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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수원, 갈비만 있다? 통닭, 순대도 있다!-전국 맛골목 투어 - 김성윤의 맛
수원, 갈비만 있다? 통닭, 순대도 있다!-전국 맛골목 투어

수원은 ‘갈비’라는 엄청나게 유명한 대표 음식을 가진 도시다. 수원 토박이이자 음식평론가인 석창인(51) 수원에스엔유 치과병원장은 그게 자랑스러우면서도 또 불만이다. 갈비 말고도 다른 맛난 먹거리가 많은데, 갈비의 명성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석 박사의 수원 맛집’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던 석 원장, 그리고 그의 병원에서 일하는 또다른 수원 토박이 박성철(36) 실장의 안내를 받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수원의 맛 골목을 찾아다녔다. 석 원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돌아본 다음 맛 골목에 가서 맛있게 식사를 한다면 주말 나들이 코스로 딱 좋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매향동 통닭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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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통닭골목 2대 지존 중 하나로 꼽히는 ‘진미통닭’.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신영 기자

팔달문에서 장안문 방향으로 걷다 보니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팔달로와 남수동 사이 좁은 골목에 치킨집이 대강 봐도 열 곳은 돼 보였다. 가게마다 커다란 튀김 냄비 서너 개씩을 내놓고 닭을 맹렬히 튀기는 중이었다. 이른 오후인데도 가게마다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뜨거운 치킨을 앞에 놓고 차가운 맥주잔을 기울이는 손님들로 절반 이상씩은 찼다. 박성철 실장은 “여기가 수원 사람들이 즐겨 찾는 통닭골목”이라면서 “이 골목에서 하룻밤에만 닭 1500마리가 소비된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원조집으로 알려진 ‘매향통닭’은 다른 가게들이 몰린 골목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올해로 41년째라고 한다. 한국 프라이드 치킨의 역사를 살펴보면 닭을 꼬챙이게 끼워서 전기오븐에 구운 오븐구이 통닭이 1960년대 등장한 데 이어 1970년대 닭을 통째로 기름에 튀긴 시장통닭, 그리고 1977년 후반부에 닭을 토막내 튀김옷을 입혀 튀긴 오늘날의 프라이드 치킨이 보편화된다. 매향통닭은 197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통닭만 팔고 프라이드 치킨은 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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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튀긴 통닭. 사진=이신영 기자

매향통닭보다 역사가 짧다고 해도 다른 치킨집들도 문 연 지 30년은 족히 된다. 요즘 이곳 통닭골목에서 가장 잘 나가는 두 집은 골목 한가운데 사거리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진미통닭’과 ‘용성통닭’이라고 박 실장은 알려줬다. “어디가 낫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같은 듯하지만 맛이 약간씩 달라요. 진미통닭은 튀김옷이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용성통닭은 단단하게 바삭바삭하달까? 수원 토박이들도 개인 입맛에 따라서 선호도가 다르죠.” 이들과 함께 사거리에 있는 ‘장안통닭’과 ‘치킨타운’도 단골이 많은 치킨집들이다.

진미통닭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통닭과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이 모두 있었다. 매향통닭을 제외한 나머지 치킨집들은 이렇게 통닭과 치킨을 함께 내고 있다. 주인은 “치킨이 전체 주문의 80% 이상이고, 통닭을 주문하는 손님은 40대 후반 이상 어르신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통닭과 프라이드 치킨을 하나씩 주문해봤다. 10여 분이 지나자 치킨이 먼저 나오고, 조금 뒤 통닭이 나왔다. 닭고기와 함께 튀긴 닭모래집도 나왔다. 박 실장은 “통닭골목에서는 닭모래집이나 튀긴 마늘, 튀긴 닭발을 서비스로 같이 내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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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통닭’의 프라이드 치킨. 튀긴 닭모래집이 함께 나옵니다. 수원 매향동 통닭골목에서는 튀긴 닭모래집이나 닭발, 마늘이 서비스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랍니다. 사진=이신영 기자

아무래도 튀김옷을 입혀 튀긴 치킨이 훨씬 푸짐했다. 상대적으로 통닭은 헐벗고 초라해 보였다. 들고 먹기만 하면 되는 치킨과 달리 통닭은 손이나 포트로 잡고 찢어야 하니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닭이 덜 느끼했다. 얇고 바삭한 닭껍질도 별미였다. 하지만 치킨에 입혀진 튀김옷도 닭고기의 육즙을 보호하기 위해 가볍게 입혀져 있을 뿐, 닭고기 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두껍지 않았다. 또 튀기는 솜씨가 좋아서인지 느끼하지 않고 바삭했다.

