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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빈요리사가 박 대통령에게 선보인 요리는…

중국 인민대회당 총주방장 장빙량(姜炳良·59)씨는 중국을 방문하는 세계 각국 정상에게 대접하는 ‘궈옌(國宴)’, 즉 국빈 만찬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낸 만찬도 그가 책임졌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에서 인민대회당 국빈 만찬에 나오는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방한한 장 총주방장을 20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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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대회당 총주방장 장빙량씨가 서울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주방 기구를 점검하는 모습입니다.그가 만든 중국 국빈만찬에 나가는 음식을 몇 가지 맛봤습니다. 환상적이더군요. 아래 사진과 함께 소개하겠습니다./사진=김연정 객원기자

그가 요리사가 된 건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지시’에 의해서였다. “제가 17살이던 1971년,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인민대회당에서 일할 요리사 인력을 선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답니다. 베이징(北京) 중앙당 심사위원들이 저의 고향인 산둥성(山東省)으로 왔어요. 옛날부터 산둥성은 요리사가 많이 나온 지역입니다. 중학교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추천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추천된 학생들 중에서 가족 3대를 확인해 출신 성분에 문제가 없고, 용모단정한 20명을 추렸습니다. 그중 하나가 저였지요.”

이때까지 요리는 해본 적 없고 요리사 집안 출신도 아닌 장 총주방장은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42년이 지난 지금 인민대회당 200여 요리사를 지휘하는 자리까지 올라갔다. 장 총주방장은 “매년 연회를 100여 차례 치르고 있다”며 “하도 많아서 그동안 모두 몇 번이나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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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많이 내지 않는다는 샥스핀 요리. 보통은 중국햄으로 만든 육수에 굴소스나 간장 따위를 넣어 졸인 걸쭉한소스에 내는데, 장 총주방장의 인민대회당 스타일 샥스핀은 게장 그러니까 게의 뱃속에 든 알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매우 농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더군요. 독특하면서도 맛있었습니다.

장 총주방장은 그동안 겪은 국빈들에 대해서 말을 매우 아꼈다. “해당 국가로부터 미리 주의 사항이나 요구 사항을 전달받기 때문에 준비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면서도 “내가 한번 잘못하면 국가 대사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오셨을 때는 중앙당으로부터 ‘한중 관계가 매우 좋으니 특별히 신경 써서 만찬을 준비하라’는 지시도 받았습니다.”

그는 “주빈(主賓)의 성향과 성별, 종교에 따른 금기 식품 등을 고려해 메뉴를 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여성이며 건강을 챙긴다는 걸 미리 들었습니다. 한국 측으로부터 ‘너무 달거나 짜거나 매운 음식을 가급적 줄여달라’는 요청도 받았고요. 물론 인민대회당 음식이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은 편이기도 합니다만. 중국 음식을 기본으로 하되, 방문 국빈의 국가 음식이나 음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빈 만찬 때는 김치를 작은 접시에 담아 반찬으로 냈습니다. 박 대통령께서 즐겁고 맛있게 드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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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 3가지. 얇은 두부피를 밀푀유처럼 쌓아올린 것과 동충하초와 다시마 초무침, 삶은 닭고기 초무침입니다. 특이하거나 독특하지는 않지만 섬세한 간/양념이 인상적입니다.

박 대통령 국빈 만찬에서는 상어 지느러미(위츠·魚翅)가 아닌 흰목이버섯(인얼·銀耳)으로 끓인 탕이 나왔다. 중국에서는 ‘상어 지느러미가 없으면 연회라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어 지느러미는 고급 연회에서 빠지지 않는 값비싼 재료. 장 주방장은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후 사치를 자제하는 분위기인데다, 동물 보호 단체의 비판으로 인해 상어 지느러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외국 인사들이 계셔서 많이는 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흰목이버섯은 모양이 예쁘고 몸에 좋아서 박 대통령께 이상적인 음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내년 은퇴를 앞두고 있는 장 총주방장은 “원해서 택한 직업은 아니지만 후회나 불만은 없다”면서 “요리사들의 사회적 위상도 높아졌고, 무엇보다 인민대회당 요리사로서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 선택할 수 있다면 그때도 요리사가 되겠느냐’고 묻자, 장 총주방장은 “음…그건 그때 봐서 결정하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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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찜과 바닷가재 요리. 역시 섬세한 간 하기가 인상적입니다. 롯데호텔에서 사용한 전복은 좀 작아서 아쉬웠고, 바닷가재는너무 익혀서 약간 질기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11월23일자 조선일보 사람들면에 쓴 기사입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요리사인데, 본인이 원하지도 않고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지시에 의해서 됐다는 게 아이러니했습니다. 그런 게 운명일까요. 하긴 많은 이들이 전혀 예상치 않던 직업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지요. 저도 그렇습니다만.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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