. 그러니 매장 안에서만 맥주를 팔라는 규정은 타당하지 않지요.”

/5월14일자 조선일보 사람들면에 쓴 인터뷰 기사입니다. 이런 브루펍이 늘어나야 우리나라 맥주가 더 맛있고 다양해질텐데, 데 메조네스씨는 "한국에서 브루펍 해서 수익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더군요. 이런 곳들이 돈 벌 수 있게 하는 게 이번 정부가 말하는 소위 ‘창조경제’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구름에

4 Comments

  1. 호세호세

    2013년 5월 14일 at 2:56 오후

    성을 보니 명문가 출신인 것 같습니다.(de ~)
    저 분 성은 그리고 ‘메쏘네스’라고 읽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멕시코에도 흔한 성이거든요.
    본인이 그리 소개한 거라면 영어식으로 소개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구름에님의 좋은 글 늘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중호 사진기자님, 엄청난 내공이시네요.
    맥주의 청량감이 사진에서 화아악!!!    

  2. 구름에

    2013년 5월 14일 at 9:29 오후

    호세호세님, 글 읽어주시고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분의 성은 말씀대로 ‘메쏘네스’가 원래 발음에 가장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한국어로 표기했을 때 메조네스가 가장 보기 좋고 읽기 좋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려 의견 남겨주세요.^   

  3. menciuus

    2013년 5월 15일 at 7:51 오전

    좌우지간 국산 맥주는 골치 안 아프게 못 맨그나?   

  4. 김동진

    2013년 5월 15일 at 6:24 오후

    구름에님, 제가 맥주를 좋아하는 처지라 서울에 있는 국내 생산 맥주집을 조금 압니다. 가평에 있은 카브루에서 만들어 이태원, 녹사평의 펍들에 공급하는 맛있는 맥주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있던 마이크로브루어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궁금하시면 제게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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