가격은 통닭이나 프라이드 치킨이나 1마리에 1만3000원으로 같다. 양념치킨은 1만4000원. 프라이드와 양념 ‘반반’은 1만4000원이다. 탁자에 머스터드소스와 함께 양념치킨 양념이 놓여있으니 그냥 치킨을 한 마리 사서 찍어 먹어도 되지만, 양념이 튀김옷에 배어 들어가 발현되는 깊은 맛은 없다. 진미통닭 (031)255-3401, 용성통닭 (031)242-8226, 장안통닭 (031)252-5190, 치킨타운 (031)254-1119

지동시장 순대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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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지동시장 순대타운에서 먹을 수 있는 순대곱창철판.사진=이신영 기자

음식이 어디 맛으로만 먹던가. 어쩌면 음식은 맛보다 추억으로 먹는 것인지 모른다. 지동 순대타운은 박 실장에게 그런 곳이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찮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하고 지동시장에 자주 왔어요. 골목 안에 단칸방처럼 작고 누추한 가게들이 꼭꼭 숨듯 있었어요. 그때 순대볶음이 1인분 4000원이었는데, 그걸 2인분만 시켜도 넷이서 실컷 먹었어요. ‘엄마’라고 부르던 단골집 주인 귀에 대고 속닥속닥 부탁하면 미성년자에게 허락되지 않던 음료도 슬쩍 가져다주고 그랬었죠. 그런데 오늘 나온 2인분이 그때 1인분보다 더 적네…”

시장이 정비되면서 커다란 푸드코트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 순대 파는 가게들이 빽빽하게 입주해 있다. ‘원조엄마집’ ‘엄마집’ ‘전라도집’ ‘고향집’ ‘자매집’ ‘은주네’ 등 보기만해도 왠지 푸근해지는 상호가 적힌 작은 간판이 천장에서 아래로 튀어나와 있다. 서울이나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에 가면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순대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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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지동시장 순대타운.사진=이신영 기자

당면이 들어간 순대와 곱창에 고추양념과 들깨가루, 깻잎, 당면, 라면사리, 가느다란 가래떡, 메추리알 따위를 넣고 볶아 나오는 순대볶음은 모양새나 맛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정도 수준이다. 이것만 먹으러 수원에 올 정도는 아니지만, 수원에 왔으니 먹어볼 많은 한 맛이다. 그리고 수원 토박이가 느끼기엔 예전보다 양이 줄었는지 모르겠으나, 타지 사람이 보기엔 충분히 푸짐하다. 순대곱창철판 1인분 8000원. 순대국(6000원)과 돼지수육(1만·1만5000원), 소곱창볶음(1만1000원), 소머리국밥(7000원)도 있지만 거의 모두 순대곱창철판을 주문한다.

수원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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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수원갈비’의 양념갈비. 사진=이신영 기자

수원의 맛을 이야기하면서 갈비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갈비집 규모가 크고 수원 전역에 있어서 딱히 골목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가보정’ ‘본수원갈비’ 명성갈비‘ ’삼부자‘ 신라갈비’ ‘본집갈비’ 등이 동수원사거리에서 수원남부경찰서가 있는 사거리까지 늘어서 있다. 석 원장은 “수원갈비는 지금의 영동시장인 수원문밖장 싸전거리에서 ‘화춘제과’를 경영하던 이귀성씨가 해방이 되면서 2층짜리 건물을 사서 ‘화춘옥’이란 간판을 걸고 시작한 것이 시초”라고 했다.

“처음엔 해장국집이었지요. 다른 집보다 갈비 고기를 푸짐히 넣어줘 손님이 몰렸어요. 그러다 숯불에 구운 갈비가 인기를 얻은 거예요. 갈비구이도 양이 푸짐했죠.” 갈비를 간장이 아닌 소금으로 간 한 것도 화춘옥에서 시작해 수원갈비의 특징으로 굳었다. 갈빗대가 붙어있는 커다란 고깃점도 여전히 수원갈비를 다른 지역의 갈비와 구분하는 점이다.

석 원장과 함께 ‘본수원갈비’에 갔다. 1인분 무게가 무려 460g. 뼈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서울 강남 고깃집에서 소등심 1인분이 대개 120g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푸짐하다. 석 원장은 “한 사람이 1인분을 다 못 먹을 정도”라고 했다. 커다란 갈빗대에 칼집을 넣은 고기가 돌돌 말려 나온다. 고기를 먹을 만큼씩 잘라서 석쇠에 올려준다. 한우가 아니라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한다. 너무 짜거나 달지 않으면서 고기 자체의 맛을 살려줄 정도로 자제한 양념 솜씨가 뛰어나다. 생갈비 1인분 3만6000원, 양념갈비 3만2000원이다. 본수원갈비 (031)211-8434, 가보정 1600-3883, 삼부자갈비 (031)211-8959, 신라갈비 (031)212-2354

/5월23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전국 맛골목 투어’ 수원편입니다. 기름지지 않고 바삭한 치킨, 푸짐한 갈비를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입니다. 구름에

3 Comments

  1. 호세호세

    2013년 5월 25일 at 11:32 오전

    제 인생 최고의 통닭은 70년대에 잠깐 반짝했던 ‘림스진생치킨’이었습니다.
    맛있었는데 허무하게 사라진 것 같습니다.

    최악은…
    켄투키 영감님 취킨…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멕시코에서 살면서 제일 먹고 싶은 한국음식은
    당면으로 채운 길거리표 순대랑, 짜장면,
    그리고 한국식 프라이드(양념) 치킨입니다.

    여기도 다 팔기는 하는데,
    뭔가 2% 부족하거든요… ^^;    

  2. 호세호세

    2013년 5월 25일 at 11:32 오전

    같이 다니시는 사진기자 분들은 음식 근접촬영 전문가들이신가 봐요?

    순대랑, 갈비 사진은 보는 데 막 신경질이 나네요… 쩝~
    돈이 있어서 먹을 수도 없는 처량한 이 신세~~~   

  3. 구름에

    2013년 5월 26일 at 7:09 오전

    사진 정말 잘 찍죠? 음식 기사는 글보다 사진이 어쩌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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